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0일 : 58호
오늘도 힘껏 멸종해, 너를 멸종해
유선혜의 첫 시집은 1부의 첫 시 <괄호가 사랑하는 구멍>으로 시작해 4부의 마지막 시 <구멍의 존재론>으로 마무리됩니다. '사랑'이 놓일 자리에 '멸종'을, '멸종'이 놓일 자리에 '사랑'을 놓는 이 시집은 그렇게 구멍난 자리에 개념을 끼워넣었다 다시 제거합니다. 운석이 떨어졌던 자리처럼 푹 파인 구멍이 시 읽는 사람을 들여다 봅니다.
발끝으로
둥둥거리는
소리가
심장으로 옮겨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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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혜의 첫 시집은 1부의 첫 시 <괄호가 사랑하는 구멍>으로 시작해 4부의 마지막 시 <구멍의 존재론>으로 마무리됩니다. '사랑'이 놓일 자리에 '멸종'을, '멸종'이 놓일 자리에 '사랑'을 놓는 이 시집은 그렇게 구멍난 자리에 개념을 끼워넣었다 다시 제거합니다. 운석이 떨어졌던 자리처럼 푹 파인 구멍이 시 읽는 사람을 들여다 봅니다.
발끝으로
둥둥거리는
소리가
심장으로 옮겨 와
수록작 'Nirvana'의 부분을 옮겨왔습니다. 읽는 내내 이 단락처럼 작은 공연장의 둥둥거림이 느껴지는 시집입니다. 한동안 심장이 아팠던 적이 있는데요, 그 심장 아픈 느낌을 이 시집은 감각적으로 재현해냅니다. 구멍 난 가슴으로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 "‘반려 구멍’을 도넛 반죽 다루듯 따뜻한 손으로 “이리저리 주무르”(「구멍의 존재론」)고 도닥이는" 고고학적인 행위에 심장을 맡겨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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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쪽 :
이건 내 폐에요
조금 지저분하죠?
제가 골초라......
이건 제 간이에요
조금 딱딱하죠?
제가 알코올의존증이라......
<그게 우리의 임무지> 부분
Q :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는 힘이 느껴지는 첫 시집입니다. “그러나 나는 기어이 써버리는 사람 [……] 이걸 토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죠?”(「반납 예정일」)라고 시의 회자는 이야기합니다. 첫 시집 출간 이후 살아가는 일은 어떠한지, 시인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A :
사실 제 일상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똑같이 공부를 하거나 누워있거나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가끔 술도 많이 마십니다. 가끔 인터넷에 제 시집을 검색해보기도 하는데요, 독자분들의 후기가 보이면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혼자만 보던 시를 누군가가 읽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늘 누군가 제 시를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구체적인 모습의 독자분들을 마주하니 생경하고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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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는 힘이 느껴지는 첫 시집입니다. “그러나 나는 기어이 써버리는 사람 [……] 이걸 토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죠?”(「반납 예정일」)라고 시의 회자는 이야기합니다. 첫 시집 출간 이후 살아가는 일은 어떠한지, 시인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A :
사실 제 일상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똑같이 공부를 하거나 누워있거나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가끔 술도 많이 마십니다. 가끔 인터넷에 제 시집을 검색해보기도 하는데요, 독자분들의 후기가 보이면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혼자만 보던 시를 누군가가 읽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늘 누군가 제 시를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구체적인 모습의 독자분들을 마주하니 생경하고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Q :
정신이 아플 때의 추상적인 고통을 실제적인 내장의 아픔으로 연결할 때의 감각이 좋았습니다. “누군가 네 심장을 주물럭거리는 느낌”(「Nirvana」), “내장을 도려내어 오장육부의 융털과 세포까지 보여주려고”(「그게 우리의 임무지」) 같은 감각들이 그랬는데요.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언어로 그려내는 일이 철학적이기도 하고 시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적인 말과 철학적인 말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것은 철학과 시가 둘다 행하는 일이지만, 그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철학은 정교한 논증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에 도달한다면, 시는 어떤 장면에서 포착되는 균열과 감각 같은 것들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감각이 비약과 무논리의 산물일지라도요. 비유하자면, 철학은 화석이 된 뼈를 연구해서 과거의 공룡의 존재를 추론해낸다면, 시는 공룡의 뼈를 통해서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이나 파충류인간 같은 것을 그려보는 게 아닐까요? 그러나 결국에는 현재에 도달할 수 없는 것, 과거의 생물이든 상상의 동물이든, 지금이 아닌 것. 아름답고 선하고 진실한 것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
철학을 전공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집의 해설에서 조연정 선생님께서 시몬 베유의 철학을 함께 언급하기도 하는데요,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와 바꿔 읽어보셔도 좋을 철학자 혹은 철학책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토머스 네이글의 『이 모든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궁리, 2014)를 추천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왜 삶이 무의미한가’에 대한 논증이 매우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펼쳐지는데요. 저는 학부시절 윤리학 수업 공부를 하다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모든 일이 허무해져서 책을 덮고 도서관을 나와 집으로 간 적이 있어요. 저는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이 논증에 반박할 마음도, 반박할 능력도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 무언가를 끄적이며 기록한다는 것, 시를 읽는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는 없지만 그것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내 존재를 정당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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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찌질한('지질하다'에서 유래한 말이라는데 어쩐지 지질은 정직한 맛이 살지 않죠.) 인간이라고 생각해보신 적이 있을까요? (저는 종종 자주 항상...)
김남숙의 소설은 그 감각, 나도 별 거 아니고, 나와 내 삶은 참 시시하구나, 하는 축축한 마음을 직면하게 합니다. 세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한 권의 책으로 엮여 소개되는 '트리플' 시리즈로 김남숙의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2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파주>가 표제작입니다.
두번째 소설 <그런 사람>의 서술자는 태국 후아힌에서 긴 휴가를 즐기다 한때 나의 소설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 '원석 씨'와 마주칩니다. 서술자는 <깍두기>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던, 수업 변두리 멤버였던 그의 겉도는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도 하고 지금은 아는 사람과 마주치고 싶은 상황이 아니라서 '성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성의 없어 보일 만큼의 답장'(71쪽)을 보냅니다. 나는 수강생이 우러러보던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이 인물의 차가움에서 저는 인간이라는 종족 특유의 '찌질함'을 느꼈고, 그래서 이 소설이 좋았습니다.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서도 김남숙의 소설 <이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투비젊은작가앤솔러지 vol1 링크를 함께 걸어놓습니다. 작가의 세계를 여행할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습니다.
유준상이 쓴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
자연의 순환, 상생, 사랑 그리고 행복을 찾는 아름다운 여정!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은 유준상 작가가 캐나다와 쿠바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30대 중반부터 구상해서 써온 첫 판타지 동화 시리즈이다. 1권은 ‘1.GA 가을 위의 산책’, 2권은 ‘2.NA 나란히 걷기’라는 소제목으로 두 권이 먼저 출간되었다. 두 권의 책은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모든 자연을 독특한 캐릭터로 형상화해 인간과의 순환과 상생, 사랑을 보여준다.
1권에서는 현실계의 쥬네스(JUNES)가 우연히 가상계의 박람회장에 들어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권에서는 쥬네스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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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이 쓴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
자연의 순환, 상생, 사랑 그리고 행복을 찾는 아름다운 여정!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은 유준상 작가가 캐나다와 쿠바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30대 중반부터 구상해서 써온 첫 판타지 동화 시리즈이다. 1권은 ‘1.GA 가을 위의 산책’, 2권은 ‘2.NA 나란히 걷기’라는 소제목으로 두 권이 먼저 출간되었다. 두 권의 책은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모든 자연을 독특한 캐릭터로 형상화해 인간과의 순환과 상생, 사랑을 보여준다.
1권에서는 현실계의 쥬네스(JUNES)가 우연히 가상계의 박람회장에 들어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권에서는 쥬네스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이 책에는 바람, 구름, 비, 달, 태양, 눈 같은 자연을 구성하는 존재가 있고, 땅과 길, 고래, 지렁이, 갈매기처럼 지상의 존재가 있다. 또한 천체와 지상 사이의 우주와 같은 다차원의 공간이 있다.
작가는 이들 인물들에게 직관적인 이름을 붙여 독자들로 하여금 친근하게 다가서게 했다. 박람회장의 천체를 움직이는 비술 아저씨, 구름 맨, 닥터 스카이, 스노우 브라더 등 20개가 넘는 시공간 속 다채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세상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가의 시선이 무르익을수록 그의 세계관도 깊어지고 넓어 갔다. 오랫동안 구상해온 그 세계관이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찾아간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인물, 판타지 공간을 무대예술가 이엄지 작가가 상상의 공간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해 독자들을 무한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 소미미디어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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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학능력시험을 보던 시대에는 '언어영역'이었는데요 (요즘엔 국어영역이라고 하더군요!) 아직도 수능시험 국어 지문을 풀 때의 기분이 생각납니다. 김춘수의 <내가 만난 이중섭>이 출제되었는데요. '광복동(光復洞)에서 만난 이중섭(李仲燮)은 /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첫 줄을 읽을 때 바다를 머리에 진 사람이 그려지는 것 같았더랬습니다... (시도때도없이 망상하는 저의 MBTI는 당연히 N입니다 호호)
2024년 11월 14일 진행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반가운 작품들이 지문으로 출제되었다고 합니다. 허수경의 <혼자 가는 먼 집>(1992)과 이광호의 <사랑의 미래>(2011)입니다. 올해 시험을 본 분들도 종종 시험을 보던 날의 기분과 함께 허수경의 시를 떠올리게 될까요?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 소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