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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피고용인인 복희와 웅이에게 월급과 복리후생비 등을 지급하려면 우선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그런 슬아를 보고 복희와 웅이는 중얼거린다.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 (21쪽) 비아냥, 거들먹 등의 묘사가 오가는 풍경. 이곳은 가정집이자 낮잠 출판사. 가부장인 할아버지로부터 글월을 배우던 슬아 어린이는 어른이기에 노동을 감당하고, 더러움을 참는다.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매일 이메일로 원고 한 편을 보내는 단정한 기획, <일간 이슬아>를 통해 선보인 가녀장 이야기, 소설인 듯 소설 아닌 소설 같은 이슬아의 첫 장편소설이 드디어 단행본으로 독자를 만난다. 존자, 복희, 슬아로 이어지는 익숙한 가계도의 인물이 등장해 낮잠 출판사와 스스로의 삶을 경영한다. 슬아는 필력으로, 복희는 살림력으로, 웅이는 청소력으로 시간과 정성을 헐어 노동하고 노동의 대가를 받아 서로를 돌본다. 공짜로 일하지 않고, 받은 값보다 덜 일하지도 않는 산뜻한 태도로 "각자 다른 것에 취약한 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한 채로 살아"(98쪽)가는 모습을 본다. 가부장제의 전복 같은 거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더라도 충분하다. 하루 분량의 노동이 곧 시대의 물꼬를 틀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