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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에는 상징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아버지를 부정하면서도 그 왜곡된 남성성의 대를 이어 내면화하는 남자들의 삶은 그들(남자들)이 구축해 온 일본 근현대사(또는 그냥 이 세계의 역사)로 확장된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국가주의 세대와 그에 반동해 극좌 운동을 펼친 이후 세대가 선을 긋고 있고, 극좌 운동을 펼쳤던 세대는 다시 사회의 벽에 부딪혀 우경화한 부정의 현대사다. 아버지를 부정한 다음 자기자신의 내면을 한 차례 이상 부인해야만 했던 일본의 남자-소설가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작곡을 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익사>는 오에 겐자부로의 자전적인 소설 또는 고백이라고 보아야 할까. 실제로 오에 겐자부로가 겪은 일들이 변형된 형태로 소설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익사>는 작가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회고조로 쓴 작품은 아니다. 여전히 오에 소설은 당면한 현재를 밝힐 구원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가장 큰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익사>에서의 구원은 상호 부정을 거듭하며 되려 서로 닮아가는 멜랑꼴리한 남자들의 역사 바깥에서 찾아온 여자(들)로부터 이루어진다. 이 또다른 방식의 공동체가 제안하는 대안은 외적 혁명이 아니다. 그저 돌아가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잘못되었고 오해가 있었으며, 그 지점으로 돌아가 애도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가 과거를 돌이켰을 때, 잠깐 일본의 역사 전체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역사 구성원 전체가 정신병리학적인 깨달음을 얻고 도약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대안은 아직 무기력하다. 따라서 소설가는 그 비전을 가지고 다시 소설을 쓸 뿐이다. 따라서 <익사>는 정말로 노회한 소설가의 회한이며 고백이 된다. 다만 그 회한이 언제까지고 미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