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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앙의 지리학 - 기후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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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불평등에 관하여"
    변기에 볼일을 본다. 물을 내린다. 분변이 사라진다. 변기의 구멍을 세계의 구멍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방금 세계에 나온 것이 다시 세계의 바깥으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고 오해하게 된다. 그것은 여전히 배수관에, 정화조에, 오물 처리장에 있는데 흰색의 변기가 눈속임을 만든다. 보이지 않는 대상에 무지하기는 너무나 쉬운 일이다. 물살이 만든 알량한 물리적 거리마저도 그런 거짓말을 낳는다. 하물며 국가와 국가 간 거리는 얼마나 거대하고 유독한 눈가림을 만들어내는가.

    산업 사회의 빛 좋은 글로벌 공정은 흰색의 변기와 얼마나 다른가. 부유한 국가들은 제조 산업의 밑바닥 공정을 모두 외주화한다. 유명한 브랜드의 친환경 상품들은 동남아의 판잣집 같은 공장들에서 헐값의 노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저자는 캄보디아의 의류 하청 공장에 찾아간다. 그곳에선 기후 재난으로 인해 농업 사회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최악의 착취를 당하며 끔찍한 환경 오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오염을 감독, 규제하는 데는 자본이 필요하다. 이들 나라에선 가능하지 않다. 거대한 양의 탄소를 뱉어내며 만들어진 옷들은 깨끗한 나라로 건너가 "친환경" 마크를 달고 판매된다. 적어도 이 브랜드 관리자의 눈이 닿는 범위에선 친환경이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변기 바깥에선.

    이 거대한 위선에 저자는 "탄소 식민주의"라는 이름을 붙인다. 오늘날의 식민주의는 단지 땅만을 점령하지 않는다. "친환경", "생분해 가능한" "재활용 가능한" 따위의 택은 기후위기 시대에 잘 팔리는 가치이고, 양심적인 개인들이 친환경 상품을 사는 동안에도 기후는 같은 강도로 위협받고 있다. 오늘날의 환경주의는 어떤 권력의 손에 끌려가고 있는가. 기후위기, 불평등, 글로벌화, 노동문제, 그린 워싱을 모두 엮어내어 캄캄하고 두려운 진실을 밝혀내는 역작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