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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024
  • 읽지 못하는 사람들
    매슈 루버리 (지은이), 장혜인 (옮긴이) | 더퀘스트 | 2024년 5월 "뇌과학으로 보는 '읽기란 무엇인가'"

    복잡한 무언가에 관한 정의(definition)는 '~아님'의 집합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자아에 관한 정의를 내릴 때, 개개 인간의 모든 면모는 스펙트럼 상에 있는데 어떻게 한 점을 콕 집어 '나는 이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절대 되거나 할 수 없는 범위의 여집합으로서만 정의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그것도 대체로 쉽진 않긴 하지만. 이는 '읽기'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읽지만(그것이 책이 아니더라도) 모두의 읽기 방식은 제각기 다르며 자신의 읽기에 대해 단정 지어 말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동시에 같은 글을 '읽었다'라고 말할 때, 사실은 완전히 다른 개념의 활동을 했는지도 모른다.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책에서 말하듯 읽기의 핵심 요소는 '인식'과 '이해'인데, 이 둘의 비율에 따라 읽기 개념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눈으로 읽었으나 단 한 문장의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의미에 대한 이해가 없으나 내용을 모조리 외운 경우, 교정, 교열을 보느라 문체에 대한 판단은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 스토리라인에 집중하느라 소소한 세부사항이 모두 잘못 표기된 사실은 눈치채지도 못하는 경우... 우리는 이 모든 경우에 '읽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니 역사상 읽기가 무엇인지가 정확히 정의된 적은 없었고, 이 책은 '이것도 읽기인가?' 물음표를 붙이게 되는 사례들을 가져와 읽기와 읽기 아님에 대해 질문함으로써 읽기를 설명해보려 한다.

    그 사례들은 이런 것이다. 난독증 당사자들의 읽기, 왼쪽 눈으로 왼쪽 페이지를, 오른쪽 눈으로 오른쪽 페이지를 읽는 서번트 증후군 당사자의 읽기, 뇌 손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읽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읽기, 글자에서 색이나 맛을 느끼는 공감각자의 읽기... 이 읽기의 경험들을 하나하나 깊게 탐구하며 저자는 읽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우리가 '읽는다'라고 인식할 때, 그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가. '읽기 아님'이라 느끼는 것, 그것은 진짜인가?

    문해력의 위기인 동시에 문해력 교육에 대한 수요가 치솟는 이 시대에, 읽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위기(혹은 위기 아님)의 근원을 살피는 일일 것이다. 읽기는 정말로 우리에게서 떠나고 있는가, 읽기가 떠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가, 읽기에 관해 가장 주요하고 긴박한 최근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내용이 반드시 사유의 토대가 될 수밖에 없다.

  • 어떻게 팔지 막막할 때 읽는 카피 책
    톰 올브라이튼 (지은이), 정윤미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24년 5월 "한 문장의 힘"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
    ① 침대 ② 세탁기 ③ 책상 ④ 소파

    1994년 7월 OO일보, 한 회사의 광고 카피가 초등학교 시험에서 아이들의 상식에 혼란을 주었다는 '독자의 사연'이 실렸다. 정답은 '세탁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침대'로 고른 아이들이 상당수였고, 선생님은 이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는 내용이었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이 화제의 중심에는 한 문장의 카피가 있는데, 바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이다. 지금도 회자되는 이 카피는 자연스레 특정 제품을 떠올리게 되는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게 한 1등 공신이 바로 이 카피 한 문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어떻게 팔지 막막할 때 읽는 카피 책>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팔리는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간결하고 긍정적인 문장을 사용해 고객의 시선을 끌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기획, 작성, 수정 등 3단계 카피 공식과 100가지 이상의 예시, 실제 광고 사진을 통해 효과적인 글쓰기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다양한 도표와 일러스트로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실전 연습 코너에서 일상 속 '팔리는 포인트'를 발견하고 연습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고객의 뇌리에 각인될 브랜드 카피 작성 능력을 기르길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모든 아이는 예민하다
    김효원 (지은이) | 글항아리 | 2024년 6월 "예민함과 섬세함을 가진 아이들에게"

    예민함은 어쩐지 부정적인 기질처럼 여겨진다. "왜 이렇게 예민해?"라는 물음은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성을 낸다는 핀잔처럼 쓰이는 문장이다. 하지만 예민함은 병도 아니거니와 그저 키가 작거나 크고, 운동을 잘하거나 못하고, 성격이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것처럼 타고난 성향 중 하나이다. 양육자의 잘못도 아니고 아이의 잘못도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 기질을 병처럼 관리의 대상으로 둘 때 발생한다.

    20여 년간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해온 저자는 '초예민' 유형에 속하는 첫딸을 양육하였고 진료실에서 이와 비슷한 아이들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타고난 기질로 인해 발생하는 행동 기전 설명과 간단한 해결 방법을 담았다. 예민한 나 자신을 수용하고 불안감을 조절할 수 있다면 예민함은 반짝이는 재능으로 빛날 수 있다. 예민함 때문에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던 내게 꼭 필요했을 책이다. 많은 당사자들과 양육자들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 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은이), 김은모 (옮긴이) | 은행나무 | 2024년 5월 "제169회 나오키상 수상작"

    정월 그믐날의 눈 내리는 저녁, 에도의 변두리 마을,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무가의 소년 기쿠노스케는 아버지의 원수 앞에 섰다. 낭랑한 목소리로 신분을 밝히고 복수를 천명하는 소년. 길 가던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자 도망칠 수 없었던 도박꾼 사쿠베에는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든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흰 눈만이 조용히 내려 쌓이는 찰나, 두 사람은 칼을 부딪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번의 칼부림 끝에 소년의 칼이 흰옷을 붉게 물들인다. 원수는 쓰러지고, 소년은 쓰러진 원수의 위에 올라타고 숨통을 끊는다. 그리고 일어선 소년의 손에는 원수의 머리가 들려있다. “아버지의 원수, 사쿠베에를 해치웠노라.” 소년은 원수의 잘린 목을 들고 어둠 속으로 달려갔고, 내리는 눈이 조용히 빨간 핏자국을 지웠다. 항간에서는 이를 ‘고비키초의 복수’라 불렀다.

    책은 그로부터 2년 뒤, 한 남자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싶다며 고비키초의 극장을 찾으며 시작된다. 남자는 당시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 자초지종을 묻는다. 극장의 바람잡이, 무술감독, 배우, 소도구 담당자와 그의 부인, 각본가 등 다섯 명의 극장 사람들에게 복수의 목격담을 듣는 동안 사건을 파헤치는 남자는 오로지 청자로만 등장한다. 그리고 청자에 이입하여 생생한 목격담을 듣는 동안 독자는 미스터리에 빠진다. 모든게 자명해 보이는 이 사건에 어떤 숨겨진 실체가 있는 것일까. 종막에 이르러 등장하는 또 한명의 화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등장하는 화자마다 말투를 달리하며 생생하게 들려주는 에도 극장가의 이야기는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한층 더 이입하게 만든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아쉬운, 다른 작품이 어서 번역되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

6.72024
  • 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잭 핼버스탬 (지은이), 허원 (옮긴이) | 현실문화 | 2024년 5월 "실패를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기"

    성공을 향한 집착으로 가득 찬 세계에 질식할 것 같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숨구멍을 찾아야 할까?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는 잠시간의 위안을 주겠지만 안식이 되어주진 않는다. '~해야 한다'의 주문이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을 때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은 얕은 해방일 뿐이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야 한다'가 전제된 상태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복창하는 주문을 무력화하는 비법은 오직 그 주문 자체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엿한 숨구멍으로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 잭 팰버스템은 실패의 기능과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그의 실패론을 걸친 채 기존의 성공론을 바라보자면 낡고 촌스럽게 느껴진다.

    저자 잭 핼버스템은 실패를 저항과 비판의 한 양식으로 개념화한다. 실패를 실패로 규정하는 자본주의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실패를 삶의 한 양식으로 받아들이고 반식민주의 투쟁, 젠더와 종 다양성, 인종 감수성과 연결 지을 때, 이 힘이 얼마나 전복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설파한다. 실패는 약자들의 무기가 될 수 있고 실패는 기존 성공을 뒤엎을 수도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애니메이션, 대중문화, 하위문화 반문화를 훑으며 작품들로부터 전복적이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끌어낸다.

    문화와 반문화에 관해,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적인 룰과 그에 대한 대응에 관해 그가 풀어내는 문장들은 통쾌하고 개운하다. 그의 시각은 유연하되 단단한 뼈대가 있고, 그렇기에 수많은 작품들의 얘기가 촘촘히 이어져도 혼란하지 않은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서문에서 그는 "전복이라는 개념이 슬프게도 유행이 지난 듯 보이는 시대에도 나는 여전히 끈질긴 전복적 지성들로 이루어진 배교자 무리에 속하기를 원한다."라고 썼는데, 이 책은 바로 이 문장으로부터 높아지는 기대를 전혀 실망시키지 않는다.

  • 미래의 손
    차도하 (지은이) | 봄날의책 | 2024년 5월 "나를 펼쳐주세요"

    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
    <독서 유예> 24쪽

    2020년 <침착하게 사랑하기> 외 4편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차도하의 첫 시집.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신에게 손을 붙잡혀 강변을 걷는 화자가 맡은 물비린내로 시작되어 마지막 행의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마무리된다.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이 눈부셨다'는 평처럼 이 시의 비범함을 감각한 많은 이가 그의 첫 시집을 기다렸다. 그때 독자의 '미래의 손'엔 이 시집이 쥐어진 듯도 했다.

    산문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2021)에 시인은 이렇게 썼다.

    죽은 사람의 글은 더 꼼꼼하게 읽힌다. 특히 그의 일생과 관련하여.
    내가 죽어도, 내가 살아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내 글을 대충 읽어주면 좋겠다. 다음 작업을 기대해주면 좋겠다. (17쪽)

    '천국은 외국이다.' (<입국 심사>)로 열린 시집은 '그것은 이미 내가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다.'(<그러나 풍경은 아름답다>)로 닫힌다. 시인이 남긴 62편의 시를 강성은, 신해욱, 김승일 시인이 책임편집을 맡아 적절한 자리에 놓았고 남지은 시인이 편집해 봄날의 시집으로 출간했다. 닫힌 시집의 판권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우정으로 이 시집의 손을 쥔 이들과 함께 그의 다음 작업을 기대하게 되는 까닭이다. '내가 죽고 나서도 나는 돌을 던질 것이다.'(<돌 던지기> 부분)라고 적은 시인의 옆에 서서 그의 시를 사랑한 이들도 돌을 던지고 있을 것이다.

  • 똑똑하게 내 마음을 말하는 법
    이임숙 (지은이), 미혜 (그림) | 데이스타 | 2024년 5월 "이임숙 작가가 제안하는 50가지 상황별 대화법"

    인간관계는 소통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하는가. 소통의 어려움은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아동.청소년 심리치료사, 의사소통 전문가, 부모 교육 전문가로서 다양한 치료 교육과 강연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이임숙 작가가, 본격적인 사회화 과정에 발을 내디딘 초등학교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는 대화법을 제안한다.

    내가 하기 싫은 걸 친구가 하자고 할 때, 사과해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을 때, 싫은 걸 참고 겨우 사과했는데 친구들이 받아주지 않을 때, 내가 뒷담화한 걸 친구가 알게 되었을 때, 친구가 내 뒷담화를 하고 다닐 때,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을 때. 이 책에는 50가지 상황별 대화법을 1단계, 2단계로 나누어 제시한다. 간명하고 명쾌한 설명과 대화문 예시, 만화가 수록되어 있어 한눈에 잘 들어온다. 똑 부러지게, 혹은, 똑똑하게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일단 용기 내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책은 아이들이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 당신을 측정해 드립니다
    권정민 (지은이) | 사계절 | 2024년 5월 "이 사회에서 나의 측정값은 어디에 있나"

    성적표를 처음 받아보았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아주 얇은 그 종이에 전교 등수, 반등 수가 적혀 있는데 비교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나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야 너 몇 등이야?" "너 이렇게 공부 잘했었어?"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꽤 괜찮다고 여겨졌던 나의 숫자는 형편없는 것이었다. 체력장에서 유연성을 체크하기 위해 앞으로 몸을 숙였을 때는 심지어 마이너스였다. 나의 유연성은 0을 넘지 못했다. 숫자로 설명되던 학창 시절을 벗어나 어떤 때에는 혈액형으로 나 자신이 규정되었고 또 요즘은 MBTI로 서로를 구분 짓는다. "너 T야?"

    권정민 작가는 무엇이든 비교하고 수치화하게 만드는 ‘측정’의 본질에 주목하여 독특한 형식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이 그림책을 읽는 순간 모두 측정에 참여하게 된다. 우리를 서열화하기 위해 하던 측정뿐만 아니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숨겨진 측정까지, 심오한 모든 서열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너무 깊이 빠져들어 질이 아닌 숫자만 들여다볼 경우 나의 행복점수가 타인보다 떨어질 수 있으므로 그것만은 경계하자. 감히 측정값을 계산해 보지 말자고 제안해 본다. 단 하루라도. 사계절출판사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협업으로 출간하는 논픽션 그림책 '민주인권그림책' 시리즈.

6.112024
  •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아리안 샤비시 (지은이), 이세진 (옮긴이) | 교양인 | 2024년 5월 "'정치적 올바름'이 문제라고?"

    시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세상 보는 눈이 그리 어둡지 않은 피억압자들은 삶의 어느 지점에서 세상의 부조리와 불균형을 깨닫는 때를 맞이한다. 세계가 그 자체로 완전하고 아름답다고 믿는 시절이 끝나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오직 두 갈래 길뿐이다. 이 세계의 부조리함을 항변하거나 그저 어쩔 수 없다 참으며 사는 것. 항변하는 이들에게, 아직 깨닫지 못했거나 억압자로서의 권능을 유지하고 싶은 이들은 돌을 던진다. 그 돌이란 주로 이런 말들을 시작으로 하는 여러 종류의 폭력들이다. "지나치게 의미 부여하지마라." "피해 망상 아니냐." "과도한 피씨주의가 문제다." 그럼 참으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피억압자의 인내는 어차피 억압자를 위한 일방향적 평화일 뿐이다.

    세계는 기울어져있고, 한번 깨달은 후엔 그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침묵은 우리를 지켜주지 않고, 피억압자에게 필요한 건 말 한마디로 윽박지르려는 억압자들에 맞서 더 나은 논쟁을 펼칠 능력이다. 이 책은 현재의 세계에 울려 퍼지는 비열하고 저열한 지배자의 언어에 맞서는 논리적이고 멋진 저항의 언어를 가득 담고 있다. 역차별 논란,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 표현의 자유 제한, 기후 위기의 책임 문제 등 억압자의 피해를 호소하는 이슈들에 대해 정제되고 날카로운 대답을 돌려준다. 철학 교수로서 저자는 깊은 사고에 풍요로운 사례들을 더하여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언어를 제공한다. 분노에서 출발하지만 감정에의 흔들림 없는 냉철한 글쓰기다. 또렷한 저항의 언어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풍성한 도움이 되어줄 책이다.

  •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김용택 (지은이) | 마음산책 | 2024년 6월 “나는 받아 적었다. 시였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 김용택은 늘 스스로를 섬진강 시인으로 소개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로 시작하는 시를 많은 이들이 따라 적어보기도 한 것은 그가 소박한 말로 채집한 그 달빛이 시를 따라 읽으며 우리에게 번져오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용택이 사랑한 섬진강 마을의 서럽고 정겨운 사람들에 관한 62편의 시, 2편의 산문, 15컷의 사진을 배치해 그가 매일 걷고 만나며 사랑한 한 마을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었다.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령스러운 구렁이 이야기, 메주 냄새가 풍기던 사랑방에 모인 동네 사람들, 동네 인심 더럽히지 않던 얌쇠 양반의 착하고 선한 눈빛. '어디선가 생전 처음인 것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놀랐다. 그곳을 바라보았다. 우리에게 이런 마을들이 있었다.'(7쪽)고 회고한 시인의 말대로 읽는 것으로 해독이 되는 것 같았다. 김용택은 지극히 사랑한 그들의 삶을 받아 적었다. 그 삶이 곧 시였다.

  • 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은이), 이현주 (옮긴이) | 리드비 | 2024년 5월 "충격적인 결말, 지독한 딜레마"

    중학생 시절 자신의 과외선생이자 동경했던 대상이었던 마카베와 재회한 기세는, 그가 결혼을 앞두고 협박 편지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기 주저하는 마카베를 대신해 기세는 탐정 사무소에 찾아가고, 그곳에서 중학교 시절 선배이자 사촌 형이 얽혀있던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준 기타미를 만난다. 과거 기타미의 실력을 확인한 바 있었던 기세는 기타미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하고, 조사가 진행될수록 숨겨져있던 사실들이 드러난다. 의대생이었던 마카베는 왜 학교를 그만두었나? 마카베의 결혼을 방해하는 협박범의 정체는 누구인가? 의문이 하나둘 풀려가고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 간다고 생각될 때쯤, 소름 돋는 결말과 지독한 딜레마가 독자의 눈앞에 들이닥친다.

    변호사 출신이자 호러와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오리가미 교야가 미스터리 장르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도전한 작품. 2021년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큰 화제를 모았고, 2024년에는 문고본으로 출간돼 역주행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법조인 집안 출신으로 그 자신도 법대생으로서 남다른 타인을 신뢰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기세와 탐정으로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모든 것을 의심하는 기타미, 독자는 상반되는 개성을 가진 두 사람을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에 자신도 모르게 작가가 쳐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부디 이 책의 결말은 미리 읽지 않기를 당부한다.

  • 영원히 날씬할 방법을 찾고 있어
    폴 매케나 (지은이), 서진 (엮은이)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5월 "정말 배가 고파서 먹고 있나요?"

    '다이어트가 뭐지?' 한때 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던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야식이 주는 달달한 유혹을 그대로 다 받아들여도 나의 숫자는 그대로였으니. 그런 생각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고 말하면 거짓말일까? 입대를 한 뒤 100일 휴가를 나올 때쯤 올라선 체중계의 계기판은 처음 보는 숫자가 깜빡이고 있었다. '이 체중계 망가진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함께. 100일 만에 입어 본 티셔츠와 바지는 맞지 않았고, 생전 처음으로 머리에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 숫자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연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없을까?

    <영원히 날씬할 방법을 찾고 있어>는 기존의 식단 관리나 운동, 규칙 없이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영국의 유명 자기계발 및 NLP 전문가로서, 그의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는 '금지 항목'이나 '행동 지침'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규칙이나 제한 없이 녹음파일과 기법들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식을 제시하고 있으며, 타인의 지시나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몸이 진정으로 배고픔을 느낄 때만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이어트 방법은 이제 영원히 잊자. 변화 소요 기간 2주, 여러분의 달라진 몸의 변화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단, 책의 지침을 따른다면!

6.142024
  • 당근밭 걷기
    안희연 (지은이) | 문학동네 | 2024년 6월 "여름 언덕에서 내려와 당근밭에 서면"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내려와 ‘당근밭’을 걸으며 채집한 삶의 신비가 있다. 밤 한 알을 손에 쥔 시인은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

    밤으로부터 밤을 구하려면 밤도 감수해야 한다. 피부가 사라지는 고통을. 그래도 조각나지는 않는다.
    <밤 가위> 14쪽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열과>,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2020) 수록) 여름과 대면한 시인이 4년이 지나 맞이한 세계는 더 혹독한 여름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곳곳은 분노와 폭염으로 지글지글 끓고 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를 쓰는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어요'라고 시인은 미니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여름이 상하게 한 것이 나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해서' (<터트리기> 27쪽) 상할 걸 알면서도 그대로 두고 싶은 그 마음을 앞에 두고 시는 이렇게 간절해진다.

    지겹도록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벗고 싶어요 (<코트룸> 20쪽)
    자꾸 그렇게 자신을 잊으려 하지 말아요 (<기록기> 85쪽)

    이 혹독한 세계를 살아가는 이에게 그래도 한 번 더 당근 밭을 걸어보자고, 흙물이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대화를 청하고 귀를 연 시가 있다. '내가 있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물결의 시작>120쪽)고 우리를 듣는 시가 곁에 있다.

    그러니까 계속 걷자. 당근의 비밀을 함께 듣자. 펼쳐진 것과 펼쳐질 것들 사이에서, 물잔을 건네는 마음으로.
    (시인의 말, 5쪽)

  • 친애하는 슐츠 씨
    박상현 (지은이) | 어크로스 | 2024년 6월 "차별과 차별 너머"

    뉴스레터 '오터레터'의 독자들은 이미 매력을 알고 있겠지만 발행인 박상현의 글은 좀 독특하다. 그는 주로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미국의 기사들을 번역하여 소개하는데, 조금 더 나은 이해를 위해 문화적 배경 설명과 그 자신의 견해까지 덧붙여 풍성한 내용을 전한다. 차분하고 산뜻한 문체까지 더해져 오터레터는 내용의 질과 가독성을 모두 붙잡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차별과 편견에 관한, 그리고 차별을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차별은 구조적이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언제나 구체적인 이야기의 형태로 발현된다. 책은 인종, 젠더, 장애 등의 차별에 관한 현실을 주로 실존 인물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결말이 짐작 가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문제의 핵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넓은 눈으로 사회를 보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에 관한 글과 증언은 도처에 널려있고 그것들은 제각기 의미를 가지지만 그 중요한 메시지를 독자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읽게 만들지는 전적으로 메신저의 능력에 달렸다. 의미에 이르는 길에 재미를 녹일 수 있는 능력은 흔치 않다. 차별을 주제로 희망을 말하는 일은 더욱 귀하다. 이 모든 미덕을 갖춘 책이다.

  • 은랑전
    켄 리우 (지은이), 장성주 (옮긴이) | 황금가지 | 2024년 6월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신작 단편집"

    8세기 중국 당나라. 위박(魏博) 절도사 아래의 한 장수에게 비구니가 찾아와 하나뿐인 딸을 내어달라 요청했다. “그대가 선선히 주지 않으면 내가 허락 없이 데려갈 거야.” 분노한 장수가 검을 뽑았지만, 비구니는 장수의 수염을 벤 채 홀연히 사라졌고, 그날 밤 경비병이 삼엄하게 지키는 저택에서 흔적도 남기지 않고 딸을 데려갔다. 비구니는 장수의 딸에게 ‘은랑(隱娘)’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객으로 훈련시켰다. 그리고 6년 뒤, 은랑은 암살자 수업의 마지막 시험을 위해 어느 절도사의 저택에 숨어든다. 하지만 저택에서 만난 절도사의 말은 은랑의 결심을 흔들고, 결국 은랑은 그를 지키기 위해 스승의 뜻을 어기고 사매들을 향해 검을 든다. 그리고 그 싸움은 너비와 길이와 높이로 이루어진 공간 위의 또 다른 공간에서 펼쳐진다.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SF 환상문학 작가 켄 리우의 신작 단편집. 당대 전기소설 <섭은랑전>을 모티프로 한 표제작 외에도 총기 난사로 사망한 소녀의 디지털 복원과 그 피해 가족에게 가해지는 익명성에 기댄 인터넷 트롤링을 다룬 <추모와 기도>, 가상현실을 통한 전쟁 난민 체험의 상품화와 플랫폼의 권력화 등 첨단 기술이 현대 사회에 끼칠 우려를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다룬 <비잔티움 엠퍼시움> 등 작가의 놀라운 필력과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예리한 시선, 그리고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까지 가득 담은 신작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좋은 이야기는 빈집을, 울타리 없는 정원을, 바닷가의 인적 업는 모래톱을 닮아야 한다는 작가는 독자가 이야기 속에 눌러 살며 구석구석 탐험하고, 가구를 자기 입맛에 맞게 다시 배치하고, 자기 내면세계의 밑그림으로 온 벽을 뒤덮고, 이로써 이야기를 자신의 집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들 가운데 자신의 집으로 삼을 이야기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 챗봇 2025
    김덕진, 서승완 (지은이) | 스마트북스 | 2024년 6월 "AI 챗봇은 일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IT혁명은 '일'의 방식과 종류를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9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인터넷 확산, 모바일 혁명, 소셜미디어 등장,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확산, 그리고 AI(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은 지속적으로 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직종의 소멸과 출현이 동시에 일어났으며, 새로운 형태의 근무가 일상화되었다. 그리고 2022년 말 챗GPT의 등장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또 한 번 '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2025년, 챗봇 네이티브 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최고급 코스 <챗봇 2025>가 출간되었다. 2025년은 AI 챗봇이 본격적으로 우리 삶에 들어오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발맞춰 김덕진 소장과 서승완 대표가 2025 AI 챗봇 트렌드를 소개한다. 이 책은 일상 및 비즈니스에서 활용 가능한 60개 맞춤형 AI 챗봇의 활용법, 제작법을 상세히 설명하며, 일반인을 위한 범용 챗봇부터 기획자, 크리에이터, 마케터 등 특정 직군을 위한 맞춤형 챗봇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AI 챗봇 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챗봇을 활용하거나 직접 제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AI 챗봇이 무엇이고 우리 일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것인지, 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박정호 교수, 김상균 교수가 강력 추천했다.

6.182024
  • 허송세월
    김훈 (지은이) | 나남출판 | 2024년 6월 "치열한 허송세월에 깃든 격렬한 삶의 문장들"

    소설가 김훈이 5년 만에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글을 쓰며 치열하게 살아온, 이제는 "여기저기서 또래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늘그막의 세월"을 다시 치열하게 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일산 호수공원을 자주 산책하며 쓴 단상, 새와 나무 이야기, 작가가 사랑한 사람들,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늙어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슬픈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돈되지 않은 채로 그 늙음을 민낯으로 마주하고야 만다. 그러나 <허송세월>을 읽고 있노라면 잠시 그 두려움을 내려놓고 담담해진다. 단정하지만 강렬한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연약해진 마음속을 메워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결국엔 주고야 마는 것이다. "희망의 힘에 의지해서 살지 않고 이런 미완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글, 참으로 오래도록 회자될 명문의 탄생이다.

  • 폭염 살인
    제프 구델 (지은이), 왕수민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기후 저널리스트의 충격적인 폭염 르포"

    자연재해 사망자의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재해가 무엇일까? 허리케인? 태풍? 수해? 정답은 폭염이다. 심지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다른 모든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의 합계보다 훨씬 높다. 이제 여름은 낭만을 찾기엔 잔혹하게 더워졌다.

    기후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폭염이 우리를 죽이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면 되지"는 한없이 나이브한 발언이다. 에어컨은 전기를 많이 잡아먹고,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폭염을 부추긴다. 최악의 악순환이다. 가난한 이들은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놓을 돈이 없다. 그저 버틸 뿐이다.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몸은 일정 온도 이상에서 순식간에 열 경련과 열사병을 일으킨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야생동물들도 거처를 옮기고 있다, 이 말인즉슨 인간과 닿을 일 없던 전염병 매개체들이 인간의 서식지와 가까워진다는 말이다. 이미 과학자들의 입에선 여러 전염병들의 이름이 쏟아지고 있다.

    책이 증언하는 현실과 예측하는 미래는 온통 암울하다. "믿을 수 없다"고 외면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책 속의 주장들은 모두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이 책을 두고 "<안네의 일기>만큼 우울하지만 전 지구 80억 인구가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말했다. 이미 늦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조금이라도 막아야 한다. 초여름의 날씨라곤 믿을 수 없이 뜨거운 6월, 조급한 마음으로 주변에 권하게 되는 책이다.

  • 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은이) | 안온북스 | 2024년 6월 "<구의 증명> 최진영과 미래의 소설"

    <구의 증명>(2015)으로 시간을 거슬러 사랑받고 있는 최진영의 신작 소설집.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홈 스위트 홈> 등 2020년대에 발표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전쟁을 세 번 겪은 할머니를 둔 '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미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미래와 격돌할 것을 다짐한다. 오페라의 서곡처럼 맨 앞에 놓인 소설 <쓰게 될 것>은 이 소설들이 향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최진영이 독자가 사랑하는 또 하나의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에서 디스토피아를 마주한 인물들은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라는 문장을 쥐고 질주했다. 작열하는 태양, 전쟁, 아픈 몸 같은 현재적 질문을 품은 최진영의 인물들은 체념하는 대신 뭐라도 한다. 어린이, 가부장제 하의 여성, 아픈 몸을 사는 사람으로 몸을 바꾸며 이들은 '위악보다는 위선이 낫다고. 망하고 싶으면 너 혼자 망하라고'(153쪽) 한 마디를 더 하고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썸머의 마술과학>의 이여름 어린이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썸머로 정했다고, 그러니 썸머로 불러달라고 세계에 반복해 말한다. '내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만이 나를 썸머라고 부른다.' (141쪽)는 썸머의 말은 꼭 이름에 대한 것만으로 들리진 않았다. 2040년대를 살아갈 썸머의 바람은 집 근처 강변을 산책하는 어른이 되어 소소하고 평온한 하루를 누리는 것. 썸머의 말에 귀를 열고 썸머가 스스로를 썸머라고 정했으면 썸머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쓰디쓴 삶이라도 이야기로 써서 고통 너머로 나아가고 싶다'는 작가의 말대로 최진영의 소설은 사랑하는 것이 존재할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 THE MONEY BOOK 더 머니북
    토스 (지은이) | 비바리퍼블리카 | 2024년 5월 "금융이 궁금한 순간 100가지"

    이른 아침, 난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다. '오늘도 분명 바쁜 하루가 되겠지.'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시작을 연다. 오늘따라 크게 울린 앱 알람은 오늘이 한 달에 한 번뿐인 월급날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누가 그랬던가? 월급은 사이버머니라고. 잠깐 머무르다 카드, 세금, 보험 등으로 흩어져 버리고 남은 돈 중 일부는 저축을, 일부는 투자를 위해 다른 계좌를 옮겨 놓는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TV를 보며 쉬고 있던 중, 앱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통장잔고를 확인한다. 이번 달에도 생활비와 경조사비 등으로 꽤 쓴 탓에 마이너스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지출 항목을 꼼꼼히 체크하는데, 이런 의문이 든다. "삶에 돈은 너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을까?"

    한국인들은 '물질적 행복'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으면서도 실제 금융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에 토스는 사용자들에게 자주 받아온 "금융교육은 어디서 받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더 머니북>을 출간했다. 이 책은 금융·경제 분야 전문가 27인이 저축, 소비, 투자, 대출, 부동산, 세금, 보험, 연금 등 실생활에 밀접한 100가지 금융상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답변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독자들은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돈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아울러 돈에 대한 마인드셋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는 돈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6.212024
  •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플로리안 일리스 (지은이), 한경희 (옮긴이) | 문학동네 | 2024년 6월 "20세기의 광기 어린 사랑들"

    최근 몇 년 새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연애 프로그램들, 두세 개나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이름을 늘어놓고 보니 줄줄이 소시지다. 나는 솔로, 돌싱글즈, 연애남매, 환승연애, 하트시그널, 솔로지옥... 위기의 시대엔 자극적인 사랑이 흥하는 걸까?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어둠 앞에서 인간은 눈 가리고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으나 정신 차려보니 사랑과 연애 이야기에 중독된 이들에게, 이 분야의 정수를 추천한다.

    1차 대전 이후, 2차 대전 직전의 깜깜한 시기에도 열광적인 사랑은 유행이었다. 이 책은 그 파괴적이고 강렬한 사랑의 구석구석을 생생히 전달한다. 사르트르의 바람과 보부아르의 괴로움, 한나 아렌트의 하이데거에 대한 미련,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문어다리, 쿠르트 바일의 순정.... 주로 고고한 모습들만 알려진 예술가와 철학자, 정치인과 과학자 들의 치졸하고 정열적인, 더럽고 권태로운,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착착 펼쳐진다.

    전작 <1913년 세기의 여름>에서 마치 실제로 목격 중인 듯 현실감 넘치는 묘사와 매끄러운 장면 전환 서술로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은 플로리안 일리스는 이번 책에서도 역시 영화적 서술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의 흡입력 있는 문체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만나 더 활기 넘치는 듯 느껴진다. 녹아내릴 듯한 여름, 광기 어린 사랑 이야기가 제철이다.

  • 숀 탠, 한 예술가의 스케치
    숀 탠 (지은이), 김경연 (옮긴이) | 풀빛 | 2024년 6월 "이야기되지 않은 이야기는 한 권의 책이 되어"

    만족스러운 읽기는 무엇일까. 춤을 추듯이 글과 그림이 한데 어울려 읽히면 그 순간은 내게 노랫말이 된다. 커다란 그림책 속 한 면에 온 정성이 들어간 그림을 볼 때면 이런 디테일은 어디서 나온 걸까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한다. 숀 탠도 이러한 읽기의 만족감을 주는 작가 중 하나다. 노동자들의 애환을 블랙 유머로 담아낸 <매미>, 인간과 비인간 동물들의 공존을 오싹하게 다룬 <이너 시티 이야기> 등을 쓰고 그린 그는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낼까?

    이 책은 그가 몇 해에 걸쳐 짧은 시간에 완성한 그림들이 모여있다. 출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에 실제론 쓰레기통에서 꺼내온 그림도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의 관심사로 알려진 상상의 세계와 생물체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기워올린 그림들도 실려 있다. 이 예술가가 한 편의 이야기를 엮기 위해 만면에 기울이는 관심사를 한 권에 볼 수 있다는 게 충만함을 준다. 숀 탠을 좋아하는 팬들 그리고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고 싶어 하는 평범한 모든 예술가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동경
    김화진 (지은이) | 문학동네 | 2024년 6월 "여름에서 여름까지 마음의 삼각형"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2023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김화진의 첫 장편소설. 마음이 점유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젊은 소설가는 장편소설로 세 명의 마음이 그리는 삼각형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서른 언저리의 나이에 만난 세 여자가 있다. 망설이는 사람인 한아름, 꿈이 싫은 사람인 최민아, 에버랜드에 가지 않는 사람인 이해든은 여름에서 겨울로, 다시 '강에는 물이 차오르'는 다음 해의 여름까지 서로를 향해 던진 돌이 강물 표면을 흔드는 동심원 모양을 들여다 본다. 한 여름에서 다음 여름으로, 마음의 지도를 그리며 이야기가 깊어간다.

    나에게 둘이 의미하는 것은 애인이었고 넷이 의미하는 것은 가족이었다. 셋은 친구였다. (23쪽)

    친구는 애인도 가족도 아니니까 친구 사이엔 알맞은 거리가 필요할 것인데 서른 언저리에 도달해도 이 적정 거리를 설정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상대방을 더 좋은 버전으로, 나를 더 나쁜 버전으로 기억하는 각자의 '나'들은 잘 보이고 싶어 솔직하게 대하지 못하는 이 마음을 들여다보며 서로에게 손을 뻗는다. 셋이 팔짱을 끼고 걷다 손을 놓게되는 순간이 있다. 사거리 모퉁이를 돌면 친구들과 헤어져 홀로 걸어야 하는 길에서 다른 두 친구를 생각하며 느꼈던 저릿한 마음이 이 소설을 읽으며 기억났다.

    소설 속 친구들이 어딘가를 향해 정말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도시를 살아가고 있었다.김화진은 언제나 ‘진짜’에 대해 쓰려 한다. 진짜 친구, 진짜 꿈, 진짜 기분, 진짜 마음에 관하여.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이 추천의 글에 붙인 문장대로 이 소설은 우리 안의 진짜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너무 많은 친구들이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나를 떠나갔다. 그때 내 마음은 어땠을까? 두들김에 응답한 마음이 와글와글 내는 소리와 함께 김화진의 소설은 걷는다.

  • 동화 강아지똥
    권정생 (지은이), 정승각 (그림), 이기영 (해설)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55년 만에 되살린 <강아지똥> 정본"

    권정생 작가의 대표작 <강아지똥>은 그림책으로 소개되어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아왔다. 모부가 자녀에게, 그 자녀가 또 자신의 자녀에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내려와 아동 문학의 정수로 자리 잡았다. 그림책에 빠져 있는 '감나무 가랑잎' 이야기를 살려 원작 그대로인 <동화 강아지똥>을 선보인다.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마음이 슬퍼진 강아지똥. 그런 그에게 흙덩이는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라고 말해주고, 감나무 가랑잎은 "이 세상엔 누구나 한 번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라는 말을 건넨다. 강아지똥은 몸뚱이가 산산이 부서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처럼 고운 꽃을 위해 민들레 싹을 꼭 껴안아준다.

    작은 존재들의 등장과, 그들이 나누는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한 장 한 장 채워나간다. 55년 만에 되살린 <강아지똥> 정본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작은 존재들-똥, 흙덩이, 꽃, 나뭇잎-이 등장하는 권정생 작가의 이야기를 정승각 작가의 종이죽을 사용한 부조 그림을 통해 풀어내어 입체적이고 생생한 느낌을 잘 살렸다. 말미에는 원작 집필 배경과 탄생에 관한 해설이 수록된 덕분에 다채로운 각도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6.252024
  • 경외심
    대커 켈트너 (지은이), 이한나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인사이드 아웃' 감정 자문 심리학자의 저서"

    감정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성이 닿지 않는 영역에서 감정은 촉발되고, 행동에 어떤 작용을 하고, 찌꺼기를 남긴다. 스스로 알아내긴 어렵기 때문에 감정의 작동 방식은 만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다. 특정 감정들이 우리의 일상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저자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자문을 맡았던 심리학자다. 인간 정서에 대한 연구를 오래 해온 그는 사실 단 하나의 감정에 깊이 빠져있다. 경외심이다. 그는 경이로운 순간들에서 경외심을 많이 느낄수록,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과도한 몰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에게 덜 집착하면 타인이 보인다. 그는 경외심이 공동체의 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그는 경외심이라는 감각의 특징과 그것이 우리의 자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류는 경외심을 어떻게 문화에 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주며 경외심의 중요성을 무한히 강조한다. 저자가 15년 이상 연구한 이 감정의 정수가 모두 담겨 있다. 평소 깊이 생각해 볼 일 없었던 경외심이란 감정에 대한 여러 겹의 소개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어느 부분이 환기된다. 이유 모를 감정의 체증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라면 도움받을 구석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 마라닉 페이스
    이재진(해피러너 올레) (지은이) | 푸른숲 | 2024년 6월 "달라지고 싶다면, 일단 달려보세요!"

    '달리기 한 번 해볼까?' 오늘도 그렇게 생각만 하고 안 할게 뻔하다. 달린다는 것은 단순히 '뛴다'의 신체 활동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 얻게 되는 고요한 시간은 자아성찰과 명상의 기회가 되어 내면의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극복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꾸준함과 인내의 가치를 배우게도 한다. 결국 달린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향한 지속적인 움직임이자, 자신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가 아닐까?

    국내 1위 러닝 유튜브 채널 <마라닉 TV>의 해피러너 올레 이재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달리기를 통한 삶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마라닉 페이스'라는 개념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속도로 달리기를 시작하면 작은 성취가 쌓여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달리기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 자신감, 삶의 태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특히 5km 달리기를 '성장의 시작점'으로 제시하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효과와 자기 인식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달리기 입문자부터 인생의 전환점을 찾는 사람들까지,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해본다. 배우 진선규, 여자 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소설가 임경선이 적극 추천했다.

  • DEEP 딥
    제스 맥기친 (지은이), 윤영 (옮긴이), 정현철 (감수) | 더숲 | 2024년 6월 "깊고 깊은 곳에 숨겨진 신비로운 이야기"

    양질의 과학. 기술. 공학. 인문. 예술. 수학 도서를 소개해온 '더숲STEAM 시리즈'에서 <DEEP 딥> <HIGH 하이> 두 권의 흥미로운 책이 동시에 출간되었다. 책의 저자, 제스 맥기친은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과학 삽화가로 일한 어머니와 박물관에서 일한 경험이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를 멋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이번 신작 두 권은 오스트레일리아 아동도서위원회에서 주목할 만한 도서로 선정되었다.

    DEEP 딥은, 단순히 '깊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깊은 바다의 신비로운 세계, 아마존의 깊은 숲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생명체, 지구 표면 아래의 생물과 보물, 숨겨진 지하 세계의 비밀,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 인류 진화의 시간, 깊은 몸속 복잡한 구조. 상상력과 위트 넘치는 이야기, 풍부한 일러스트가 가득 담겨 있어 한 장 한 장 넘기는 일이 즐겁다.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과학은 이렇게 신비롭고 재밌는 거야, 하고 다정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 판판판 포피포피 판판판
    제레미 모로 (지은이), 이나무 (옮긴이)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노래, 판판판"

    우연히 숲속에서 피리를 불기 위해 애쓰는 위대한 신, '판'을 마주친 소년 워렌은 그 이후로 계속 판에 대한 꿈을 꾼다. 어느 날의 꿈속, 판은 피리를 삼켜 용으로 변해 온 곳에 불을 내뿜는다. 잠에서 깬 워렌은 방에 들어온 개미 떼의 여왕으로부터 자연의 신 판이 피리를 불지 못해 재앙이 불어닥칠 거라 말하며 맞서자 제안한다. 워렌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개미들을 위해 땅을 팠고 박쥐들을 위해 옷장을 내어주고 거미, 암탉, 두꺼비를 위해 자신의 방을 양보한다. 정말로 용의 모습으로 잠에서 깬은 '판'은 입에서 불과 우박과 홍수와 폭풍우를 마구 쏟아낸다. 여왕개미가 말했던 재앙이 코앞까지 들이닥친 것이다.

    <표범이 말했다>로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제레미 모로는 감각적인 그림으로 철학적 주제를 스토리텔링하는 데에 뛰어난 작가이다. 전작에서 삶에 대한 거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그림책에서는 지구 생명체들에게 닥친 기후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통제 범위를 넘어선 기후 변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안겨준다. 거침없이 대양을 가로질러 불을 내뿜는 판을 실제로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인 인간은 무얼 해야 할까.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화합만이 재앙을 잠재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화합을 이끌어 내는 '함께 부르는 판의 노래'는 진부할 수 있으나 우리가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의 상상력 넘치는 그림으로 만나는 판의 노래 악보를 더 늦지 않게 펼쳐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