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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00원, 1권 펀딩 / 목표 금액 1,000,000원
펀딩 중 (마감 2026-09-20, 출간예정 2026-09-28)

*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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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팔레스타인은 지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존엄한 이야기
꺾이지 않는 마음, 저항, 투쟁 그리고 연대의 목소리


2023년 10월에 또다시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략 전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공식적으로는 휴전 2단계 협상 중이나, 이스라엘이 합의를 어기고 군사 작전을 벌이고 있다). 1948년 나크바와 이스라엘 건국 이후 계속된 팔레스타인 강점, 침략의 역사 속에서도, 2023년 이후의 ‘집단학살’과 ‘종족 청소’는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한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의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일부 친미 국가들의 지원과 비호 속에서도, 이스라엘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그 땅을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마음을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절망을 견뎌내며 꿋꿋이 버티고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저항하는 사람들, 독립과 자유와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결코 지지 않았다.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 전 세계 대다수, 특히 글로벌 사우스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해방을 세계 역사 진보의 시금석으로 생각하고 지지하게 되었다. 『가자의 목소리』는 지금도 계속되는 세계사적 사건의 현장 한복판에 서 있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존엄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동하는 이야기들을 모아 담아낸 책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접 기록한 치열한 현장
폭넓은 주제와 형식으로 고발한 전쟁의 진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서안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나크바 이래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고수하며 깊숙하게 가자와 연대해 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현장의 상황을 ‘증언’하고 ‘고발’한다. 말 그대로 팔레스타인 스스로의 “목소리”다. 정치‧역사 논설(정착민 식민주의, 저항투쟁의 역사부터 비인간 생명을 포함하는 에코사이드까지), 피난‧굶주림 등의 생존을 향한 분투를 다룬 에세이, 언어의 숨결을 지켜 내는 시 문학, 학살 및 전쟁 현장 취재 저널리즘, 감옥 연구, 학교‧병원 등의 구체적인 현실을 다룬 르포르타주, BDS 운동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 진실을 말하는 젊은 기자들과 작가들의 희생에 대한 추모,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트라우마에 대한 기록, 종군 기자로 활동하다 부상 후 회복해 다시 돌아가는 이의 결의문, 타 대륙에서의 연대 투쟁기까지 폭넓은 주제와 형식으로 치열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 담긴 23개의 목소리는 고통을 토로하고 절규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패권주의, 제국주의, 식민주의, 국수주의, 복고주의, 인종주의 등의 추악한 사상과 연결된 점령과 전쟁의 진실을 철저히 인식하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지만”, “승리”와 “희망”을 끝내 놓치지 않는다. “가자는 희망이 궁극의 저항의 몸짓이 되는 곳”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절대로 희망을 포기한 적이 없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희망을 키워 내고 돌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의를 위한 투쟁을 통해서, 포기하지 않을 때 사랑은 깊어 간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세계를 대표하는 존엄한 인간들의 이야기인 이유이자, 지지 않는 그들이 끝내 승리할 수밖에 없는 근거다.

“가자의 목소리”에서 “우리의 목소리”로

한국어판 추천사에서 글로벌 수무드 선단의 한국인 단원 해초는 “목격의 책임”과 “동시대인의 감각”을, 한국의 대학에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가자에 연대하는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3세 주마나 알라바비디는 이스라엘 시오니즘과 일본 군국주의를 겹쳐 놓으며 “팔레스타인과 한국이 모두 잘 아는 역사 속 저항의 숭고한 의미”를 말한다. 절박하면서도 감동적인 “가자의 목소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귀 기울여 듣고 현실을 직시하면, 큰 것부터 작은 것에 이르기까지, 연대이자 우리 자신의 문제로, 정치적으로 실현해내야 할 일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이 곧 “우리의 해방”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세상이 우리의 이야기를 절대 잊지 못하게 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팔레스타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자의 목소리를 듣자”. 『가자의 목소리』는 더욱 증폭되어야 한다.



옮긴이의 글

폐허 속에 한 그루 올리브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이야기
‘팔레스타인 분쟁은 내가 잘 모르는, 혹은 잘 알고 싶지 않았던 먼 어느 나라의 해묵은 골치 아픈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그 집단에 속해 있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가자에서의 전쟁에 대해 배워 가면서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과 절망, 그리고 희망이었다.
‘평범한 한국 사람’(얼마 전까지의 바로 나)이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나름의 고민을 적어 본다. 우선은 그간 몰랐던 사실과 진실을 인지하면서, 직접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팔레스타인, 가자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던 것보다 훨씬 더 우리에게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오히려 우리가 그간 모르고 있었거나 애써 무시해 왔다는 사실을 아마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다음은,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대체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감정,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어 오는 무력감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분단국가에서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은 세대로 자란 것에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불행에 비교하며 안도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여러 감정을 거치며 번역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행위 그 자체가 부족하나마 가자 사람들에게 폐허가 된 땅 위에 다시 올리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거름을 건네고 힘을 실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오래도록 기억하길 바란다.

― 이나현

차례

편집자 노트(파티마 부토‧소니아 팔레이로)
들어가며(모사브 아부 토하)
1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에 대하여(야라 하와리)
2 봉쇄와 저항: 하마스를 포함하는 팔레스타인 투쟁의 역사(타레크 바코니)
3 그대에게 안식을 허한다(히바 아부 나다)
4 눈을 가린 시온주의: 이스라엘방위군의 소셜 미디어를 분석하다(메리 투르파)
5 서안 지구 합병과 팔레스타인의 투쟁(마리암 바르구티)
6 모두를 상대로 한 전쟁이 터지다: <끝나지 않는 밤>과 <굶주리는 가자> 방송 대본에서 발췌(라일라 알-아리안)
△ 집단학살을 판단하는 방법(모나 찰라비)
7 안전하지 않은 길(모사브 아부 토하)
8 가자에서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것: 희망이라는 저항(이만 바셰르)
9 팔레스타인 에코사이드(니나 라카니)
10 가자에서 식량 구하기(누르 알야쿠비)
11 요람에서 무덤까지: 공격받는 의료 시설(타냐 하즈-하산)
12 가자 예술가의 집, 샤바비크(샤리프 사르한)
13 마지막 대지: 비인간 생명까지도 고통을 당하다(수전 아불하와)
14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을 표적 살해하다(후다 J. 파흐레딘)
15 이스라엘 감옥에서의 폭력 묵인에 대하여(말라카 슈와이크)
16 가족을 잃고 정신마저 잃어 버리다(아흐메드 알나우크)
17 남부 레바논 폭격(리나 문디르)
18 왜 BDS가 중요한가(오마르 바르구티)
△ 가자에 대한 고찰(조 사코)
19 대학 캠퍼스에서 봉기가 시작되다(마리암 이크발)
20 칼리드에게: 2024년 1월 22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형제를 애도하며(아흐메드 마수드)
나가며(야라 이드)
추천사(해초‧주마나 알라바비디‧오마르 엘 아카드‧가산 아부-시타)

추천사

작년과 올해에 가자 지구의 해상 봉쇄에 맞서는 항해에 참가했던 한국인 활동가들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왜’였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람은 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사람들은 매일 피를 흘리는데 당신은 피를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었다. 팔레스타인이 너무 멀다고 말하는 사람의 세계는 왜 그토록 안전한 것일까? 왜 그들은 한 번도 이 세계가 이상하다고 느껴보지 않은 것일까?
이 시대의 식민과 억압은 전 세계적이며 전방위적이다. 여기 23명의 작가가 써낸 23개의 ‘증언’들이 땅에서부터 바다까지, 인간과 비인간에서부터 문화와 추억까지, 경험에서부터 거짓말과 진실까지, 여기에서부터 저기까지의 증언을 토로한다. 하나하나가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삶을 증명한다. 증언과 목격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억압이 세계적이라면 저항 또한 세계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내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식민주의를 종말시키고 저항의 체제로 구축된 해방의 세계를 맞이하자.
“가장 취약한 공간이야말로 동시에 가장 강력한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그곳이 바로 가자라는 것이다. 가자는 희망이 궁극의 저항의 몸짓이 되는 곳이다.”
가자의 목소리를 듣자.
― 해초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


팔레스타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실은 서로 매우 닮았습니다. 두 나라 모두 점령과 폭력, 그리고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이어지는 극심한 침략을 겪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진 가자의 비극적인 상황과, 이스라엘의 침공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가자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나크바 당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겪으셨을 일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동시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계엄령 아래 수많은 한국인들이 견뎌야 했던 삶을 함께 떠올려 보았습니다.
팔레스타인과 한국, 우리 두 민족의 역사는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훨씬 많습니다. 우리는 비슷한 투쟁들을 역사에서 경험했고, 그래서 역사 속에서 저항이 갖는 숭고한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이 가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팔레스타인 전체의 역사,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삶의 여러 모습들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이 책이 독자 여러분들로 하여금 풀뿌리 운동에 참여하고 행동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기를, 무엇보다 집단적 해방과 정의를 향한 우리의 투쟁 속에서 팔레스타인이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주마나 알라바비디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3세,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 공동 창립 의장


절대적으로 중요한, 지성과 감성이 응축된 책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는 참혹한 범죄뿐만 아니라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의 본질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 날카롭고 용기 있으며 정직한 문장의 논설들뿐만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언어와 깊은 인류애가 가득 담긴 문학들이 함께 있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선집이다.
오마르 엘 아카드
소설가


이 책은 이번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인해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존재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형성해 나가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1948년의 나크바는 현대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을 형성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나크바 이후에 태어난 팔레스타인 사람일지라도, 우리는 그 사건을 우리 삶에서 가장 참혹한 순간으로 받아들이고 개인 그리고 민족으로서 그 비극적인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다.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은 이에 비견될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며, 앞으로의 모든 세대에 걸쳐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을 다시금 변화시킬 것이다.
― 가산 아부-시타
글래스고대학교 총장,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재건성형외과 의사

책 속에서

우리는 집단학살로 인해 희생된 생명을 기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증언을 수집했다. 각종 폭력 사태는 물론, 이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희생자가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우리가 고안한 방법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뿐 아니라 이곳의 땅과 동물, 인프라 시설, 교육, 환경에 가해진 파괴를 연대기로 기록함으로써 우리는 어떻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생명을 지탱하는 모든 것을 파괴했는지를 고발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문화와 대륙을 횡단하는 집단적인 노력을 모은 것이다. 이 책에 기여한 이들 중에는 모두가 잘 알 만한 저명한 작가들도 있고, 우리가 발굴한 새로운 목소리 또한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그들의 강렬한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자 한다. (7쪽)

팔레스타인의 운명은 팔레스타인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니다. 이 주제는 제도적인 수준에서 치열하게 논의되는 세계질서 및 공정한 세상을 위한 투쟁에 대한 것이다. 서구 열강이 이중성을 드러내며 유엔과 같은 전 지구적 기관을 동원하여 자신들의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확장해 왔다는 사실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특히나 서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집단학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비교해서 보면, 더욱 그 이중성이 드러난다. 반면 글로벌 사우스는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탈식민 세계질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집단학살에전 세계가 항의하여 움직이는 유례가 없는 상황이 왔다. 그 중심축은 의심할 바 없이 ‘가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출신의 시인이자 작가, 정치인이었던 에메 세제르의 말을 빌리면, 이제 가자를 통해서 “식민주의 부메랑”이 메트로폴(본국)을 향해 되돌아가고 있다. (58쪽)

1917년 혹은 1948년, 혹은 1982년 이후 시온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서 특정한 폐쇄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존속 자체가 어려운 체제가 되었다. 사실과 인과관계를 엄밀히 따지지 않으면 그저 광기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것은 자기 보존을 위한 것이다. 시온주의 프로젝트를 들여다볼 때, 우리는 곧 시온주의가 요구하는 것을 보게 된다. (100쪽)

그녀의 머릿속은 딸 힌드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하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가 살아서 마지막으로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탱크였을까? 군인이었을까? 총알이었을까? 전투기였을까? 아이가 무엇을 보았든, 어른도 참기 힘든 것이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우리 딸이 그 어린 나이에 그런 것들을 보고 견딜 수 있었을까요?” 6살 힌드 라잡의 이야기는, 살려 달라고 애원하던 이 아이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럼에도 아이를 살해한 이들에게는 세상의 어떠한 책임과 심판도 따르지 않았다. 포렌식아키텍쳐 연구원들에 따르면, 힌드와 가족들을 공격한 탱크는 메르카바 탱크였고, 이 기종은 광학 장비를 갖추고 있어서 군인들이 타겟으로 삼아 공격하는 사람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대체 어떤 교전 규칙이 적용되어야 민간인이 타고 있는 차에, 심지어 각각 6살, 15살의 여자 아이들이 타고 있던 차에 발포한 것이 정당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130쪽)

팔레스타인 출신의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의 「봉쇄된 국가」라는 시에는 영어로는 번역하기 다소 어려운 구절이 하나 있다. “우리는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한다.” “우리는 희망을 키워나간다.” 우리 말 누랍비에는 ‘우리가 키우다’ 또는 ‘우리가 보살피다’라는 뜻이 있다.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하듯이, 농부가 작물에게 하듯이 말이다. “희망”이란 말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참 어려운 것이다. 희망이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 내고 돌봐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희망이 자라도록 도와야만 한다.
나는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가자로 돌아가서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새롭게 짓고 그 안을 책으로 꽉 채우기를 소망한다. 어느 날 이스라엘 사람들 모두가 우리가 동등한 존재라는 것을, 우리가 우리 땅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안전하고 풍족한 곳에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동등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소망한다. 가자를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고 싶다는 나의 소원이 어느 날 실현되어 우리 집에서부터 수많은 꿈들이 자라나기를 소망한다. (172쪽)

아이들은 이야기를 지어냈고, 그 안에서 여성들은 영웅이었으며 시는 불의에 항거하는 분노였다. 그 사이 세상은 이 아이들을 통계 숫자로 움츠러들게 했고, 외마디 말로 축소시켜 버렸다. 외풍이 쌩쌩 불고 태양볕이 전기를 대신하는 그 작디작은 교실에서도 이 소녀들은 말 속에서 힘을 찾았다. 심지어 세상이 그들을 침묵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을 때조차도 말이다. 정말 믿기 어려운 사실은, 가장 취약한 공간이야말로 동시에 가장 강력한 공간이 될 수도 있으며, 그곳이 바로 가자라는 것이었다. 가자는 희망이 궁극의 저항의 몸짓이 되는 곳이다. 역경 속에서도 가자에서 교육은 희망의 요람이 되어 주었다. (180쪽)

리아는 이제 19개월이 되었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 바나나, 딸기, 요거트처럼 아이가 아직 맛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보통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이런 작은 즐거움들이 내 딸 리아에게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계속되는 투쟁의 나날 속에서도 나는 언젠가 아이의 세상이 다시 온갖 색색으로, 새로운 맛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딸아이가 언젠가 달콤한 과일을 한 입 깨어 무는 날을 상상하며, 전쟁과 물자 부족에서 벗어나서 건강한 환경에서 튼튼하게 자라기만을 꿈꾼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는 생존만을 생각하며 겨우 힘을 비축한다.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마침내 내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다리며. (238쪽)

사이드 알-아르가 당나귀를 때리던 채찍을 던져 버린 일, 수천 명의 절박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동물의 생명을 구하려고 한 일, 자신도 굶주린 상태에서 떠돌이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준 일은 이례적인 행동이 아니다. 그들은 사실상 자신의 믿음이 가진 규율과 가르침, 그 정신을 본보기로 보여 준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주조해 나아가야 할 지속적이고, 공정하며, 연민이 있는 미래의 문화다. 그로부터 이 땅에 번성하는 모든 종류의 신의 피조물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84쪽)

팔레스타인 시인들은 나크바를 설명하고, 나크바를 기억하며, 이어서 다가올 여러 나크바를 예견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그리고 그들의 탄언과 그들의 공포, 그들의 세계에 대한 절망을 우리가 과장된 것이라고 혹은 너무 흥분했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시간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그 사이 점령자는 더욱 괴물이 되어간다. 결국 팔레스타인 시인의 예언이 옳았다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 증명된다. 나는 히바의 목소리를 믿는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또 우아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나 확신에 차 있는지 경탄한다. 나는 그 목소리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신뢰가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팔레스타인은 언어 속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전 세계 도시 광장에서 모여들어, 시 구절이 낭송되고 번역될 때마다, 형태를 갖추어 자리를 잡는다. 계속 뛰기를 원하는 심장 박동 안에서 희망이 소생하는 매 순간에 믿음이 담겨 있다. 나는 히바의 목소리를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 예언이 진실이라 믿고 싶다. (303쪽)

기자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 감옥에서 어떤 식으로 저항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장면이 기억난다. 수감자는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웃으면서요. … 그리고 승리를 상상하면서요. 우리는 결국에는 이기고 말 겁니다.” 이 장면은 희망은 그저 막연하게 정의나 자유를 바라는 것 그 이상의 무엇임을 의미한다.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해방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저항을 이어 나가는 것이 곧 지치지 않는 강인함과 긍정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팔레스타인이 언제나 회복할 힘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곧 팔레스타인을 비인간화하는 것이다. 영구한 회복력이라는 서사는 식민 억압의 잔인함을 얼버무리는 것이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감내하는 폭력의 복잡함을 단순화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분명 그 자체의 역할이 있다. 특히 극단으로 치닫는 정착민 식민주의 폭력을 마주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다. (318쪽)

여전히 내가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고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실시간으로 폭탄을 맞고 굶주리면서 매 순간을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묵묵히 견뎌 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 내 삶이 너무 황당한 나머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느껴진다면, 대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내일 당장 폭격이 멈춘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언론인들과 학자들조차 전쟁의 이러한 면모를 언급하지 않는다. 집단학살은 도시를 파괴하고 생명을 앗아가지만, 학살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을 엉망으로 뒤집어 놓는다. 전쟁 그리고 집단학살은 공동체 전체를 유린함으로써, 공동체 존재의 의미를 완전히 부식시켜 버린다. 그 여파는 가늠할 수 없다. 누구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끊임없는 메아리를 남길 뿐이다. (330쪽)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수십 년간 이스라엘의 잔인한 억압 정권에 맞서 저항하면서 절대로 희망을 포기한 적이 없다. 이 희망의 뿌리는 우리 팔레스타인 민족의 강건함, 자유와 정의, 평등 그리고 존엄 안에서 우리의 조국 땅 위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계속 고수하는 것에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연대 운동의 영향력이 커진 고무적인 현실에도 희망이 자리한다. 절망할 권리를 얻지 못하는 한, 우리는 슬픔과 분노를 더욱 효과적인 조직화, 전략 수립, 연합, 실천을 통해 민중의 힘과 희망으로 전환해야 한다. (394쪽)

정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통해서 사랑의 표현은 깊어 간다. 그리고 우리 조국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세상이 우리의 이야기를 절대 잊지 못하게 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사랑은 더욱더 깊어 갈 뿐이다. 그 이유로 길었던 1년 동안의 병가가 끝나고 나서, 나는 다시 돌아가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 우리의 땅, 또 그 땅에 속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가 그 땅을 해방시키려 싸울 이유가 또 무엇이 있을까? (433쪽)

지은이

지은이: 모사브 아부 토하
시인. 가자 지구 에드워드사이드도서관 설립자. 전쟁 이후 가족의 피난, 자신의 구금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를 이 책에 담았다.

지은이: 야라 하와리
학자, 정치평론가. 팔레스타인정치네트워크 <알-샤바카> 디렉터.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글을 담았다.

지은이: 타레크 바코니
학자, 정치평론가. 인터내셔널크라이시스그룹 선임 분석가, <알-샤바카> 회장. 이 책에서 2023년 10월 이후에 집중하여 하마스를 포함하는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의 역사를 짚었다.

지은이: 히바 아부 나다
시인, 인권운동가, 교육가. 촉망받는 작가, 열정적인 활동가였던 그녀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2023년 10월 20일 사망했다. 추모의 의미로 그녀의 시 「그대에게 안식을 허한다」를 실었다.

지은이: 메리 투르파
외과 의사(전공의), 저널리스트, 인권 운동가. 이스라엘방위군의 소셜 미디어 구체 분석을 바탕으로 시오니즘의 현재적 양상을 비판한 글을 담았다.

지은이: 마리암 바르구티
팔레스타인 및 레반트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가자 전쟁 이전의 서안 지구 점령과 봉쇄,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현지 취재한 글을 이 책에 썼다.

지은이: 라일라 알-아리안
<알자지라> 영문판 프로듀서. 그녀가 연출한 다큐멘터리의 기반이 된 6세 소녀 힌드 라잡에 관한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그녀의 어머니 위샴 하마드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담았다.

지은이: 모나 찰라비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퓰리처상 수상자. 전 세계 5세 이하 어린이 잔혹사의 주요 원인 네 번째가 이스라엘의 폭력임을 고발하는 표를 책에 그려 수록하였다.

지은이: 이만 바셰르
교사, 작가. 전쟁 발발 당시, 그 이후에도 베이트하눈여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학과 영어를 가르쳤다. 빛났던 자신의 어린 제자들을 기억하고 교육의 가치를 되새기는 글을 썼다.

지은이: 니나 라카니
󰡔가디언󰡕 시니어 기자, 작가. 직접 취재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물 부족, 식량 부족, 전쟁으로 인한 기후 위기, 초토화 등 에코사이드 양상을 기록했다.

지은이: 누르 알야쿠비
가자 거주 번역가, 작가. 전쟁 발발 당시 6개월 난 딸과 함께 피난하며 겪은 굶주림에 관한 처절하고 가혹한 이야기를 이 책에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지은이: 타냐 하즈-하산
의사.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의사 그룹 옥스팔을 창립했다. 전쟁 이후 가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대변인으로 활동 중이다. 2023년 이후 현장에서의 연대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지은이: 샤리프 사르한
시각예술가, 사진작가. 가자 지구의 현대예술을 위한 교류의 공간, 샤바비크를 짓고 운영했다. 폭격으로 파괴된 샤뱌비크의 역사, 파괴 이후의 상실감, 재건 의지를 담은 글을 썼다.

지은이: 수전 아불하와
소설가. 그녀의 <제닌의 아침들>은 팔레스타인 현대문학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이스라엘의 학살이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 끼치는 치명적 영향을 고발하는 논설을 이 책에 썼다.

지은이: 후다 J. 파흐레딘
번역가, 펜실베이니아대학 아랍문학과 부교수. 그녀는 기자 아나스 알-샤리프, 시인 히바 아부 나다 등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진실을 말하던’ 이들을 마음 깊이 추모하는 글을 썼다.

지은이: 말라카 슈와이크
학자. 세인트앤드류대학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이스라엘에 의해 강제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권 현황을 취재하고 분석한 글을 이 책에 썼다.

지은이: 아흐메드 알나우크
저널리스트. 위아낫넘버스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 청년 저널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폭격으로 일가친척 21명이 사망했다. 살아남은 이의 트라우마, 정신적 고통에 관한 솔직한 글을 썼다.

지은이: 리나 문디르
레바논 출신 작가, 번역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이어 레바논으로 확전을 벌이며 남부 지역에서 일으킨 폭격과 전쟁범죄에 대한 글을 썼다.

지은이: 오마르 바르구티
인권운동가. 팔레스타인이 주도하는 보이콧, 투자철회, 경제제재 운동(BDS 운동)의 주창자로 간디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서 BDS 운동의 역사, 의의, 전략, 전망에 대하여 논했다.

지은이: 조 사코
시사 만화가.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의 지은이: . 이 책에 실린 짧은 시사만평을 통해 이스라엘의 학살에 철저한 뒷배가 된 미국의 행태를 비판했다.

지은이: 마리암 이크발
컬럼비아대학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모임> 주창자. 바너드칼리지 중동학 전공. 2024년에 벌어진 컬럼비아대학 힌드홀 점거 농성에 관한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지은이: 아흐메드 마수드
소설가, 시인, 예술 감독. 2024년에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형제를 애도하는 시를 이 책에 썼다.

지은이: 야라 이드
저널리스트, 인권 운동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종군 기자로 활동했다. 활동 중 부상을 입었음에도 회복하여 복귀했다. 그 결심을 담은 글을 이 책에 수록하였다.

엮은이: 파티마 부토
파키스탄의 작가, 칼럼니스트. 소니아 팔레이로와 함께 이 책을 기획‧편집했다.

엮은이: 소니아 팔레이로
인도의 작가, 저널리스트. 파티마 부토와 함께 이 책을 기획‧편집했다.

옮긴이: 이나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공부했다. 주로 캐나다에서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로 책을 읽고 번역하며 넓은 세계를 배워 가는 중이다. <관타나모 키드>,<바다의 생물, 플라스틱>을 우리말로 옮겼다.


도서 정보



도서명: <가자의 목소리>

주제 분류: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사회운동 일반
국내도서 > 역사 > 이슬람/중동/이스라엘 > 근현대사

펴낸곳: 돌베개
판형: 135*200mm / 440쪽
정가: 26,000원
출간일: 2026년 9월 28일 (예상)

※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일정 등은 출판사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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