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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갈하게 늙고 싶었다"
    윤성희의 여섯번째 소설집.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소설을 선정해 소개하는 '김승옥문학상'의 첫 수상작이었던 <어느 밤>이 수록되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장민지 어린이의 킥보드를 훔쳐 단지 안을 질주하는 할머니 이야기. 그러다 도로에 넘어진 그의 기억과 함께 그의 신산한 삶과 소소한 긍지가 함께 스쳐지나간다. <여름방학>, <남은 기억>, <눈꺼풀> 같은 각 단편의 제목은 대체로 그의 문장처럼 힘을 뺀 채 놓여있다. 문장은 소박하지만 문장을 풀어내는 한 문단, 문단은 길다.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엄마의 수다처럼 실타래를 풀듯 삶의 기억이 이어진다.

    "마술에서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유머라고."(110쪽) 마술 선생님이 말한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일가를 이룬 소설가 윤성희도 꼭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25년 전에 1,500만원을 떼어먹은 아는 언니에게 대문 없는 국숫집에 가서 같이 욕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영순. 국숫집 주인은 남편의 회사에서 공금횡령을 한 총무과장과 남편의 내연녀로 현재 그 둘이 함께 살며 차린 국숫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남은 기억> 中) 욕 한바가지를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고개를 넘어넘어 국숫집으로 향하는 위풍당당한 중년 여성들의 뒷모습을 상상하면, 윤성희의 이 슴슴한 유머에 어느새 마음이 찡해진다. 기억이 아주 많고 걸음이 느린 여성들의 이야기. 2021년의 윤성희가 집중하고 있는 이 나이 든 여자들의 이야기는 꼭 그 여자들처럼 부드럽고 단단하고 깊다.
    - 소설 MD 김효선 (2021.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