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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들을 곧 확인할 수 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리틀 보이가 아닌 '리틀 걸'이라고 적혀 있고, 주인공의 지도교수 미치오 기쿠는 분명 (이 세계에서는) 미치오 가쿠일 것이다. 의아해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디어 랄프 로렌>이 허구의 사료들을 섞어 만들어 낸 환상의 역사를 추적하는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진짜와 가짜 인물들, 실존하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들에서 따온 발췌들이 뒤섞여 있다. 그러나 손보미는 작가의 말에서 그 실존하지 않는 인물들을 지어냈다고 하지 않고 다른 우주에 있다고 말했다. 이 우주를 손보미 유니버스라고 해 보자. 어쩌면 단순한 까메오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에 등장했던 영화감독 장 자크 밀레노가 <디어 랄프 로렌>에서도 언급된다. 작가는 여러 소설에서 여러 다른 세계를 그리는 게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여러 각도에서, 여러 인물을 통해 묘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세계는 (이 세계의 기준으로 볼 때) 허구와 사실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 말하자면 그곳에서는 소설/허구가 실재의 양식으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디어 랄프 로렌>에서 여러 인물들이 끊임없이 풀어내는 회고는 '손보미 유니버스'가 어떠한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그 세계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들이 파생시킨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래서 (실재하는 세계에 관한) 물리학을 공부하다가 실패하고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 이야기들 투성이인) 랄프 로렌의 생애를 추적하던 주인공이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야'한다는 말을 할 때, 독자는 그가 돌아갈 곳이 지금 이 세계가 아니라 바로 손보미의 우주임을, 이야기와 꿈들의 세계임을 직감할 수 있다. 손보미 유니버스에도 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그 우주의 꿈들이 인간의 힘겨운 삶을 일거에 해소시켜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여기에는 끊임없이 허무의 밑빠진 독을 채우는 수많은 작은 사람들의 사연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을 위로라고 할 수 있다면 <디어 랄프 로렌>은 소설가가 독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식의 위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