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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 온 이 자전소설은 그 매력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시적인 상상력은 거의 배제되었고 '소설 같은' 사건들도 별달리 등장하지 않는다. 시점을 뒤섞거나 전개 방식을 비틀지도 않고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시간순으로 진행된다. 위악은커녕 유머조차도 보기 어렵다. 문학이 세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사용해 온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적 장치들은 이 소설 속에서는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처럼 느껴진다. <나의 투쟁>은 그저 한 인생이 계속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그 인생을 통해 어떤 의미를 도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인생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게 된다. 별다른 사건도 없고 풀어야 할 수수께끼도 없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삶을 계속 전개하며, 독자는 반쯤은 무의식 상태로 그 전개를 따른다. 때로 구술처럼 느껴지는, 중얼거리는 문체가 한 인간의 삶을 수백 페이지가 넘게 시간순으로 도열하는 모습은 일견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의식을 의식적으로 붕괴시킨 크나우스고르는 그 의식의 진공상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저 지하로부터 끌어올렸다. 결국 표면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개성도 없어 보이는 <나의 투쟁>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강렬한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이 소설은 정말로 이상한 소설이다. 이런 매력을 어디서 본 적이 있었나 계속 머릿속을 뒤지고 있지만, 나는 아무래도 이 작품의 전범은 찾아내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