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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블룸이 셰익스피어, 제임스 조이스 등과 함께 서양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 26인 중 한 명으로 소개했던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등의 작품이 알려지면서 이제 우리에게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스스로를 '시인'으로 인식했던 페소아의 시를 연구자 김한민의 번역으로 만난다. 이 시집엔 다양한 이명(異名)으로 활동한 페소아의 대표적 자아들인 알베르투 카에이루와(그는 리스본 출생의 목가적인 전원 시인이다) 리카르두 레이스(그는 외과의사인 우아한 고전주의자이다)의 대표작과 페르난두 페소아가 본명으로 출간했던 단 한 권의 시집, <메시지>의 일부를 수록했다.
알베르투 카에이루로서 그는 "내게는 야망도 욕망도 없다. 시인이되는 건 나의 야망이 아니다. 그건 내가 홀로 있는 방식."(11쪽)이라고 노래한다. 리카르두 레이스로서는 "우리는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이야기들, 아무것도 아니다."(177쪽)라고 노래한다. 페르난두 페소아로서 페소아는 "영원한 건 내가 꾼 나에 관한 그 꿈, 바로 그것이 다시 돌아올 나."(189쪽)라고 노래한다. 자아가 달라지면 감정이 달라지고 언어가 달라진다. "우리 모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되었다."라고 말했던 페르난두 페소아. 시인의 낯선 세계를 세계시인선 시리즈를 통해 비로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어>와 함께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