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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회사원 고와다. 평일엔 묵묵히 회사를 다니고 주말엔 '이끼 낀 지장보살'을 자처하며 칩거한다. 그가 꿈꾸는 삶은 남쪽 섬에서 망고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의미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반면 교토의 명물 혹은 괴인 ‘폼포코(너구리) 가면’은 거리를 누비며 미아를 구해주거나 행패를 부리는 취객을 제압하는 등 선행을 하며 바삐 지낸다. 생업은 따로 있는 듯하지만 그의 정체는 가려져 있다. 7월의 교토, '기온 축제'를 하루 앞둔 흥성흥성한 전야제의 날. 공통분모가 전혀 없는 두 사람이 맞닥뜨리고, 누구도 원치 않았던 한여름밤의 나태하고 거룩한(?) 대모험이 시작된다.
모리미 토미히코답게 이번 신작도 역시 교토 이야기다. 이 소설로 '교토 사람들이 가장 읽어주었으면 하는 소설'을 선정하는 제2회 교토책 대상을 수상하기도. "게으름에 능숙한 사람을 동경하여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처럼, 게으름뱅이가 활약할 수 있는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교토의 여름밤을 활보하고, 헤매고, 만끽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놀랍고도 몽환적이며 게으르지만 정신없이 유쾌한 교토의 밤'으로 당장 떠나고 싶어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