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허송세월에 깃든 격렬한 삶의 문장들"
소설가 김훈이 5년 만에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글을 쓰며 치열하게 살아온, 이제는 "여기저기서 또래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늘그막의 세월"을 다시 치열하게 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일산 호수공원을 자주 산책하며 쓴 단상, 새와 나무 이야기, 작가가 사랑한 사람들,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늙어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슬픈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돈되지 않은 채로 그 늙음을 민낯으로 마주하고야 만다. 그러나 <허송세월>을 읽고 있노라면 잠시 그 두려움을 내려놓고 담담해진다. 단정하지만 강렬한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연약해진 마음속을 메워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결국엔 주고야 마는 것이다. "희망의 힘에 의지해서 살지 않고 이런 미완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글, 참으로 오래도록 회자될 명문의 탄생이다.- 편집 주간회의
"금융이 궁금한 순간 100가지"
이른 아침, 난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다. '오늘도 분명 바쁜 하루가 되겠지.'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시작을 연다. 오늘따라 크게 울린 앱 알람은 오늘이 한 달에 한 번뿐인 월급날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누가 그랬던가? 월급은 사이버머니라고. 잠깐 머무르다 카드, 세금, 보험 등으로 흩어져 버리고 남은 돈 중 일부는 저축을, 일부는 투자를 위해 다른 계좌를 옮겨 놓는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TV를 보며 쉬고 있던 중, 앱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통장잔고를 확인한다. 이번 달에도 생활비와 경조사비 등으로 꽤 쓴 탓에 마이너스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지출 항목을 꼼꼼히 체크하는데, 이런 의문이 든다. "삶에 돈은 너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을까?"
한국인들은 '물질적 행복'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으면서도 실제 금융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에 토스는 사용자들에게 자주 받아온 "금융교육은 어디서 받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더 머니북>을 출간했다. 이 책은 금융·경제 분야 전문가 27인이 저축, 소비, 투자, 대출, 부동산, 세금, 보험, 연금 등 실생활에 밀접한 100가지 금융상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답변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독자들은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돈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아울러 돈에 대한 마인드셋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는 돈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편집 주간회의
"엄마 이은경이 눈물로 써내려간 흔적들"
이은경쌤은 누적조회수 3,000만 뷰를 기록한 교육전문가면서 수많은 자녀교육서와 학습서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특히 거의 실시간이라 할 정도로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옆집 언니 같은 친숙함으로 엄마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은경쌤은 어떻게 아이들을 돌볼까?
고등학생과 중학생, 연년생 아들 둘의 양육자인 저자는 워킹맘으로서 또 느린 학습자인 자녀를 주된 돌봄인으로서 예민하고 불안하게 보낸 시간을 솔직하게 책에 담았다. 어떤 이론적인 지식이나 가르침 없이도 저자의 에피소드에 울다 웃다 보면 양육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구의 증명> 최진영과 미래의 소설"
<구의 증명>(2015)으로 시간을 거슬러 사랑받고 있는 최진영의 신작 소설집.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홈 스위트 홈> 등 2020년대에 발표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전쟁을 세 번 겪은 할머니를 둔 '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미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미래와 격돌할 것을 다짐한다. 오페라의 서곡처럼 맨 앞에 놓인 소설 <쓰게 될 것>은 이 소설들이 향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최진영이 독자가 사랑하는 또 하나의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에서 디스토피아를 마주한 인물들은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라는 문장을 쥐고 질주했다. 작열하는 태양, 전쟁, 아픈 몸 같은 현재적 질문을 품은 최진영의 인물들은 체념하는 대신 뭐라도 한다. 어린이, 가부장제 하의 여성, 아픈 몸을 사는 사람으로 몸을 바꾸며 이들은 '위악보다는 위선이 낫다고. 망하고 싶으면 너 혼자 망하라고'(153쪽) 한 마디를 더 하고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썸머의 마술과학>의 이여름 어린이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썸머로 정했다고, 그러니 썸머로 불러달라고 세계에 반복해 말한다. '내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만이 나를 썸머라고 부른다.' (141쪽)는 썸머의 말은 꼭 이름에 대한 것만으로 들리진 않았다. 2040년대를 살아갈 썸머의 바람은 집 근처 강변을 산책하는 어른이 되어 소소하고 평온한 하루를 누리는 것. 썸머의 말에 귀를 열고 썸머가 스스로를 썸머라고 정했으면 썸머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쓰디쓴 삶이라도 이야기로 써서 고통 너머로 나아가고 싶다'는 작가의 말대로 최진영의 소설은 사랑하는 것이 존재할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편집 주간회의
"여름에서 여름까지 마음의 삼각형"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2023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김화진의 첫 장편소설. 마음이 점유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젊은 소설가는 장편소설로 세 명의 마음이 그리는 삼각형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서른 언저리의 나이에 만난 세 여자가 있다. 망설이는 사람인 한아름, 꿈이 싫은 사람인 최민아, 에버랜드에 가지 않는 사람인 이해든은 여름에서 겨울로, 다시 '강에는 물이 차오르'는 다음 해의 여름까지 서로를 향해 던진 돌이 강물 표면을 흔드는 동심원 모양을 들여다 본다. 한 여름에서 다음 여름으로, 마음의 지도를 그리며 이야기가 깊어간다.
나에게 둘이 의미하는 것은 애인이었고 넷이 의미하는 것은 가족이었다. 셋은 친구였다. (23쪽)
친구는 애인도 가족도 아니니까 친구 사이엔 알맞은 거리가 필요할 것인데 서른 언저리에 도달해도 이 적정 거리를 설정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상대방을 더 좋은 버전으로, 나를 더 나쁜 버전으로 기억하는 각자의 '나'들은 잘 보이고 싶어 솔직하게 대하지 못하는 이 마음을 들여다보며 서로에게 손을 뻗는다. 셋이 팔짱을 끼고 걷다 손을 놓게되는 순간이 있다. 사거리 모퉁이를 돌면 친구들과 헤어져 홀로 걸어야 하는 길에서 다른 두 친구를 생각하며 느꼈던 저릿한 마음이 이 소설을 읽으며 기억났다.
소설 속 친구들이 어딘가를 향해 정말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도시를 살아가고 있었다.김화진은 언제나 ‘진짜’에 대해 쓰려 한다. 진짜 친구, 진짜 꿈, 진짜 기분, 진짜 마음에 관하여.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이 추천의 글에 붙인 문장대로 이 소설은 우리 안의 진짜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너무 많은 친구들이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나를 떠나갔다. 그때 내 마음은 어땠을까? 두들김에 응답한 마음이 와글와글 내는 소리와 함께 김화진의 소설은 걷는다.- 편집 주간회의
"여름 언덕에서 내려와 당근밭에 서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내려와 ‘당근밭’을 걸으며 채집한 삶의 신비가 있다. 밤 한 알을 손에 쥔 시인은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
밤으로부터 밤을 구하려면 밤도 감수해야 한다. 피부가 사라지는 고통을. 그래도 조각나지는 않는다.
<밤 가위> 14쪽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열과>,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2020) 수록) 여름과 대면한 시인이 4년이 지나 맞이한 세계는 더 혹독한 여름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곳곳은 분노와 폭염으로 지글지글 끓고 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를 쓰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어요'라고 시인은 미니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여름이 상하게 한 것이 나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해서' (<터트리기> 27쪽) 상할 걸 알면서도 그대로 두고 싶은 그 마음을 앞에 두고 시는 이렇게 간절해진다.
지겹도록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벗고 싶어요 (<코트룸> 20쪽)
자꾸 그렇게 자신을 잊으려 하지 말아요 (<기록기> 85쪽)
이 혹독한 세계를 살아가는 이에게 그래도 한 번 더 당근 밭을 걸어보자고, 흙물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대화를 청하고 귀를 연 시가 있다. '내가 있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물결의 시작>120쪽)고 우리를 듣는 시가 곁에 있다.
그러니까 계속 걷자. 당근의 비밀을 함께 듣자. 펼쳐진 것과 펼쳐질 것들 사이에서, 물잔을 건네는 마음으로.
(시인의 말, 5쪽)- 편집 주간회의
"기후 저널리스트의 충격적인 폭염 르포"
자연재해 사망자의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재해가 무엇일까? 허리케인? 태풍? 수해? 정답은 폭염이다. 심지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다른 모든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의 합계보다 훨씬 높다. 이제 여름은 낭만을 찾기엔 잔혹하게 더워졌다.
기후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폭염이 우리를 죽이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면 되지"는 한없이 나이브한 발언이다. 에어컨은 전기를 많이 잡아먹고,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폭염을 부추긴다. 최악의 악순환이다. 가난한 이들은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놓을 돈이 없다. 그저 버틸 뿐이다.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몸은 일정 온도 이상에서 순식간에 열 경련과 열사병을 일으킨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야생동물들도 거처를 옮기고 있다, 이 말인즉슨 인간과 닿을 일 없던 전염병 매개체들이 인간의 서식지와 가까워진다는 말이다. 이미 과학자들의 입에선 여러 전염병들의 이름이 쏟아지고 있다.
책이 증언하는 현실과 예측하는 미래는 온통 암울하다. "믿을 수 없다"고 외면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책 속의 주장들은 모두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이 책을 두고 "<안네의 일기>만큼 우울하지만 전 지구 80억 인구가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말했다. 이미 늦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조금이라도 막아야 한다. 초여름의 날씨라곤 믿을 수 없이 뜨거운 6월, 조급한 마음으로 주변에 권하게 되는 책이다.- 편집 주간회의
"20세기의 광기 어린 사랑들"
최근 몇 년 새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연애 프로그램들, 두세 개나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이름을 늘어놓고 보니 줄줄이 소시지다. 나는 솔로, 돌싱글즈, 연애남매, 환승연애, 하트시그널, 솔로지옥... 위기의 시대엔 자극적인 사랑이 흥하는 걸까?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어둠 앞에서 인간은 눈 가리고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으나 정신 차려보니 사랑과 연애 이야기에 중독된 이들에게, 이 분야의 정수를 추천한다.
1차 대전 이후, 2차 대전 직전의 깜깜한 시기에도 열광적인 사랑은 유행이었다. 이 책은 그 파괴적이고 강렬한 사랑의 구석구석을 생생히 전달한다. 사르트르의 바람과 보부아르의 괴로움, 한나 아렌트의 하이데거에 대한 미련,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문어다리, 쿠르트 바일의 순정.... 주로 고고한 모습들만 알려진 예술가와 철학자, 정치인과 과학자 들의 치졸하고 정열적인, 더럽고 권태로운,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착착 펼쳐진다.
전작 <1913년 세기의 여름>에서 마치 실제로 목격 중인 듯 현실감 넘치는 묘사와 매끄러운 장면 전환 서술로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은 플로리안 일리스는 이번 책에서도 역시 영화적 서술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의 흡입력 있는 문체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만나 더 활기 넘치는 듯 느껴진다. 녹아내릴 듯한 여름, 광기 어린 사랑 이야기가 제철이다.- 편집 주간회의
"AI 챗봇은 일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IT혁명은 '일'의 방식과 종류를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9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인터넷 확산, 모바일 혁명, 소셜미디어 등장,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확산, 그리고 AI(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은 지속적으로 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직종의 소멸과 출현이 동시에 일어났으며, 새로운 형태의 근무가 일상화되었다. 그리고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또 한 번 '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2025년, 챗봇 네이티브 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최고급 코스 <챗봇 2025>가 출간되었다. 2025년은 AI 챗봇이 본격적으로 우리 삶에 들어오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발맞춰 김덕진 소장과 서승완 대표가 2025 AI 챗봇 트렌드를 소개한다. 이 책은 일상 및 비즈니스에서 활용 가능한 60개 맞춤형 AI 챗봇의 활용법, 제작법을 상세히 설명하며, 일반인을 위한 범용 챗봇부터 기획자, 크리에이터, 마케터 등 특정 직군을 위한 맞춤형 챗봇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AI 챗봇 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챗봇을 활용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AI 챗봇이 무엇이고 우리 일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것인지, 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박정호 교수, 김상균 교수가 강력 추천했다.- 편집 주간회의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
"오늘 날씨 좀 알려줘", "오늘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오겠습니다. 강수 확률 70%." 날씨 확인을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 출근 준비를 마치고 자동차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이 자동 연동되고 음악이 흘러나온다. 목적지는 '서소문', 도착 직전 끼어드는 오토바이에 자동차가 스스로 멈춰 사고를 면한다. 업무 폭주에 오늘도 은행 업무는 금융 AI 봇을 통해 처리한다. AI 비서, 자율 주행 자동차, 화상 진료, AI 금융 서비스, 실시간 통역 등 우리는 이미 AI 시대에 살고 있다. 2022년 말 챗GPT가 불러온 뜨거운 논쟁과 담론, 'AI'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성균관대 최재붕 부총장이 <포노 사피엔스>이후 5년 만의 역작 <AI 사피엔스>로 돌아왔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진화한 포노 사피엔스가 AI라는 신무기를 장착하고 새로운 신문명을 만들고 있는 과정을 세세하게 포착했다. 'AI가 나와 무슨 상관이지'하고 생각하는 95%의 사람들에게 AI 시대를 대비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일상의 변화부터 산업의 진화, 미래의 업종과 투자 방향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해소하고, 변화에 대한 기대와 확신을 주며 용기와 의욕을 불어넣는다. 권오현, 김상균, 박용후, 하정우가 적극 추천했다.- 편집 주간회의
"차별과 차별 너머"
뉴스레터 '오터레터'의 독자들은 이미 매력을 알고 있겠지만 발행인 박상현의 글은 좀 독특하다. 그는 주로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미국의 기사들을 번역하여 소개하는데, 조금 더 나은 이해를 위해 문화적 배경 설명과 그 자신의 견해까지 덧붙여 풍성한 내용을 전한다. 차분하고 산뜻한 문체까지 더해져 오터레터는 내용의 질과 가독성을 모두 붙잡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차별과 편견에 관한, 그리고 차별을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차별은 구조적이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의 형태로 발현된다. 책은 인종, 젠더, 장애 등의 차별에 관한 현실을 주로 실존 인물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결말이 짐작 가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문제의 핵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넓은 눈으로 사회를 보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에 관한 글과 증언은 도처에 널려있고 그것들은 제각기 의미를 가지지만 그 중요한 메시지를 독자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읽게 만들지는 전적으로 메신저의 능력에 달렸다. 의미에 이르는 길에 재미를 녹일 수 있는 능력은 흔치 않다. 차별을 주제로 희망을 말하는 일은 더욱 귀하다. 이 모든 미덕을 갖춘 책이다.- 편집 주간회의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신작 단편집"
8세기 중국 당나라. 위박(魏博) 절도사 아래의 한 장수에게 비구니가 찾아와 하나뿐인 딸을 내어달라 요청했다. “그대가 선선히 주지 않으면 내가 허락 없이 데려갈 거야.” 분노한 장수가 검을 뽑았지만, 비구니는 장수의 수염을 벤 채 홀연히 사라졌고, 그날 밤 경비병이 삼엄하게 지키는 저택에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딸을 데려갔다. 비구니는 장수의 딸에게 ‘은랑(隱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객으로 훈련시켰다. 그리고 6년 뒤, 은랑은 암살자 수업의 마지막 시험을 위해 어느 절도사의 저택에 숨어든다. 하지만 저택에서 만난 절도사의 말은 은랑의 결심을 흔들고, 결국 은랑은 그를 지키기 위해 스승의 뜻을 어기고 사매들을 향해 검을 든다. 그리고 그 싸움은 너비와 길이와 높이로 이루어진 공간 위의 또 다른 공간에서 펼쳐진다.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신작 단편집. 당대 전기소설 <섭은랑전>을 모티프로 한 표제작 외에도 총기 난사로 사망한 소녀의 디지털 복원과 그 피해 가족에게 가해지는 익명성에 기댄 인터넷 트롤링을 다룬 <추모와 기도>, 가상현실을 통한 전쟁 난민 체험의 상품화와 플랫폼의 권력화 등 첨단 기술이 현대 사회에 끼칠 우려를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다룬 <비잔티움 엠퍼시움> 등 작가의 놀라운 필력과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예리한 시선, 그리고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까지 가득 담은 신작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좋은 이야기는 빈집을, 울타리 없는 정원을, 바닷가의 인적 업는 모래톱을 닮아야 한다는 작가는 독자가 이야기 속에 눌러 살며 구석구석 탐험하고, 가구를 자기 입맛에 맞게 다시 배치하고, 자기 내면세계의 밑그림으로 온 벽을 뒤덮고, 이로써 이야기를 자신의 집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들 가운데 자신의 집으로 삼을 이야기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편집 주간회의
"여름, 장르소설, 조예은"
지구 온난화와 함께 올해도 이르게 여름이 찾아왔다. 올 여름은 더 덥고 더 많은 비가 올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이번 여름도 한철을 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이를테면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의 작가 조예은의 신작 장르소설.
선형의 외삼촌이 산에 묻힌 백골로 발견되었다. '누군가 발라 먹기라도 한 듯 적나라하게 드러난 갈비뼈와 두개골, 이빨 몇 개'(27쪽)가 삼촌이 남기고 간 육체의 전부다. 불가사리며 아나콘다 같은,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늘 보고 보던 삼촌 민영은 선형에게 동대문구의 수족관 골목의 낡은 건물을 상속했다. 가족은 재개발 이슈가 있는 지금 건물을 팔아야 한다고 선형을 닦달하고, 건물을 정리하기 위해 찾은 삼촌의 수족관에서 선형은 잊을 수 없는 목소리를 내는 인어 피니를 발견했다.
얼기설기 좁게 뚫린 청계천 골목의 습기와 혀가 잘린 인어가 내는 허밍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독보적인 분위기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이 묘사하는 대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의 OST를 틀어둔 방에서 조예은이라는 분위기에 접속하면 '지나간 계절의 습기와 무산된 꿈의 일부를 담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물기가 번질 것 같다. '괴물 좋아하세요?'라는 조예은의 크리처물 애호 에세이가 실린 '터닝북'도 애독 포인트. 한겨레출판의 장르문학선 턴 시리즈의 출발점을 찍는 작품이다.- 편집 주간회의
"나를 펼쳐주세요"
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
<독서 유예> 24쪽
2020년 <침착하게 사랑하기> 외 4편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차도하의 첫 시집.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신에게 손을 붙잡혀 강변을 걷는 화자가 맡은 물비린내로 시작되어 마지막 행의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마무리된다.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이 눈부셨다'는 평처럼 이 시의 비범함을 감각한 많은 이가 그의 첫 시집을 기다렸다. 그때 독자의 '미래의 손'엔 이 시집이 쥐어진 듯도 했다.
산문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2021)에 시인은 이렇게 썼다.
죽은 사람의 글은 더 꼼꼼하게 읽힌다. 특히 그의 일생과 관련하여.
내가 죽어도, 내가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내 글을 대충 읽어주면 좋겠다. 다음 작업을 기대해주면 좋겠다. (17쪽)
'천국은 외국이다.' (<입국 심사>)로 열린 시집은 '그것은 이미 내가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그러나 풍경은 아름답다>)로 닫힌다. 시인이 남긴 62편의 시를 강성은, 신해욱, 김승일 시인이 책임편집을 맡아 적절한 자리에 놓았고 남지은 시인이 편집해 봄날의 시집으로 출간했다. 닫힌 시집의 판권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우정으로 이 시집의 손을 쥔 이들과 함께 그의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되는 까닭이다. '내가 죽고 나서도 나는 돌을 던질 것이다.'(<돌 던지기> 부분)라고 적은 시인의 옆에 서서 그의 시를 사랑한 이들도 돌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인사이드 아웃' 감정 자문 심리학자의 저서"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성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감정은 촉발되고, 행동에 어떤 작용을 하고, 찌꺼기를 남긴다. 스스로 알아내긴 어렵기 때문에 감정의 작동 방식은 만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다. 특정 감정들이 우리의 일상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자문을 맡았던 심리학자다. 인간 정서에 대한 연구를 오래 해온 그는 사실 단 하나의 감정에 깊이 빠져있다. 경외심이다. 그는 경이로운 순간들에서 경외심을 많이 느낄수록,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과도한 몰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덜 집착하면 타인이 보인다. 그는 경외심이 공동체의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그는 경외심이라는 감각의 특징과 그것이 우리의 자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류는 경외심을 어떻게 문화에 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주며 경외심의 중요성을 무한히 강조한다. 저자가 15년 이상 연구한 이 감정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다. 평소 깊이 생각해 볼 일 없었던 경외심이란 감정에 대한 여러 겹의 소개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어느 부분이 환기된다. 이유 모를 감정의 체증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라면 도움받을 구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편집 주간회의
"뇌과학으로 보는 '읽기란 무엇인가'"
복잡한 무언가에 관한 정의(definition)는 '~아님'의 집합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자아에 관한 정의를 내릴 때, 개개 인간의 모든 면모는 스펙트럼 상에 있는데 어떻게 한 점을 콕 집어 '나는 이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절대 되거나 할 수 없는 범위의 여집합으로서만 정의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그것도 대체로 쉽진 않긴 하지만. 이는 '읽기'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읽지만(그것이 책이 아니더라도) 모두의 읽기 방식은 제각기 다르며 자신의 읽기에 대해 단정 지어 말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동시에 같은 글을 '읽었다'라고 말할 때, 사실은 완전히 다른 개념의 활동을 했는지도 모른다.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책에서 말하듯 읽기의 핵심 요소는 '인식'과 '이해'인데, 이 둘의 비율에 따라 읽기 개념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눈으로 읽었으나 단 한 문장의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의미에 대한 이해가 없으나 내용을 모조리 외운 경우, 교정, 교열을 보느라 문체에 대한 판단은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 스토리라인에 집중하느라 소소한 세부사항이 모두 잘못 표기된 사실은 눈치채지도 못하는 경우... 우리는 이 모든 경우에 '읽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니 역사상 읽기가 무엇인지가 정확히 정의된 적은 없었고, 이 책은 '이것도 읽기인가?' 물음표를 붙이게 되는 사례들을 가져와 읽기와 읽기 아님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읽기를 설명해보려 한다.
그 사례들은 이런 것이다. 난독증 당사자들의 읽기, 왼쪽 눈으로 왼쪽 페이지를, 오른쪽 눈으로 오른쪽 페이지를 읽는 서번트 증후군 당사자의 읽기, 뇌 손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읽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읽기, 글자에서 색이나 맛을 느끼는 공감각자의 읽기... 이 읽기의 경험들을 하나하나 깊게 탐구하며 저자는 읽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우리가 '읽는다'라고 인식할 때, 그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가. '읽기 아님'이라 느끼는 것, 그것은 진짜인가?
문해력의 위기인 동시에 문해력 교육에 대한 수요가 치솟는 이 시대에, 읽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위기(혹은 위기 아님)의 근원을 살피는 일일 것이다. 읽기는 정말로 우리에게서 떠나고 있는가, 읽기가 떠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가, 읽기에 관해 가장 주요하고 긴박한 최근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내용이 반드시 사유의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편집 주간회의
"예민함과 섬세함을 가진 아이들에게"
예민함은 어쩐지 부정적인 기질처럼 여겨진다. "왜 이렇게 예민해?"라는 물음은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성을 낸다는 핀잔처럼 쓰이는 문장이다. 하지만 예민함은 병도 아니거니와 그저 키가 작거나 크고, 운동을 잘하거나 못하고, 성격이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것처럼 타고난 성향 중 하나이다. 양육자의 잘못도 아니고 아이의 잘못도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 기질을 병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둘 때 발생한다.
20여 년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해온 저자는 '초예민' 유형에 속하는 첫딸을 양육하였고 진료실에서 이와 비슷한 아이들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타고난 기질로 인해 발생하는 행동 기전 설명과 간단한 해결 방법을 담았다. 예민한 나 자신을 수용하고 불안감을 조절할 수 있다면 예민함은 반짝이는 재능으로 빛날 수 있다. 예민함 때문에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던 내게 꼭 필요했을 책이다. 많은 당사자들과 양육자들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편집 주간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