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문화와 예술을 넘어 인문학의 한 획을 그은 작가 유홍준이 30년 만에 '잡문집'을 집필했다. 제목 그대로 작가의 어린 시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집필기, 가족과 친구 이야기, 끈끈한 연을 맺어온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부록으로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까지 빼곡히 이 한 권에 담았다. 실로 대단한 잡문집의 탄생이다.
그야말로 글쟁이, 미술사학자, 문화재청장, 교수 등 유홍준의 인생만사를 오롯이 담은 이 책은 한 인간의 역사를 기록했다는 의미는 물론이고 우리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한 지성의 철저한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다. 책의 뒷부분에는 1975년 유홍준이 옥중에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전문이 실려 있는데, 이를 보면 세상사는 언제나 혼탁했고 인간의 삶은 그 속에서 때론 비루하고 모질기도 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용기와 위로, 크나큰 희망을 가지고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에세이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 그의 거짓말을 폭로했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최초로 들춰냈고, 검찰의 '특활비' 불법 사용을 최초로 고발했다. 그리고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뉴스타파의 한상진, 김용진, 봉지욱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이 책은 세 명의 기자들이 압수수색의 과정을 직접 당해내며 기록한 르포다. 압수수색에 대해, 이들은 검사 윤석열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정리한다. "기소가 되면 인생이 절단난다." 검찰은 기소라는 법의 방식으로 피의자의 삶을 어떻게 난도질하는가. 기자들은 사생활을 털리고, 취재 내용을 털리고, 취재원들의 정보마저 털렸다. 책엔 그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행태가 모두 적혀 있다.
한국 뉴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리스트를 순위 매기면 '압수수색'은 상단에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자주 등장하여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진 이 단어 뒤엔 인간의 영혼을 털어가는 권력의 횡포가 활개치고 있다. 2023년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이 46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남일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오싹한 호기심이 든다면 이 생생한 기록을 들춰보길 바란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키즈의 베스트셀러이자, 《이코노믹 타임스》 베스트 어린이 과학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커다란 쟁기발개구리가 등장하는 첫 페이지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쟁기발개구리에서 땅콩버터 냄새가 난다는 정보를 읽고 그다음 장을 펼치면, 오감을 자극하는 땅콩버터 샌드위치 사진과 땅콩버터에 관한 15가지 지식이 주르륵 펼쳐진다.
어느 장을 펼치든 단숨에 빠져들게 만드는 이 책은, ‘5,000가지 지식’이란 제목답게 생물, 우주, 기술, 지리, 문화, 역사 외에도, 사탕, 별난 호텔, 자동차, 외계 생명체, 장난감, 초자연 현상 등의 주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초등부터 중고등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지식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명성다운 퀄리티 높은 사진과 그림 등, 시각적 자료 역시 풍성하게 담겨 있어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다음 장을, 또 그다음 장을, 무언가에 홀린 듯 계속 넘기게 만드는 마성의 책이다.
아비투스는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정의한 개념으로, 사람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제2의 본성이자 후천적인 습관을 의미한다. 사람은 사회적 환경과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아비투스를 만들어 나가며, 이는 개인의 자질과 태도를 결정해 주위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예를 들어, 업무상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싶다면 자신감 있고 배려 있는 태도를 지니는 아비투스가 필요하다. 또한, 대중 연설이나 중요한 자리에서 설득력 있게 말하려면 지적 교양과 예의 바른 언어 습관을 기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아비투스는 한 사람의 위치와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비투스가 중요한 이유다.
<아비투스의 힘>은 단지 타고난 배경이나 출신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아비투스를 쌓아 계층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는 여러 저명한 인물들을 분석하며, 그들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비결이 바로 아비투스에 있었다고 단언한다. 우구어 자힌 박사, 미셸 오바마,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등 모두 출생부터 모든 것이 주어진 특권층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환경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타인을 배려하며 교양을 쌓는 자신만의 아비투스를 통해 인생의 도약을 이뤄냈다. 책은 또한 독자가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습득해 품격을 높이는 데 필요한 21가지 지침을 제시해, 현재의 위치와 상관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길을 안내한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아비투스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회적 계층을 넘어서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더 큰 가능성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는 출신이나 타고난 배경이 아니라, 교육과 노력에 의해 사람의 위치와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당신이 바라는 모습으로의 도약을 돕기 위해 다시 한번 펜을 잡았다고 한다. 지금 이 책을 읽어라. 당신이 성공의 사다리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여기 있다.
안다는 건, 공부한다는 건 무엇인지. 날이 갈수록 어렵다. 시절이 혼란하여 더하다. 도로시 파커가 시에서 말한 대로 세상엔 "선과 악이 미친 격자무늬처럼 얽혀 있"는데, 그 속에서 무엇을 붙잡고 나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지러움 앞에서 울적해진다. 안다. 괴로움을 타개할 극적인 진실 같은 건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만 마음의 결을 잘 정리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음의 결을 가다듬는 데에 이 올곧고 맑은 목소리는 어쩌면 약간의 힌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유유의 편집자와 박동섭 번역자가 일본의 지성 우치다 다쓰루 선생에게 질문을 던지고, 선생은 그에 대답을 했다. 배움이란, 성숙이란, 어른이란, 무도란, 글이란, 시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그는 오랫동안 만들어온 자신의 생각들을 내어 놓는다. 간명하고 산뜻한 문장들 안에 그의 통찰이 있다. 쉬운 말로, 현실에 밀착된 언어로 완성된 그만의 철학이 있다. 그의 목소리를 읽는 동안 문득문득 기억해 내게 되는 세상의 근본 이치들이 있다.
우치다 다쓰루의 책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기획되어 선출간되는 책이다. 그만큼 한국 독자들 입장에선 조금 더 와닿는 내용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어지러운 마음을 비워내고 정갈한 밑바탕을 다시금 가다듬고 싶다면 그의 목소리를 받아들여보길 권한다. 쉽게 읽어 내려가는 와중에 머리를 탕탕 치는 생각들을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신경림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1988)에서 이웃 젊은이의 사랑은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처럼 절절하다. 202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한 김지연의 소설 <반려빚>에서 이제 가난의 세계는 만화적 상상력으로 따라붙는다. 서일과의 긴 연애 끝에 일억 육천의 빚이 남은 정현에겐 반려자도 반려동물도 아닌 반려빚이 두 눈을 부릅뜨고 따라다닌다. 생물 비슷한 모양새로 꿈에도 나오는 이 빚만이 내 생존을 원하고 있다. 중고서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낡은 책처럼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은 죄다 이렇게 똥값이 된다는 사실'(93쪽)을 받아들인 뒤의 헛헛함으로 서일은 또 내일을 산다. 소설가 김연수가 이 소설을 추천하면서 한 말처럼 '너덜더덜, 상처투성이일지라도' 한번 더 나아가는 그 상태를 김지연의 소설은 '웃프게' 포착한다.
2022년 첫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가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기도 한 젊은작가 김지연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돈을 빌려주면 애인은 도망가고, 전 남편의 현 부인은 사망보험금 때문에 연락을 해온다. 일을 하다 다치고,다치면 실직하고, 실직하면 빚을 지고, 빚을 지면 애인을 등쳐 먹게 되는 세계에서 남 탓 대신 내 탓을 해본 적이 있다면 김지연의 소설 속 인물들의 곤혹스러운 처지에서 '조금 망한' 우리의 얼굴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처럼 웃고 욕하고 화낸 뒤 누워있고 싶다. 그러면 소설 속 인물들처럼 또 다시 망하러 갈 수 있을 것 같다.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수포자다. 수학은 늘 나의 원수였고 배신자였다. 아무리 친해지려고 다가가도 늘 뒤돌아 빨간 비만 내리게 하는 영원한 나의 적. 수학 문제를 풀 일은 없지만 삶에서 수학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사칙계산도 수학이고 상품 할인도 수학이니 엑셀에 온전히 의존한다. 하지만 엑셀도 수식을 잘 입력해야 정확한 답이 나온다는걸, 빨리 깨달을수록 삶에 도움이 되었겠지.
흔히 ‘수학 머리는 타고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명제에 의심을 품은 스탠퍼드대 조 볼러 교수는 정말로 수학 재능이 타고나는 것인지 밝혀내고자 한다.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고 하기 싫은 이유는 수학을 배울 때 뇌가 즐겁고 효과적으로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마인드셋, 메타인지 같은 최신 과학을 토대로 수학을 공부하면 두려움이 사그라들 것이라 조언하며 전략 및 접근법을 이 책에 제시한다.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는 “수학은 머리 좋은 소수의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속도에 맞게 즐기는 학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입시 시스템 아래 자신의 속도에 맞는 수학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잠시 수학 문제집을 떠나 수학이란 학문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면 적어도 원수가 아닌 삶의 친구로 남을 수 있다.
2030년대 미국, 해병대 출신 상이군인 오빠를 둔 플린은 장애 연금을 받는 오빠를 대신하여 어떤 게임의 베타테스트 일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게임 속 세상에서 드론을 조종하던 중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그저 ‘더럽게 무서운 게임의 베타테스트’ 정도로만 생각했으나, 다크넷에 그녀와 그녀의 가족 앞으로 살인 의뢰 광고가 올라오자 뭔가 이상하고 느끼는 플린. 플린의 고용주는 자신이 있는 곳은 미래이며, 그녀가 목격한 사건은 게임이 아닌 자신들의 세계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플린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인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중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 된 것이다. 미래의 범인들은 목격자인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과거의 세계에서 살인 청부업자를 동원하고, 그녀는 두 시공간을 넘나들며 현재의 적과 미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는 혼란스러운 싸움을 이어 나간다.
첫 장편소설 <뉴로맨서>를 통해 전 세계 7,000만 부 판매, 세계 3대 SF 문학상 최초 석권을 달성하면서 일찍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던 윌리엄 깁슨이 탄생시킨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SF. 저마다 고유한 연속성을 띤 시공간으로 존재하는 개별 우주인 ‘연속체’에 미래인이 접속하는 순간 그 과거 연속체는 미래인의 시간선과 단절된며, 이렇게 단절된 과거는 미래인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거리낌 없이 과거인들을 유린하고 착취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설정은 우리에게 강력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미래의 적들에 맞선 플린의 생존 싸움은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점차 현재 세계의 예정된 대재앙을 막기 위한 전쟁으로 발전하고, 강자와 약자의 전복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이 <노랜드> 이후 2년만에 발표하는 소설집. 2020년대를 통과하며 탄생한 여덟 편의 소설을 실었다. 2020년대는 '침범과 멸종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방관한' (<모우어> 43쪽) 이전 세기의 방식으로 이 세계가 지속되진 못할 것을 예감한 시기이기도 했다. 표제작 <모우어>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은 소리 대신 서로의 머릿속 소리를 듣는 '의음'意音으로 의사소통한다. 언어가 위험이 되는 이 세계에서 '초우'는 의음 대신 실제의 소리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모우'의 다름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 오염을 무릅쓰고 기꺼이 침해당하고 침범하는 것에서 천선란 세계의 구원이 시작된다.
천선란의 SF는 극한 상황에 인물을 놓는다. 상실 이후, 멸망 이후를 살아가는 존재들은 세계의 폭력에 놓인다. 영화 <매드맥스>의 '희망없는 시대(Wasteland)' 같은 세계에서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질문하는 존재들이 있다. '홀로 버텨야 하는 그 경계에서 조금은 덜 외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320쪽, 작가의 말) 하는 바람을 실어, 천선란의 이야기는 그 존재들을 연결한다.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해리스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승리를 확정 지었다. 트럼프의 재선은 단순한 미국 내부의 변화가 아닌 글로벌 경제와 외교 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초대형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다시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트럼프, 그의 재집권은 국제 정세에 어떤 파장을 미칠까? 대다수의 국내외 언론에서 초박빙이라면서 판세를 예측할 수 없다고 보도된 가운데, 1년 전부터 트럼프의 재집권을 주장해 온 이가 있다. 저자 박종훈은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베테랑 경제 전문가로, 27년간 현장에서 글로벌 경제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왔는데,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이 재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
저자는 <트럼프 2.0 시대>를 통해 트럼프의 재선이 초래할 경제적 충격과, 한국이 이를 기회로 바꿀 방안을 구체적으로 진단한다. 트럼프의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미중 패권 경쟁을 더 가열시킬 것이며, 한국은 주요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분야에서 강력한 파고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은 그러한 충격을 막는 데서 나아가, 한국이 오히려 글로벌 무대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각 산업별로 예측되는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상세히 다루며, 나아가 새로운 무역 질서 속에서 한국이 장기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과 준비가 무엇인지, 생존을 넘어서 성장을 위한 길을 탐색한다. 경제와 외교, 안보까지 아우르는 이 책은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다시 한번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청사진을 보여준다. 트럼프 2.0 시대, 트럼프 '리스크'인가? 트럼프'기회'인가? 이제 그 서막이 오르고 있다.
<소리 질러, 운동장> <기호 3번 안석뽕> <꼴뚜기>의 진형민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작가로 활동하는 이윤희 그림작가가 함께 힘을 모아 의미 있는 한 권의 신작 동화를 냈다. '왜왜왜 동아리'는 이록희, 조진모, 박수찬, 한기주, 사연도 가정환경도 다른 네 아이가 결성한 동아리다. 궁금한 건 뭐든지 파헤친다!,는 모토 아래 ‘왜왜왜 동아리’가 기후 위기 시대에 어떤 활약을 펼쳐 보이는지 이 책에서 들려준다.
선생님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아리를 결성하게 된 네 명의 아이들. 산불로 실종된 한기주의 반려견 '다정이' 사건을 파헤치고, 금요일마다 학교 대신 팻말을 들고 시청으로 가는 조진모의 누나 '진경'을 인터뷰한다. 직접 발로 뛰면서 알지 못했던 사실에 눈을 뜨게 된다. 바로 어른들의 선택으로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오염되어 가고 있다는 것. 기후 위기 사태를 몸소 실감하게 된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데…
저자는 등장인물들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내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환경에 관한 뚜렷한 주제 의식을 놓지 않는다. 어른들에 맞서 아이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목소리를 내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적절한 극적 장치를 더해 매끄럽게 풀어낸다. 이윤희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와 예상 못한 훈훈한 결말까지 더해져 책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책장을 덮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과 머리에 깊은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책이다.
일찍이 세 신이 있었다. 가장 강대하고 가장 영광스러운 이들. 낮의 신, 밤의 신, 그리고 황혼과 여명의 신. 또는 빛과 어둠, 그리고 그 사이의 어스름. 아니면 질서와 혼돈, 그리고 균형. 그들 사이에 벌어진 전쟁으로 하나는 죽었고, 하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오직 주신(主神) 이템파스만 살아남아 신계와 인간계의 질서를 재편했다. 이템파스에게 반기를 들었던 나머지 신들은 이템파스를 섬기는 아라메리 가문의 노예가 되었고, 이 힘을 바탕으로 아라메리는 세계를 지배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천 년, 북쪽의 낙후 국가 다르의 지도자이자 모계로 아라메리 혈통인 예이네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세늠 대륙의 중심지 ‘하늘’로 소환된다. 아라메리의 후계 자리를 둘러싼 궁중 암투와 자유를 갈망하는 신들의 계략 속에서, 예이네는 자신의 영혼에 얽힌 비밀과 맞닥뜨리는데…
‘부서진 대지 시리즈’로 휴고상을 3회 수상한 N. K. 제미신의 기념비적인 데뷔작. 신과 인간의 운명을 둘러싼 압도적 스케일의 대서사시를 밀도 높은 세계관과 생생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그려냈다. <십만 왕국>, <무너진 왕국>, <신들의 왕국>으로 이어지는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그들 각자에게는 맞서 싸워야 할 시련과 과제가 주어진다.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초월적인 신들 그리고 압도적인 권력을 지닌 한 가문이 지배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계략과 암투, 사랑의 서사는 시리즈의 종장에 가서 하나로 연결되며 대단원을 마감한다. 이제는 거장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을 작가의 떡잎부터 달랐던 데뷔작.
이 책은 알라딘 펀딩으로 세상에 먼저 소개되었고, 나는 직업 덕분에 운 좋게 펀딩 전 미리 원고를 읽었다. 첫 에세이에서 츠바이크는 안톤이라는 남자를 소개한다. "자신만을 위한 철저히 반자본주의적인 새로운 시스템을 발명"한, "돈을 주체적으로 피하며" "단 한 명의 적도 만들지 않은" 남자. 자신의 삶을 살며 존재하는 모습만으로도 타인들에게 충격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의 자장 안에서 잠시 머무르는 것만으로 삶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츠바이크는 안톤을 통해 그런 경험을 했고, 그걸 썼다. 안톤을 몰랐던 나는 이제 츠바이크 덕분에 그의 존재를 안다. 그를 안 이후로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 잡은 안톤이 나 또한 그의 자장 안에 품고 있다.
첫 에세이의 여운은 끝까지 이어진다. 츠바이크는 이 에세이들에서 주로 그를 놀라게 한 사건이나 사람들에서 찾아낸 통찰을 들려준다. 그것들은 대단히 새롭진 않다. 그보다 어쩌면 단순한 진실에 가깝다. 삶과 세상을 받치고 있는 명징한 진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잊었거나 간과하고 있는 진실. 그의 온화하고 통찰력 있는 시선과 잘 정돈된 문장으로 읽는 이 진실에 관한 이야기들은 잠든 정신을 깨운다. 텅 빈 목적을 향해 눈 가리고 뛰느라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는 시대에 이 책은 진정 인간적인 미덕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난날을 돌아보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깊은 마음으로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뜻이다.
일본 군마현 기류시와 도치기현 아시카가 시의 경계를 흐르는 와타라세강 인근에서 연이어 두 구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피해자는 모두 20대 젊은 여성이며, 발견 당시의 상태나 부검을 통해 밝혀낸 사실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동일범의 소행으로 짐작된다. 두 지역의 경찰들은 수사본부를 꾸려 범인 추적하면서, 동시에 동일한 기시감을 느낀다. 10년 전에도 두 지역에서 동일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었고, 당시에는 끝내 범인을 밝혀내지 못해 사건은 미제로 남았었다. 이번에야말로 범인을 잡겠다는 각오를 다진 경찰은 치열한 수사 끝에 세 명의 용의자를 지목한다. 한 명은 10년 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으나, 끝내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하지 못했던 가학적 사이코패스, 또 한 명은 해리성 인격장애를 가진 지역 명문가의 장남, 나머지 한 명은 10년 만에 지역으로 돌아온 공장 트럭 운전사. 은퇴한 형사부터 괴짜 심리학자, 신문기자, 10년 전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 까지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뛰어들고, 사건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오쿠다 히데오 3년 만의 신작 장편 소설. 폭넓은 스타일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아온 작가는 이번에 일본 지방 도시의 강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의 비밀을 쫓는 범죄 수사극을 선보인다.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사건에 얽힌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시점에서 진실을 추적해 가는 큰 스케일의 군상극 형식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범죄는 사회의 가장 나약하고 어두운 면을 드러낸다”며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리얼하고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한 “데이비드 핀처의 〈조디악〉과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두 작품이 머릿속에 계속 있어서 비슷한 감각의 작품을 쓰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단서 하나로 수사가 뒤엎어지는 급박한 전개와 함께, 소설은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비극을 마주하는 평범한 이들의 사연으로 촘촘한 디테일을 쌓아 올려 리얼리티를 극대화한다. 사건의 발생부터 결말까지, 숨 막히는 몰입감으로 독자를 휘몰아치는 소설.
우리는 회사에서 성과를 더 빠르고 크게 내고 싶어 하거나, 개인적인 삶의 목표를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매출 목표를 달성하거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일정이 길어지면서 초반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성과가 예상보다 낮아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삶에서도 비슷하다. 다이어트, 자기계발, 경제적 목표 등 이뤄 보겠다고 결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기를 유지하기 어려워 결국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 사람들이 계획을 세웠음에도 목표에 다다르지 못하는데, 이는 긴 기한을 설정함으로써 초반의 긴박감이 서서히 무뎌지기 때문이다.
<위대한 12주>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주 프로그램'이라는 혁신적인 시간 관리법을 제안한다. 저자는 1년을 12주로 나누어 집중적으로 살아갈 것을 권하는데, 목표 달성 기한을 12주로 짧게 설정하면 우리는 매일 긴장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으며, 집중력이 분산되지 않아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프로그램은 총 8가지의 전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책임, 헌신, 위대해지는 순간'이라는 세 가지 마인드 원리와 '비전, 계획, 프로세스 관리, 평가, 시간 활용'이라는 다섯 가지 액션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생산성을 높이고, 매일 목표를 향해 조금씩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을 향한 길은 우리 눈앞에 있다. 연간 계획이 주는 피상적인 만족이 아닌, 매일 압축된 12주의 기한 내에서 성과를 추구한다면 우리는 단기간에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진정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단언컨대 이 책이 단기간에 성과를 네 배 이상 향상시킬 것이다. 질문으로 끝을 맺는다. "수동적으로 살 것인가, 능동적으로 살 것인가?"
누적 조회수 4천만의 지금 가장 핫한 뜨개 유튜버이자, 뜨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뜨개 작가로 자리매김한 바늘이야기 김대리의 신간 <김대리의 취향 니트>가 출간됐다. 2020년 <쉽게 뜨는 탑다운 니트> 첫 출간 이후 그 시기에 가장 트렌디한 뜨개 작품들을 담은 책들을 선보여온 저자의 이번 책에는 뜨기 쉽지만 디테일이 남다른, 매력적인 니트와 소품 10가지가 담겨 있다. 아란 무늬의 플랫 베리 스웨터부터 덧수로 완성하는 알파카 부클 코위찬 가디건, 여름에도 입을 수 있는 플레어 티까지 작가의 취향이 듬뿍 담긴 정성스러운 미공개 도안을 수록했다. 또한, 계절별, 사이즈별로 다르게 변용할 수 있는 털실 종류와 뜨기 기법 등 상황 가이드를 쉽고 간단하게 소개해, 매일 입을 수 있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받은 영감을 담은 에세이가 함께 담겨 있어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0과 1로 짜인 '픽셀아트'와 같은 도안 위에서 겉뜨기와 안뜨기로 나만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는 점에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는 저자처럼 담백하면서도 감각적인 뜨개인의 일상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가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에세이. 전작을 통해 '어린이'라는 존재와 좀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같이 살아갈 것을 말했다면, 이번 신간 <어떤 어른>에서는 어린이와 동시대를 잘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을 넘어서, 내면을 단단히 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이어가는 것임을 일깨우면서 말이다.
이 책은 어른인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의문과 혼란 앞에서 나침반이 되어준다. 작가는 무겁지 않은 어조로 어른으로서의 자리매김, 관계의 무게, 삶의 무게 등을 이야기하며, 독자가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진정한 어른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읽다 보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들과 진정 원하는 삶의 모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어, 독자로 하여금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작 산타 할아버지는 한 번도 그날을 즐기지 못했다. 기껏해야 30분 늦잠 자는 정도의 사치를 누릴 뿐이었다. 북극마을에 함께 살고 있는 곰과 요정들은 그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 산타 할아버지를 위한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특유의 재치와 상상력으로 사랑받는 맥 바넷은 유머와 감동을 섞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잊지 못할 이야기를 선사한다. 산타 할아버지와 친구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맛있는 아침을 함께 나누는 장면들은 독자의 마음을 환하게 밝히며 웃음을 자아낸다. 시드니 스미스의 따스한 그림은 한 장 한 장 깊이 있는 감동을 전하며 크리스마스의 마법을 더한다.
그림책 분야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 두 명이 쓴, 새로운 고전이라 할 만한 이 책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많은 것들 뒤에 숨어 있는 수고에 감사하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마음을 키워준다. 크리스마스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더 깊이 느끼고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계절로 만들어 줄 것이다.
<삼백이의 칠일장>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건방이의 초강력 수련기> 등 다종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천효정 작가가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호평을 받은 그답게 시원시원하고, 흡입력 강한 액션 판타지를 선보인다.
때는 조선 중기, 고을 방방곡곡에는 탐관오리와 범법자들이 판을 친다. 암행어사 박문수의 현손녀이자, 저승어사 혹은, 망나니 어사로 불리는 '박아지'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이 고을 저 고을을 다니며 힘없는 백성들의 편에 서서 나쁜 놈들을 물색하여 단칼에 처단한다.
주인공 박아지를 중심으로, 비밀스러운 아지의 개인 호위 무사 '비연', 늘 구시렁거리지만 할 건 다 하는 어사의 수행비서 '최참봉' 등 개성 넘치는 조연 인물들이 합세하여 나쁜 놈들을 처단할 때는 최고의 통쾌감을 맛보게 된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유쾌한 스토리가 짧은 호흡의 문장으로 이어져 책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단숨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시대의 새로운 히어로, 박아지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가짜뉴스는 오래된 역사와 뿌리를 가진 현상으로 특정 의도를 가지고 대중을 속이는 허위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고대부터 존재했으며, 19세기 미국 신문사들이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해 유명 인물들의 가짜 결혼 기사나, 외계인이 뉴욕에 나타났다는 황당한 뉴스를 싣던 일도 그 예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불안을 조장하거나 특정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가짜뉴스는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등 심각한 폐해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더욱 빠르게 확산되며,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특히 AI로 인해 가짜뉴스는 더 이상 구분이 힘들어져 '결국 속을 수밖에 없게 된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거짓을 욕망하고, 가짜 정보가 쏟아지는 '탈진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는 가짜뉴스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발생하고 퍼지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특히,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배경과 그 속에 숨겨진 의도, 이를 퍼뜨리는 사람들의 전략과 방식을 구체적인 사례와 통계로 밝혀 독자에게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가짜뉴스가 불러오는 사회적 갈등과 불안을 어떻게 예방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가짜뉴스가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더 큰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만이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는 오늘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뉴스 소비를 더 지혜롭게 할 수 있는 안목과 방법이 이 책에 있다. 가짜 뉴스의 시대를 예견이라도 한 걸까? 영국 시인 존 밀턴의 말로 글을 마친다. "자유롭고 열린 만남에서 진실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걸 누가 알았을까?"
매일 새벽 6시,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키고 쏟아지는 피로를 뒤로한 채 출근길에 나서는 한 사람. 회사에서는 마이크로 매니징하는 상사의 지시에 따라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 후에는 자기계발을 위해 온라인 강의와 운동까지 소화한다. 친구들과의 만남조차도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텨왔지만, 문득 멈춰 서서 자신에게 묻는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뭐 하나?" 늘어나는 통장 잔고나 경력의 숫자에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공허함. 결국 그는 깨닫는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온 삶의 끝에 남는 것은 허무함뿐이라는 것을.
<김미경의 딥마인드>는 우리가 느끼는 이 허무함의 정체를 파헤치며, 그 대안을 제시한다. 김미경은 '잇마인드(It-mind)'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와 그 부작용을 분석했다. 저자는 돈, 성공, 명예 등 세상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온 우리의 잇마인드가 강력한 엔진임과 동시에 스스로를 갉아먹는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이에 맞서 새로운 엔진, 스스로를 살리는 치유의 말 '딥마인드(Deep-mind)'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딥마인드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초개인화된 지혜의 엔진으로, 우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치유하며 삶의 방향성을 찾아준다. ‘열심히’ 살면 모든 것이 좋아질 줄 알았던 당신에게 김미경이 주는 해답, 바로 "딥마인드"이다.
후지산 인근에 자리 잡은 대저택 명랑장. 명랑장을 처음 지은 후루다테 다넨도는 메이지 유신으로 입신한 효웅답게 숙청과 암살이 빈번했던 시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건물 여기저기에 숨겨진 공간이나 비밀장치를 두었고, 명랑장은 ‘미로장’이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 이후 미로장은 다넨도의 아들 가즌도의 대에 아내와 아내의 사촌 시즈마의 불륜을 의심한 다넨도가 아내를 살해하고 시즈마의 팔을 잘라내는 참극이 벌어지는 등 부침을 겪은 끝에, 신흥 재벌 시노자키 신고의 소유가 되었다. 시노자키는 미로장을 호텔로 개장할 준비를 하며, 정식 영업 전 이 집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미로장과 인연이 있는 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던 어느 날, 정체불명의 외팔이 남자가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자 혹시 실종된 시즈마가 아닌가 의심한 시노자키는 긴다이치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그리고 긴다이치가 명랑장을 방문한 날, 미로장을 방문해 있던 가즌도의 아들 다쓴도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시신의 한 팔은 몸에 묶여, 마치 한 팔이 잘려 나간 것처럼 보였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가 10년 만에 국내에 출간되었다. 긴다이치 고스케는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가 1964년 <혼진 살인 사건>에 처음 등장시킨 이래 장·단편을 포함 77편의 작품에서 활약한 일본의 대표적인 명탐정이자, 우리에게는 살인 사건을 몰고 다니는 어느 고등학생의 할아버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약간 더러워진 쥐색 외투에 초라한 보스턴백을 든, 낡은 모직 기모노에 모직 하카마, 찌부러진 벙거지를 쓴 도무지 명탐정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수룩한 외양에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지만, 인간의 마음과 시대가 남긴 상흔에 깊이 공감하고 결정적 순간에 따뜻한 인간미를 발휘하는 그의 등장 자체가 지난 10년간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1978년과 2002년 두 차례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보리출판사를 대표하는 국어 사전, 그리고, 국어.문법 바로쓰기 사전, 속담 사전에 이어, 오랜 기간 공들여 완성시킨 생태 사전을 드디어 선보였다. 우리나라에 사는 동식물과 버섯, 원생생물 총 1,602종의 생태 정보와, 종들 하나하나 섬세하게 그린 세밀화를 수록해 보다 감각적이고 만듦새 좋은 사전이 탄생하였다.
사전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1부는 1,602종의 생김새, 사는 곳, 먹이 등에 관한 설명과 세밀화를, 2부는 생태계의 원리와 생물의 갈래별 특징에 관한 설명을 담았다. 3부는 동식물의 세밀화를 생김새가 비슷한 것들끼리 모았고, 4부는 우리 이름과 영어 이름을 함께 수록했다. 초중등 교과서에서 배우는 거의 모든 생물을 보기 좋게 편집하여 담은 한 권의 책으로, 어느 곳을 펼쳐도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교육용, 참고용, 소장용, 선물용 등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사전이다.
현대인의 정신 질환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심해진다. 굳이 통계를 따지지 않아도 체감되는 사회적 변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약물 치료를 받고 있고, 그 사실은 예전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분명 질환 당사자들에겐 다행인 측면이 있다. 더 이상 숨기거나 모른 척 하느라 질환의 악화를 손놓고 있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의료인류학 및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간과했던 다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신병의 창궐과 약물 처방의 증가가 가리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책이 지적하는 지점은 정신 질환 치료에 대한 현재의 약물 치료 패러다임이 오로지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며 고통을 탈정치화한다는 데에 있다. 사람의 정신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고된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버틸 수 없게 된 정신만을 질환이라 개념화하고 약물로 치료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생산성 높은' 인간이 아닌 상태에 정신 질환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정신 질환의 가짓수, 정신 질환자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구조적 질문을 던지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떤 불합리한 질서를 옹호하는가?
책은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정신병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꼬집으며, 현재의 정신 건강 산업이 이를 얼마나 교묘히 가리고 있는지 분석한다. 약물에 대한 장기적 의존이 실질적으로 치료적 효과가 없다는 연구, 사내 정신 치료 워크숍이 현실의 과로 문제를 무시하는 기만적 사례 등을 논거로 들며 저자는 이 책의 주장을 단단히 다져 나간다. 우리 정신에 필요한 것은 약물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다. 손에 들린 파란약을 가져가고 빨간약을 내미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