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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소연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한자리에 오래 웅크려 있었고, 자주 지쳤고 쉽게 엉망이 되었던 날들이 있었음을 고백하는 글로 산문집 <어금니 깨물기>를 시작한다. 그의 네 번째 산문집인 이 책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날들, 어금니를 깨물며 버텼던 시간 속에서 쓴 글들이 담겨 있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오래 사랑받아온 <마음사전> <한 글자 사전> <시옷의 세계>에서 마음과 감정, 일상을 살폈다면 이번 책은 내밀한 가족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무능했지만 무해했던' 아빠와 '같은 무능이었어도 유해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불러낸다. 가족사 외에도 '무릎을 감싼 채 웅크리고 앉은 한 아이가 겨우 자기 심장만을 바라보며 시를 썼던 시절', 시에 대한 애정, 시 쓰기의 고단함과 환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시인은 다른 시인의 시집들을 읽으며 "한 개인이 자기 방식으로 입을 열어 자기 어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간 세계"라고 표현했다. 이 산문집은 사랑하고 갈망하고 마침내 회복에 가닿기까지의 시간을 시인의 감각과 언어로 표현해낸 각별한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