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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노래, 판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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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숲속에서 피리를 불기 위해 애쓰는 위대한 신, '판'을 마주친 소년 워렌은 그 이후로 계속 판에 대한 꿈을 꾼다. 어느 날의 꿈속, 판은 피리를 삼켜 용으로 변해 온 곳에 불을 내뿜는다. 잠에서 깬 워렌은 방에 들어온 개미 떼의 여왕으로부터 자연의 신 판이 피리를 불지 못해 재앙이 불어닥칠 거라 말하며 맞서자 제안한다. 워렌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개미들을 위해 땅을 팠고 박쥐들을 위해 옷장을 내어주고 거미, 암탉, 두꺼비를 위해 자신의 방을 양보한다. 정말로 용의 모습으로 잠에서 깬은 '판'은 입에서 불과 우박과 홍수와 폭풍우를 마구 쏟아낸다. 여왕개미가 말했던 재앙이 코앞까지 들이닥친 것이다. <표범이 말했다>로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제레미 모로는 감각적인 그림으로 철학적 주제를 스토리텔링하는 데에 뛰어난 작가이다. 전작에서 삶에 대한 거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그림책에서는 지구 생명체들에게 닥친 기후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 기후 변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안겨준다. 거침없이 대양을 가로질러 불을 내뿜는 판을 실제로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인 인간은 무얼 해야 할까.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화합만이 재앙을 잠재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화합을 이끌어 내는 '함께 부르는 판의 노래'는 진부할 수 있으나 우리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의 상상력 넘치는 그림으로 만나는 판의 노래 악보를 더 늦지 않게 펼쳐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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