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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수포자다. 수학은 늘 나의 원수였고 배신자였다. 아무리 친해지려고 다가가도 늘 뒤돌아 빨간 비만 내리게 하는 영원한 나의 적. 수학 문제를 풀 일은 없지만 삶에서 수학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사칙계산도 수학이고 상품 할인도 수학이니 엑셀에 온전히 의존한다. 하지만 엑셀도 수식을 잘 입력해야 정확한 답이 나온다는걸, 빨리 깨달을수록 삶에 도움이 되었겠지.
흔히 ‘수학 머리는 타고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명제에 의심을 품은 스탠퍼드대 조 볼러 교수는 정말로 수학 재능이 타고나는 것인지 밝혀내고자 한다.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고 하기 싫은 이유는 수학을 배울 때 뇌가 즐겁고 효과적으로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라 한다. 마인드셋, 메타인지 같은 최신 과학을 토대로 수학을 공부하면 두려움이 사그라들 것이라 조언하며 전략 및 접근법을 이 책에 제시한다. 서울대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는 “수학은 머리 좋은 소수의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속도에 맞게 즐기는 학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입시 시스템 아래 자신의 속도에 맞는 수학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잠시 수학 문제집을 떠나 수학이란 학문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면 적어도 원수가 아닌 삶의 친구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