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헤르테르비그는 고향 노르웨이의 험준한 산악과 암석, 호수와 피오르를 비롯한 대자연의 장엄한 풍광을 그려내어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라는 칭호를 얻은 실존 화가다. 그러나 그의 이름에 명성이라는 눈부신 빛이 내리기까지는 그가 생을 마치고도 수십 년이 흘러야 했다. 빛을 추구했지만 우울과 불안으로 점철된 생을 살아야 했던 헤르테르비그. 소설은 그의 인생 한가운데를 향한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미술이라는 꿈을 잃지 않고, 그림을 업으로 삼기 위해 동향 출신의 유명 화가이자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의 교수 한스 구데를 찾아간 젊은 헤르테르비그를.
멋진 양복까지 차려 입고 뒤셀도르프에 당도했지만 앞으로 닥칠 최악의 결과만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청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만약 한스 구데가 나더러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사람,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 말한다면 나는 그림을 더 그릴 수 없다."와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마음. 망상으로 고통받던 그에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운명의 서광이 비쳐오고, 그의 앞날은 혼돈에 휩싸인다.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목소리를 부여한다."는 심사평과 함께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의 대표작. 살아생전 누군가에게 주목받지 못한 한 인간의 비극적인 생을 되살려 그리며 소설은 말하는 듯하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한 소외된 삶일지라도 그 속에는 빛나는 무언가가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