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 <별뜨기에 관하여> 속 한 장면. 실뜨기를 하듯 별뜨기를 하는, 점성학자 지구인이 위탄인과 같은 우주선을 탔다. 그들의 공통의 목적은 별을 찾아내는 것. 지구인과 위탄인은 범은하 문화교류촉진위원회'에 의해 서로 죽이 잘 맞는 종족이라고 '짝패'로 결정된 이후 줄곧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산소포화도부터 달라 전혀 죽이 맞지 않는 이들. 위탄인 제르비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일삼았던 지구인의 야만의 역사를, 지구인인 '나'를 경멸하는 것 같다. 나는 과연 제르비와 무사히 임무를 마칠 수 있을까.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의 작품으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는 독보적 재능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이영도의 첫 SF 단편소설집. 위탄인과의 문화교류를 위해 서로 교환한 동화책을 표준어를 쓰는 이 교수와 문화어를 쓰는 인민군 출신 박 대위가 힘을 합쳐 한국어로 번역하는 이야기 <카이와판돔의 번역에 관하여>, 인공지능 로봇이 대속하겠다며 소동을 일으키는 <구세주가 된 로봇에 대하여>, 우주 시대를 누리게 된 지구 문명에서 발생한 기이한 연쇄살인을 다룬 이야기 <복수의 어머니에 관하여> 등 네 편의 '위탄인 시리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주의 눈에 지금의 우리를 비추어 보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 이영도 특유의 힘 있는 대화체와 재치 있는 문장이 연주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즐겁게 감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