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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똑똑한 사람"이자 "외계인"으로 불린 사람. 양자역학의 수학적 토대를 놓고, 게임이론과 경제 행동 이론을 창시하고, 컴퓨터와 원자폭탄을 설계했으며, 인공지능의 도래를 예고한 사람. 그 이름은 존 폰 노이만이다. 젊은 시절, 그는 순수수학에 몰두하며 가장 본원적인 수학적 진실을 발견하여 그것을 흠결 없는 영원불변의 존재로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그 견고한 확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쿠르트 괴델과의 만남 이후였다. 체계는 언제나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 괴델의 '불완전성정리' 앞에서 논리로 세계를 완벽히 규명하려는 질주는 저지되었고, 그 충격은 폰 노이만의 내면 속 중대한 무언가를 망가뜨렸다.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유럽에서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미국이란 나라의 실성한 듯 무모한 낙관주의와 잔인함을 뒤에 감춘 천진난만함"이 그의 무기력에 불을 지폈다. 인간을 압도하는 기술의 발전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한 것이다. 무수한 정부 프로젝트와 민간사업에 손을 댄 그는 이제 "수학 병기"라 불렸다. 인간의 동기를 완벽히 수학화하고자 하는 그의 아이디어에 가장 매료된 것은 군이었다. 누가 먼저 핵 공격을 감행하든 모두 필멸하는 '상호확증파괴(MAD)'는 국가의 공식 전략으로 채택되었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뒤늦게 참회하며 수소폭탄 개발만은 반대하는 가운데 폰 노이만은 끝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 기술의 진보는 일개 인간이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필연이며, 이전 세기의 신들이 떠난 빈 자리에 남은 공허를 기술이 메울 수 있다고 믿었다. 복잡한 수소폭탄 계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그의 열망은 마침내 컴퓨터를 탄생시켰다. 그 이름은 MANIAC(Mathematical Analyzer,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이자 '미치광이'를 의미했다.
이 책에는 음험한 기운이 감돈다. 인류 최고의 지성들이 지식의 절정에서 맞닥뜨린 괴물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물리학의 세상에서 양자역학이 처음 승리를 거두었을 때 '물리학계의 대심문관' 파울 에렌페스트가 빠진 혼란, 무한의 개념을 수학에 들여온 후 자멸한 게오르크 칸토어, 알파고와 바둑 대국을 펼친 후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신의 경지와도 닮은 이성의 최절정에서 비로소 펼쳐지는 혼돈과 무질서가 주는 충격은 한 인간의 정신 세계를 집어삼켜 다시는 소생할 수 없도록 할 만큼 파괴적이다. 그렇게 과학의 영혼에서 깨어난 악몽을 처음 마주한 이들이 받은 타격은 활자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더라도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우리는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비기와도 같은 어둡고도 매혹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어, 한 번 책장을 열면 그 마법에 홀려 손을 뗄 수 없는 위험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