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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2023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김화진의 첫 장편소설. 마음이 점유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젊은 소설가는 장편소설로 세 명의 마음이 그리는 삼각형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서른 언저리의 나이에 만난 세 여자가 있다. 망설이는 사람인 한아름, 꿈이 싫은 사람인 최민아, 에버랜드에 가지 않는 사람인 이해든은 여름에서 겨울로, 다시 '강에는 물이 차오르'는 다음 해의 여름까지 서로를 향해 던진 돌이 강물 표면을 흔드는 동심원 모양을 들여다 본다. 한 여름에서 다음 여름으로, 마음의 지도를 그리며 이야기가 깊어간다.
나에게 둘이 의미하는 것은 애인이었고 넷이 의미하는 것은 가족이었다. 셋은 친구였다. (23쪽)
친구는 애인도 가족도 아니니까 친구 사이엔 알맞은 거리가 필요할 것인데 서른 언저리에 도달해도 이 적정 거리를 설정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상대방을 더 좋은 버전으로, 나를 더 나쁜 버전으로 기억하는 각자의 '나'들은 잘 보이고 싶어 솔직하게 대하지 못하는 이 마음을 들여다보며 서로에게 손을 뻗는다. 셋이 팔짱을 끼고 걷다 손을 놓게되는 순간이 있다. 사거리 모퉁이를 돌면 친구들과 헤어져 홀로 걸어야 하는 길에서 다른 두 친구를 생각하며 느꼈던 저릿한 마음이 이 소설을 읽으며 기억났다.
소설 속 친구들이 어딘가를 향해 정말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도시를 살아가고 있었다.김화진은 언제나 ‘진짜’에 대해 쓰려 한다. 진짜 친구, 진짜 꿈, 진짜 기분, 진짜 마음에 관하여.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이 추천의 글에 붙인 문장대로 이 소설은 우리 안의 진짜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너무 많은 친구들이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나를 떠나갔다. 그때 내 마음은 어땠을까? 두들김에 응답한 마음이 와글와글 내는 소리와 함께 김화진의 소설은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