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괴상한 책들의 세계"
물욕이 죄 책으로 쏠려버린 사람에게도 이런 고민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가장 갖기 싫은 책을 줄 세워보고 있었다. 인피 제본 책? (맞다. 인피는 인간의 피부이다...) 사담 후세인의 피 27리터로 쓰인 책? (한 공간에 잠시 머무르고 싶지도 않다.) 악령의 무리가 부르는 대로 수녀가 받아쓴 암호 편지? (끝내 저항하고 멈춘 것이 다행이랄까.)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이려나?(눈알의 고통, 더는 참을 수 없다.) 혹은 인간보다 크고 무거운 책이려나?(나에겐 내 작고 귀여운 집을 지킬 의무가 있다.)
세상의 괴상한 책들을 그러모아 소개한 책, 이 짧은 소개만으로 애서가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눈을 의심하면서도 책장은 끊임없이 넘어간다. 희귀서적상인 부모를 두고 책으로 지은 집에서 유년기를 보낸 저자는 이 분야에 도가 텄는지 정말로, 정말로 이상한 책들의 이야기를 샅샅이 모아 들려준다. 그리고 이 괴이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에게 책이란 대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책에 담긴 무수한 욕망들, 사정없이 선을 넘는 콘텐츠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제각기 가질 수 있는 특성들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는 어떤 파괴력... 아무래도 책은 끝 간 데 없이 위험한 것이 맞고 그만큼 매혹적이다.
- 인문 MD 김경영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