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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된 문정희 시인을 엿보게 하는 시집. 유연한 목소리로 살아가는 나날을 기록했다. 책제목 <오라, 거짓 사랑아>는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는 시인의 심정을 담고 있다. 갈급할 것 없는 평탄한 하루보다는 '사랑'을 택하겠다는 것. 그러나 맘대로 사랑이 와주는 것도 아니어서 시인은 '거짓 사랑'이라도 불러들이고 싶은 심정이다.
'빌어먹을, 날씨만 좋으면 뭐하나./ 날씨에 알맞는 일도 좀 있어야지'라고 신경질을 부리는 폼이 따분하고 나른한 일상 그대로다. 그런 그녀에게는 계절의 변화도 커다란 사건이 된다. '큰일났다. 여자들에게 가을이 왔다'고 놀라는 걸 보면.
또 시 '러브호텔'에선 몸 속에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을 한 데 넣어두고 하루씩 번갈아 가며 드나든다고 했다. 그렇게 바삐 돌아다니느라 온몸이 다 후들거리고, 오지 않는 사랑 때문에 마음은 참 쓸쓸해도 그게 자신의 일상이라는 것.
제3부 '콧수염 달린 남자'에서는 문자 그대로 '사랑'을 하겠다고 고백한다. 어느 외국 여성작가를 그리워하고, 갈비 뜯듯 시를 쓰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래서 숨막히고 그래서 아름답고 슬픈' 것은 다 사랑이라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라고 외친다.
조금 다급해진 그녀는 도대체 어디를 가야 다시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묻는다. 어제와 같은 오늘, 아무렇지도 않게 보태지는 또 다른 하루 속에 사랑이 있을 것이라고, 머잖아 '거짓 사랑'이라도 이 일상 속으로 찾아 들어올 것이라고 자답(自答)하면서. - 최성혜(2001-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