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일을 계산하고, 하루 종일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아이 학교생활을 걱정하는, 합리를 좇으며 사는 날들. 이성만 들어찬 마음은 점점 딱딱해져 간다. 그대로도 잘 살 수 있다면 문제없겠지만 마음은 본디 그렇게 생겨먹질 않아 결국엔 터지고 찢어져 버린다. 바쁜 일상의 귀퉁이를 헐어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조물거리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저자는 어른들과 함께 그림책 읽는 모임을 이끌고 있다. 아이 없이 어른들만 모여 그림책을 읽는다니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함께 둘러앉아 그림책을 읽고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 때가 이들에겐 마음의 온도를 재는 시간이다. 너무 과열되진 않았나, 나도 모르는 새 차가워지진 않았나, 그림책을 보며 지금 마음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인다. 뜬금없는 눈물이 터지기도, 순수한 웃음을 짓기도 한다. 마음을 쓰다듬는 과정이다.
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그림책들과 그에 관련된 작가의 이야기를 모았다. 담담히 풀어놓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온화한 분위기가 그림책을 읽는 시간으로부터 온 건가 싶다. 저자가 소개하는 그림책들이 궁금해져 한 권 한 권 표시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그림책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사태(?)를 예견한 건지 친절한 저자가 그림책 모임을 진행하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부록으로 실어놓았다. 이참에 시작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