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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아 '요한네스'라 불리게 될 아기. 그가 노르웨이의 작은 해안가 마을에서 생을 시작하고 또 스러져가는 순간들이 마침표 없이 띄어쓰기와 쉼표로 이어진다.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와 분리되어 혼자가 되고, 삶의 높은 파고를 넘기도 하고, 인연 속에 머무르기도 하면서, 다시 처음 있었던 곳으로 '무에서 무를' 향해 흘러간다.
작가 욘 포세는 연극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언어 사이의 침묵을 파고드는 특유의 형식으로 '21세기의 사뮈엘 베케트'라고 불려왔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는 그의 작품에는 사람보다 오래 그 자리를 지켜온 고향 노르웨이의 피오르, 바다, 비와 바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생의 아침과 저녁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소설은 묻는다. 우리 인생이 결국 '무에서 무'일지라도, 그 속에는 푸른 하늘이나 이파리를 틔워내는 나무들처럼 삶에 의미와 색을 부여해 '무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는 무언가가 있지 않겠냐고. 쉼표와 쉼표 사이 여백이 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