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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던 날, 갑자기 걸려온 전화가 일상에 구멍을 낸다. 클레어의 인생에서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사람, 친할머니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변호사의 전화다. 클레어는 언제나 자신을 운 좋은 입양아라고 생각했고 미술사학자가 되어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 호사라고 여겼지만, 30대가 된 지금까지도 착하게 굴지 않으면 파양될 수도 있다고 여기며 잠정적인 삶을 살아온 것도 사실이었다.
클레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유산으로 받게 될 집과 생물학적 가족들을 보기 위해 메인 주 카디프를 향한다. 그 길의 끝에 어떤 악몽이 도사리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카디프, 바이 더 시> 속 네 편의 중편소설에는 깊은 트라우마를 지닌 네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의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생을 우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조이스 캐롤 오츠는 이들의 일상에 스민 어둠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공포에 공포로 맞선다. 그렇게 공포의 방향을 전복시켜 족쇄가 되어버린 일상을 부수며 파괴적인 탈출을 시도한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