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연인 라켈을 반려자로 맞으며 안락과 행복의 감정을 처음 알게 된 해리 홀레. 피와 범죄의 나날에 익숙한 그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너무도 맞지 않는 옷 같아 두렵기도 하다. 불안한 행복의 옷을 벗어던지고 낯익은 불행으로 도망가고 싶다는 무의식의 욕망이 현실에 손짓을 보낸 것일까. 만취해 전날 밤의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그날, 그는 뭔가 잘못됐음을 예감한다. 이내 라켈이 살해당했다는 비보가 들려온다.
해리 홀레가 그간 겪어온 무수한 곤경. 폐허를 방불케 하는 황폐한 일상 속에서 더이상 잃을 것도 없었기에 그 어떤 공포에도 맞설 수 있었다. 그러나 절대 잃을 수 없는 소중한 존재, 라켈이 그의 인생에 등장했다. 그 이후는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 생의 가장 높은 순간에서 끝모를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그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충격으로 산산조각 난다. 그리고 알게 된다. "행복은 헤로인과 같"으며 "한번 맛보면, 행복이란 게 있는 줄 알면 다시 행복해지지 않고서는 평범한 일상에서 온전히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의 악과 공포는 인간의 사랑과 행복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