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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 더 많은 사람이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설이 화제의 중심에 서길 늘 바라지만, 소설 그 자체가 화제가 되는 일은 실은 그리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장류진의 소설은 바로 그 흔치 않은 일을 가능케 한 힘이 있는 소설이다.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무장한, '웃픈' 직장생활의 현실을 다룬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웹사이트에 공개됨과 동시에 SNS에서 말 그대로 화제를 모았으며,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트래픽이 발생했다. 40만건의 조회수가 발생한 이 소설이 단행본으로 엮여 드디어 독자를 찾았다.
결혼식 직전 청첩장을 개별적인 점심모임을 통해 받았다면, 반드시 '봉투'라도 보내야 하며, 실수로 그룹 아이디 계정에 전체회신을 했다가는 전 직원이 나의 부서이동 계획을 알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밥을 사기로 한 동료가 8,000원 짜리 메뉴를 주문했는데, 밥을 얻어먹는 입장에서 12,000원 짜리 메뉴를 주문하는 건 상도에 어긋난 일이다. (<잘 살겠습니다> 中)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미묘한 경계가 파티션 위를 거미줄처럼 얽고 지나가고, 일의 기쁨과 슬픔 역시 경계를 따라 교차한다. '개발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스타트업 회사로 이직한 개발자 동료의 짜증까지 기어이 이해하게 되고, 친하지도 않은 그를 위해 생일선물을 충동구매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 中) 비효율과 굴욕으로 점철된 생활, 그러나 월급을 받아 항공권을 결제하면 다시 다음 달이 시작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우리는 다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제 자리에서 오늘의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동료의 한숨 소리에 왈칵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 동료의 슬픔을 이해하기에 '쉴드' 치기도 하는 나날. 이야기가 묘사하는 절묘한 기쁨과 슬픔의 순간들, 소소하고 산뜻하고 섬세하다. 탁월하게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묘사해온 소설가 정이현이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는 평과 함께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