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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이 있다. ‘한순간의 빛, 떨림, 들이마신 숨, 물의 정적’을 기억하는 사람, ‘꼬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오랫동안 어떤 중심에서 비껴서서 살아온 사람의 얼굴’을 지닌 사람, (노랑무늬영원) ‘지금 당신이 겪는 어떤 것으로부터도 회복되지 않게 해달라고’(회복하는 인간) 기도하는 사람, 앞에 가는 이의 ‘예민한 걸음걸이가 깨어질까 봐 소리쳐 부르지 않았던’(밝아지기 전에) 사려깊은 사람. ‘내가 경멸하고 혐오하는 것은 내 삶이야.’(훈자)라고 말하는 사람. 외롭고, 고요하고 예민한 사람들. 그들이 꿈꾸는 찰나의 빛은 한강의 소설에 담겨 있다.
2003년 발표된 <노랑무늬영원>에서 2012년 발표된 <밝아지기 전에>까지, 12년 간 아껴 읽었던 한강의 단편 일곱 편이 수록되었다. 작가 특유의 단단한 문장이 이뤄낸 투명한 세계를 깊은 숨을 쉬며 읽는다. 고독과 고통, 추구와 의지, 문장 속 빛이 있다.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같은 한강의 장편소설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놓쳐선 안 될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