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들려오는 미국의 흑인 탄압 소식은 뻔하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다 원인도 잘 알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구조까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에, 놀라움보다는 “또.”라고 반응하기 십상이다. 문제는 아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니, 문제는 제 몸으로 겪지 않은 문제를 안다고 착각하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미국사회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온 이가 자신이 느끼고 겪은 흑인으로서의 삶을 열다섯 아들에게 들려주는 편지다. 오늘의 체험뿐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흑인을 이용하고 억압하고 오해하고 기만했는지, 그 위에 선 미국의 민주주의는 얼마나 허망한지, 그럼에도 흑인에게는 왜 넘어서기 어려운 벽인지를 혹독하리만치 정확하고 정직하게 들려준다. 나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자각하는 일, 변화는 여기에서 시작될 것이고, 결과 또한 이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제각기 어떤 세상을 마주한 모두, 그러니까 당신과 나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