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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덫에 갇힌 한 여성의 은밀한 욕망"
    늦가을 치고는 따스하고 화창한 11월의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 늦잠을 자는 남편을 위한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나선 발레리아는 아주 우연한 충동으로 담배 가게 진열대에 가지런히 쌓여 있던 까만 공책 한 권을 샀다. 그는 공책에 일기를 쓰려고 마음먹었다. 일기장의 존재는 비밀이었다. 아들이 발견하면 대학 노트로 가져가 버릴 것이고, 딸의 눈에 띄면 일기장으로 쓰겠다고 제 방 서랍에 넣고 열쇠로 잠가버릴 것이다. 발레리아는 새삼 집 안에 비밀 일기장을 숨겨놓을 만한 자신만의 온전한 공간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첫 발견을 시작으로, 아내이자 엄마 이상의 존재로 자신을 계속해서 재발견해 간다. 일기장 위를 빼곡하게 채워 나가는 글자처럼, 발레리아의 자아와 욕망도 서서히 형체를 갖추어간다. 이 책은 발레리아가 1950년 11월 26일부터 1951년 5월 27일까지, 반년 동인 기록한 일기 그 자체이다.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알바 데 세스페데스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반파시스트 활동으로 두 번 투옥된 바 있었던 세스페데스의 작품들은 파시스트 당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된 바 있어 오랜 시간 잊혔으나, 엘레나 페란테가 에세이를 통해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이라고 언급한 이후 유럽과 영미권에서 다시 주목받기도 하였다. 본 작품은 1952년 쓰여졌지만, 70여 년 전에 쓰여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으며, 가부장제 아래 억압받던 한 여자가 자기 자신의 일상을 일기로 기록하기 시작하며 욕망의 주체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지극히 현재적이다. 세프세데스의 작품들이 이탈리아 문학계에서 ‘여성을 위한 글쓰기’에 불과하다고 높이 평가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지된 일기장>은 내용뿐만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현상까지도 여성들에 대한 억압을 고발하고 있는 듯하다.
    - 소설 MD 박동명 (2025.01.17)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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