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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이 이럴 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좋지 않아?" 소년 유수프가 만난 아름다운 폭포의 모습. 세상이 산으로 둘러싸여 빛마저도 녹색을 띠는 곳. 그 부드러운 시간은 찰나에 머문다. 유수프의 현실은 부모와 헤어지고 부유한 이슬람 상인에게 팔려 아프리카 내륙 깊숙한 곳을 향하는 여정 속에 있다. 유럽이 지도를 바꿔놓기 전의 아프리카, 소설은 그 무엇도 미화하거나 뭉뚱그리지 않는다. 여전히 누군가는 부끄러움을 모른 채 약탈하고, 누군가는 짓지도 않은 죄를 뉘우치며 수치스러워한다. 초록빛 풍광은 그 모든 인간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름다워서 지옥을 통과하는 이에게도 잠시나마 황홀경을 선사한다.
아랍계 이슬람 동아프리카인이라는 다층적인 소수자의 정체성을 간직하며 영국 사회에서 망명자로 살아온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그리는 아프리카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채로움이 가득하다. 아프리카를 말할 때 언제나 따라붙는 흑인 대 백인, 아프리카 대 유럽, 피해자 대 가해자라는 이분법을 넘어서자, 인도양 무역의 중심지 잔지바르 섬에서 공존했던 아랍인, 인도인, 페르시아인, 아시아인, 백인의 면면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지워지지 않고 생생히 보인다.
어떻게 이런 작업이 가능했을까.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에서 영국으로 이주하고 나서야 고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역사적 의미와 미래에 끼칠 영향에 대해 비로소 반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승리자가 만든 역사에서는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 변형되거나 생략되고, 새로운 논리에 맞게 재구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그것은 "인종 해방과 진보에 대한 익숙한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작가는 한때 그 안에 속했지만 언젠가 상실했고 이제는 그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다.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고국의 도시가 증언하는 과거의 기억들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 가장 잔혹한 기억에서부터 어쩌면 잠시나마 '낙원'을 만난 가장 아름다운 순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