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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는다. 그럴 때면 우선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거라며 수위를 낮추고는 실물로 펼쳐보는 책만 하루에 스무 권 남짓이라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내 탓은 아니라고 발뺌하곤 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늘 훑어보기로 책을 마주하다 보면 뇌의 읽기 회로가 바뀌어 공들여 찬찬히 읽으며 속속들이 파헤치는 ‘깊이 읽기’가 어색해지고, 그러다 보면 깊이 읽기가 불편한 일처럼 여겨져 시도조차 꺼리게 될지도 모른다니, 보는 거라고 하면서도 내심 읽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어쩌면 영원히 마음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퍼뜩 겁이 났다.
<책 읽는 뇌>로 '독서의 뇌과학'이란 독창적 장르를 개척한 인지신경학자 매리언 울프의 분석은 나와 같은 개별 독자의 염려를 넘어 독자들이 이루는 공동체, 그곳에서 더불어 사는 삶까지 나아간다. 깊이 읽기에 따라오는 비판적, 반성적 사고와 상호 이해 및 공감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읽기의 실패를 넘어 인류가 문명과 사회를 지속해온 기반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뇌의 읽기 회로가 변한다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하다. 기존의 인쇄 기반 읽기 능력과 새로운 디지털 기반 읽기 능력을 모두 갖춘 '양손잡이 읽기 뇌'는 오늘날 독서와 독자가 직면한 과제다. 다행히 지난 10여 년 이 일을 하며 후자를 꾸준히 연습했으니, 아직 '좋은 독자'로 살아갈 가능성은 충분하겠다. 다행이고 기쁘다. 좋은 독자로 살아갈 기회가 남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