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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로 시작한 문지 시인선이 500번째 책을 엮었다. 초판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시집 85권을 선정하여, 해당 시집의 저자인 65명의 시인마다 각 2편씩의 대표작을 골라 총 130편을 한데 묶었다.
이 시집이 호명하는 시들은 항상 우리의 삶에 있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를 분절하던 최승자. (<삼십세> 中)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라며 긴 이야기를 시작하던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中)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라고 도저한 슬픔을 묘사한 문태준. (<가재미> 中) 편집을 맡은 조연정의 발문대로 '이 시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의 삶이 구원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으나, 그러한 믿음이 거꾸로 이 시들을 살게 한 것도 사실이다.' 시와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이 한 권의 책이 기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