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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천선란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말과 로봇과 인간의 우정을 꿈꾸는 아름다운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천선란이 쓴 뱀파이어 로맨스'라는 정보 외의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아직 천선란을 만나지 못한 독자를 위해 조금 더 말을 덧붙여 보자면.
인천 구시가지에 위치한 철마재활병원. 형사 수연은 이 병원 환자들의 연쇄 자살을 수사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수연은 자신보다 먼저 병원을 '찾아온' 완다와 마주치고, 그는 이 사건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며, 범인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일 것이라고 수연에게 정보를 준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난주가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훔쳐다 몰래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외로움이 자신을 잠식한 수연, 타국에 입양된 후 고독한 이방인으로 자란 완다. 가족에게 착취당하고 그들의 빚을 대신 갚으며 삶을 견디는 '착한 딸' 난주. 이 세 여자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뱀파이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59쪽)인 외로움을 찾아온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을 본 순간부터 나는 이 이야기에 일찌감치 사로잡혔다. 완다를 보는 수연은 "이 미친 여자의 말을 듣게 된 경위를 따지려면" (9쪽) 하고 완다의 이야기속으로 뛰어든다. 스스로가 '미친 여자'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이들.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외롭고 괴롭고 화가 날 수 있는지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이들을 위한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 구원이라도 필요한 이들의 여름밤을 위해, 구원처럼 이 소설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