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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600호를 출간한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새로운 빛깔, 하늘색 프레임 안에 바닷빛이 놓였다. '시집 출간 제안을 받고 바로 눈 내리는 곳으로 떠났다'는 시인의 말 첫 줄부터 시인이 맡은 눈냄새가 밀려드는 듯하다. 여행산문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애독한 독자에겐 풍경까지 생생할 외딴 곳에 우리가 놓인다.
어디쯤 오고 있나요
나는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가능성> 부분
'더 사랑해야 할 몇몇 얼굴들을 생각하다가' (<기차표>) / '결국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지만 혼자 서 있었다' (<줄>)고 나는 적는다. '오래 액자가 걸린 자리에 사각의 자국이 남겨져 있'(<상실의 배>)다면 나는 바라볼 뿐이다. 이 자국이 놓인 자리에 시 말고 더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사랑과 나의 거리가 멀고, 우리가 멀기에 비로소 발생하는 리듬이 있다. 그러니 해설에 더한 이광호의 문장처럼 적을 밖에. '그리고 이병률이다. 말이 더뎌지는 순간이야말로 그 마음의 리듬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라고.(1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