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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책 그림책" 책에 매료되어 본 적이 있는가. 한 눈에 자신을 사로잡는 책을 보고 짝사랑하는 이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처럼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며 호흡이 가빠진 적이 있는가. 도서관에 꽉 들어찬 책들 사이를 거닐며 책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으며 황홀해했던 적이 있는가.
책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그림책>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밀란 쿤테라, 미셸 투르니에, 존 버거 등의 글과 <소피의 세계> 표지그림으로 유명한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이 함께 어우러진 이 책은 어쩌면 그런 이들을 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책 그림책>에는 책과 사람에게서 유추해 낼 수 있는 온갖 상상력이 한데 모여 있다. 어떻게 이런 그림들을 그려낼 수 있는지 감탄하게 하는, 한껏 부러움을 살만한 그림 뿐이다.
가위에 찔려 피를 흘리는 책, 사람을 가둬두는 책, 독한 사랑의 열병이라도 앓은 듯 쓸쓸해 보이는 책, 부드러운 대지와 달빛 아래 책을 덮고 잠이든 사람, 문을 열 듯 책 커버를 여는 사람, 투명인간처럼 책을 통과해 나가는 사람, …
그림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것은 그림 속에 숨겨진 의미를 하나라도 더 찾아보고자 하는 욕심 탓일 수도 있고 시선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 그림 속 이야기들 탓일 수도 있다.
혹, 그림마다 덧붙여진 이야기들은 원치 않는다면 읽지 않아도 상관없다. 빈 노트를 하나 꺼내 옆에 놓아둔 채 그림 하나를 보고 거기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지어내보면 어떨까. 아니면 단순한 느낌이라도 좋다. 그런 식으로 노트를 채워가다 보면 자신만의 책 그림책이 만들어질 것이고,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책 그림책을 갖게 될 것이다. - 김수진(2001-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