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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날 한 아이로부터 갑자기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듣는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한다. 이제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숙제를 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미워한다. 미움은 점점 커지고 힘도 세지고, 내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 기분은 뭐지? 나는 언젠가 팔에 부스럼이 났을 때를 떠올리며 그 아이를 미워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마음에 품기 시작하면, 그 감정은 나를 잠식해간다. 밥을 먹을 때 목에 걸린 가시처럼, 신나게 놀면서도 찡그려지는 얼굴로, 편안한 잠을 방해하는 악몽으로 내 곁에 자리잡는다. 부스럼은 가만히 두어야 낫는 것처럼 '나'는 이유나 해결책을 찾는 대신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미움이라는 족쇄를 지니고 있는 그 아이는 여전히 빨간 얼굴을 하고 있지만. 조원희 작가는 단순명료한 그림과 섬세한 이야기로, 우리가 흔히 경험하지만 어렵고 복잡미묘한 '미움'이라는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다친 마음을 위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