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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 장편소설. 이한열의 운동화를, (<L의 운동화>), 김복동의 증언을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옮기던 집요함으로 김숨이 조선소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철판에 올라선 이들의 위태로운 춤을 기록한다. <철> 이후 13년 만에 써낸 조선소 이야기. '반장'이 일감을 따내는 것에 자신의 생계가 좌지우지되는 하도급 구조에 놓인 하루살이 노동의 삶을, 제 이름과 상관없이 '무하마드'로 불리는 외국인 노동자를, 반장하고 술을 마셔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너 인생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지 마'(121쪽)라는 얘기를 듣는 여성 노동자를, (말하는 상대방은 대신 술을 마셔준 같은 여성 노동자이다.) 그들의 처지와 마음을 김숨의 소설은 시 같은 문장으로 살핀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해 파값이 상승했다는 기사. 회계 부실 등을 이유로 오래 잠잠했던 '조선주'가 다시 기지개를 켤 거라는 기사를 읽는다. 장바구니 물가와 투자 심리 너머엔 아직도 노동자가 춤추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엄청난 부자였지만 더 부자가' 될 (97쪽) 배의 주인들을 위해 상자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말하는 소설이 아직 있다. '철에서 빛이 나려면 손가락에서 피가 나야 한다는 걸 그는 모를 거라고.' (97쪽) 김숨의 소설은 이야기한다. 노동자는 노동자답게 깨진 한국어로 말해야만 '리얼'하다고 상상하지 않는 소설가. 김숨은 '니체의 문장으로 질문'(382쪽)하는 노동자를 상상하는 작가이다. 쉽지 않으므로 쉽게 묘사하지 않는 김숨의 문장의 그 여백처럼, 나는 이 소설에서 풍기는 철 냄새를 아는 편에 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