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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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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폄훼된 여성들을 위한 문학적 진혼굿"
    학창 시절 추천도서, 필독도서를 두루 섭렵하던 여자아이는 어른이 되고 나서 이런 깨달음에 배신감을 얻게 되는 순간이 한 번은 온다. "빅토르 위고나 폐기처럼 교과 과정에 있는 작가를 공부해 볼까. 구역질이 난다. 그 안에는 나를 위한 것, 내 상황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을 묘사하거나 이 끔찍한 순간이 지나가게끔 도와주는 대목은 한 구절도 없다." (아니 에르노, <빈 옷장>) 고전 소설의 작가는 대부분 남성, 화자도 남성이다. 나의 성별에 무심한 채 소설의 관점에 내 시선을 맞추며 성장기를 지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다. 내가 읽어온 작품들에서 입체적으로 고뇌하는 주인공의 성별은 나의 것이 아님을. 큰 관심 없이 흘려보냈던 맞거나, 강간 당하거나, 무시당하거나, 속물적으로 유혹하거나, 수발을 드는 그 역할의 성별이야말로 대체로 나의 것이었음을.

    깨달음 후에 다시 읽는 책들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왜 이 여자는 고작 이렇게 소비되는가. 이 여자는 이 상황에서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을까. 이해되지 않는 장면과 모욕 당한 기분. 마음속에서 버려지는 책들이 어느덧 산처럼 쌓이는 와중에 등장한 이 책은 걸작이라 칭송받는 고전들을 모아 고발한다. 여덟 명의 저자는 각각 고전 한 권씩을 불러내어 여성 혐오에 대한 죄명을 묻고, 심문하고, 폭로하고, 훼손당한 여성 캐릭터의 억울함을 달랜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달과 6펜스>, <안녕 내 사랑>, <그리스인 조르바>... 면면이 화려한 이 제목들을 다시 읽고 확장적으로 재해석한다.

    책은 소설의 시대적 한계를 무시하면서까지 현재의 발전적 관점을 강요하진 않는다. 다만 시대와 엮어, 작가가 어떤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 의도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인지까지 추측해 보길 권한다. 이는 작품에 대한 훼손이 아니라 차라리 작품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리고 여러모로 살폈을 때 일부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작품이라면 이제는 칭찬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선언을 해도 되지 않을까.
    - 인문 MD 김경영 (2023.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