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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물론 인류 문명 초기부터 존재했지만, 오늘날 도시와 직접적인 연결을 맺는 시기는 역시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현대화에 접어든,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비로소 전 세계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가능하게 된 18세기일 터, 이 책은 당시 도시의 모습과 그 안의 삶을 담아내려 스물다섯 명의 전문가를 각지에 파견하고, 그들이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한데 모아 당시의 세계상을 그려낸다.
우선 이들이 다녀온 도시의 다채로움에 놀라게 되는데, 유럽의 암스테르담, 베를린, 빈뿐 아니라 유럽의 외곽 이르쿠츠크와 아메리카의 보스턴과 뉴욕, 아시아의 북경, 도쿄, 방콕, 자카르타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에도 실상을 마주하기 쉽지 않은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 형형색색의 빛깔을 찾아보게 되고, 이들이 출발하고 돌아온 이곳, 그러니까 한반도에 자리한 서울, 평양, 수원의 18세기에 이르면, 매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각자의 삶이 무엇일지 돌아보게 된다.
문득 2, 300년 후의 사람들은 오늘 우리가 살아간 이 도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이해하고 바라볼지 궁금해진다. 내가 거닌 골목골목이, 내가 만난 면면이, 내가 남긴 무언가가 도시를 이룬다는 생각에 이르니, 2, 300년 전 그곳을 그렇게 살아간 낯선 이들을 더욱 깊이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만나는 도시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가 커진다. 가깝게는 평양이 그런 도시 아닐까 싶고, 서둘러 그곳의 21세기를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