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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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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원작"
    "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

    방송작가인 '나'는 이니셜 하나를 붙잡고 무작정 벨기에로 갔다. 연길에서 만난 브로커에게 목숨 같은 돈을 지불하고 벨기에로 밀입국한 탈북인 난민 '로기완'의 사연, 시사잡지에서 본 그 사연에 이끌린 것이었다. 2007년 12월 4일 베를린발 버스에서 내려 브뤼셀 거리에 섰을 작고 마른 한 남자의 일기에 기록된 행적을, 호스텔과 유료 화장실로 이어지는 삶을 2010년 12월 정확히 따라 좇으며 작가는 그가 겪은 냉대와 외로움을 정확히 경험한다. '무시와 경멸, 그리고 자신을 향한 과장된 경계심과 불필요한 오해'(47쪽)를 하나씩 체험하는 동안 L은 그의 안에서 고유한 한 인간, 로기완이 된다.

    방송작가인 '나'는 얼굴에 종양이 있는 소녀 윤주를 가장 주목받는 시간대에 방송하기 위해 그의 사연의 방영을 늦췄다. 수술이 늦어지는 사이 윤주의 종양은 악성이 되었고, 그는 윤주의 수술에서 도망쳐 벨기에로 가서 로기완의 행적을 만났다. 너무 많은 사연과 사정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한 인간의 영혼에 접속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나는 똑바로 직시해야 했다'(80쪽) 같은 서술에 실마리가 있다.

    2011년 첫 출간, 신동엽문학상 수상, KBS가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50'에 선정되기도 한 조해진의 소설이 13년 만에 새롭게 단장해 2024년의 독자를 만나고자 한다. 소설에 시간이 쌓이는 동안 벽을 높이 세운 세계는 더욱 사나워졌다. '영원히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할 것'(151쪽)을 알면서도 그 길에 정확히, 괴로울만큼 진심으로 서보려 하는 조해진의 소설적 태도는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더 구체적으로 슬퍼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를 인간답게 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2024.02.27)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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