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정신과 돌봄시설에 취업한 임상심리학 박사님의 첫 번째 업무, ‘가만히 있기’
“정말 이래도 될까? 치료해야 하지 않나?”
‘가만히 있기’를 돕는 돌봄과 ‘가만히 있기 않기’를 강제하는 사회
‘돌봄’에 관한 거의 모든 담론을 사유하는 단 한 권의 책!
교토대학교에서 막 학위를 받은 초보 임상심리학 박사가 오키나와의 정신장애인 주간 돌봄시설에서 심리사로 근무한 경험을 쓴 연구서이자 에세이다. 주로 조현병 당사자들이 생활하는 시설에 갓 부임한 저자는 아픈 이들을 ‘치료’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우지만 예상과 달리 그에게 주어진 업무는 치료와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조현병 당사자들과 카드놀이를 하고, 배드민턴을 치고, 관광을 다니고, 때로는 그들과 함께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다. 박사 학위까지 받으며 수련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는 나날을 보내며 저자는 끊임없이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당사자와 함께 ‘가만히 있기’ 자체가 ‘돌봄’의 행위이며, 그러한 돌봄을 통해 당사자들의 망가진 일상을 복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간다.
이 책은 돌봄이 성공적일 때 비로소 유지되는 평범한 일상, 의존과 돌봄의 원리, 돌봄의 상호교환성, 능동도 수동도 아닌 중동태로서 존재하는 돌봄, 돌봄노동의 가치가 폄하되고 훼손되는 자본주의 사회 등 ‘돌봄’을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을 비롯해 철학, 사회학, 인류학, 심층심리학 등을 통해 ‘돌봄’을 논하는 이 책은 굳이 분류하면 학술서지만 에세이나 소설처럼 읽힌다. 자신의 머리에 구멍이 뚫렸다고 믿는 사람, 달나라 주민으로서 특별한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정신장애 당사자들과 제각기 다른 개성의 돌봄노동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웃음과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이 책은 2020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대상, 제19회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 등 일본에서 그해 가장 훌륭한 인문서에 수여되는 굵직한 상을 모두 수상했고,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저자 도하타 가이토는 이 책을 계기로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인문 저자가 되어 꾸준한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2019년 다다서재에서 출간한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의 개정판으로, 한국어판 저자 서문을 더하고 전면적인 개역과 편집을 거쳐 재출간한다.
2019년 봄, 출판사를 창업하기로 했을 때 다다서재에는 방향이라는 게 없었다. 목표도 분야도 확정하지 않고 ‘그저 좋은 책’을 찾을 뿐. 그렇게 수십 권의 책을 검토하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인간의 ‘있기(being)’에서 출발해 ‘돌봄’과 ‘의존’을 중심으로 정신의학을 파헤치고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다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비판에 이르는 굉장한 책이었는데, 인문서였다가 소설이 되었고, 에세이인가 싶으면 학술서가 되었다. 이 자유분방한 형식과 광범위한 내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책의 주제인 ‘돌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포장해야 할지도 고민했다. 당시만 해도 ‘돌봄’은 연구자의 용어였고 돌봄에 대한 대중교양서를 찾기 힘들었다. 좀더 고심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창업지원금 일정 때문에 책을 ‘빨리’ 만들어내야 했다.
2019년 11월 세상에 떠밀려 나온 책은 제목을 봐도 표지를 봐도 카피를 봐도 도대체 무슨 책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책은 나오자마자 빠르게 잊혔다. 국내에서의 차가운 반응이 무색하게 일본 현지에서는 점점 판매가 늘어나며 전문가와 독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고 결국 그해 인문서 독자들이 선정하는 최고의 책인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의 대상과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통틀어 매해 단 한 권에 수여되는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믿기지 않는 성과였지만 화려한 수상 실적을 띠지로 둘러 포장하기엔 이미 늦었다. 우리가 책을 너무 빨리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홍보도 받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만 있던 이 이상한 책은 자신만의 속도로 아주 천천히 세상에 들어갔다. 우선 ‘돌봄’을 연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양서를 골라 읽는 독자들 틈으로 조금씩 천천히 퍼져갔다. 이렇게 좋은 책인데 왜 포장이 이따위냐 하는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평을 들으며 우리는 다음 책을 또 다음 책을 만들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우리가 만드는 책은 온통 ‘돌봄’에 관한 책이었고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책뿐이었다. 이 책이 우리를 조용히 그 어려운 길로 인도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출판사 밖에서는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정치와 경제가 난동을 부렸고 잊을 수 없는 죽음들과 곳곳의 격렬한 분열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있기 힘든 사회’가 되어갔다. 흔들림 속에서 붙잡을 것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있기’ 위해 그제야 ‘돌봄’을 떠올렸다. 출판계에는 ‘돌봄’ 열풍이 일었고 수많은 출판사에서 돌봄에 관한 굵직한 책들을 앞다투어 출간했다. 역시, 이 책은 너무 빨리 나왔다.
이 책은 우리의 출판 모토 그 자체가 되었고 책을 대하는 시선,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 나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 삶을 추동하는 가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우리는 책이나 원고를 검토할 때 늘 이 책을 기준으로 삼았고 책을 만들 때도 이 책을 반면교사 삼았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다시 만들어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번역했고 문장 하나하나를 다시 만지며 오류를 바로잡고 완성도를 높였다. 이 책을 이미 좋아하던 분들과 좋아할 만한 분들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뜻밖에 여섯 분이 모두 추천사를 주셨다. 여섯 분의 추천사를 모두 싣기 위해 책 판형을 위아래로 조금 키웠다. 제목도 바꾸고 표지도 새로 디자인했다. 편집자로서 지난 5년간 다다서재에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책을 수십 권이나 만들었는데도 이 책을 몇 줄로 정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돌봄 담론이 범람하는 작금의 현실에도 이 책의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있기 힘든 사회’와 ‘있기 힘든 일상’을 견디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이 책이 가닿길 바란다. ㅡ 다다서재 편집장 김남희
★ 2020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대상 수상
★ 제19회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 수상
심사평 및 현지 서평
그 이상적인 잠재성은 예감하면서도 ‘돌봄’이라는 행위가 대체 무엇인지 사실 잘 알지 못했다. 돌봄의 실체란 ‘그저, 가만히, 있을 뿐’. 실재를 긍정하고 보호하는 ‘돌봄’은 현대 사회의 커다란 과제인 페미니즘을 비롯해 환경 운동의 핵심이 되는 개념이다.
ㅡ2020 기노쿠니야 인문대상 추천평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주간 돌봄시설 근무 경험에 기초해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돌봄 시스템의 문제를 부각시킨 수작이다. 무척 쉽게 읽히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인데, 심지어 경쾌하면서도 심오한, 매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문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ㅡ제19회 오사라기 지로 논단상 심사평
“오늘날 소설을 거의 전부 뛰어넘는 ‘글맛’!” ㅡ『공명신문』
“온몸을 맡긴 채 단숨에 읽었다.” ㅡ『선데이 마이니치』
“이런 방식의 ‘학술서’가 지금까지 있었던가?” ㅡ우에다 사토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의 ‘있기’는 ‘함께 있기’ 덕분이다. 누군가 곁에 있고 돌봄을 제공하기에 우리는 우리로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이 수익을 낼 수 없다면 경비라도 줄이라고 닦달하는 사회에서 ‘함께 있기’는 어려워진다. ‘함께 있기’ 어려운 사회는 ‘있기’도 어려운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자본이 부추기는 허무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는 어떻게 ‘함께 있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여러 번 웃었고 코끝이 찡해졌다. 경쾌하고 반짝이는 표면과 장중한 해류가 흐르는 심층이 함께 가는 정말 좋은 책이다. ㅡ고병권(작가, 노들장애학궁리소 회원)
팬데믹 시기, 온 세상이 살아남으려면 거리를 두라고 외쳤고 어린이, 장애인, 이주민, 노인은 고립되었다. 공부방 식구들은 끊어진 연결을 잇고 서로 곁을 지키려고 애썼다. 살기 위한 우리의 몸부림을 세상은 ‘돌봄’이라고 했다. 우리는 돌봄의 행복을 말하고 싶었지만, 세상은 돌봄의 필요성과 고통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했다. 그래서 외로웠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 덕분에 우리는 함께 있어야 괜찮아지는 인간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돌봄의 기쁨과 즐거움까지 자신 있게 말하게 되었다. ㅡ김중미(작가)
대개의 서사는 인물의 욕망으로 추동된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반대다. 자립하지 않고 욕망하지 않는다. 사건 없음이 사건이다. 그저 있음이 주제다. 그런데도 웃음과 통찰을 한 아름 안겨준다. 일평생 지독하게 세뇌된 가치 체계가 물구나무선다. 있기의 무능이 살기의 무능이고, 의존 없는 삶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의미도 재미도 없음을 완벽하게 설득하는 놀라운 책이다. ㅡ은유(작가)
함께 힘을 빼고 ‘있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이 책은 어깨에 힘을 빼고 주위의 흔해빠진 것들을 바라보게 한다. 이름 없는 것을 묘사하고 그에 이름을 붙인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효율적인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어왔던 내게 힘을 빼고 함께 있어보기를 제안한다. 일상을 구성하고 지탱하는 ‘돌봄’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들려준다. 책을 읽으며 자꾸만 덜컥이고 삐걱댄다면 의존과 돌봄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테다.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바라보며 함께 읽고 싶다. ㅡ이길보라(영화감독, 작가)
모두가 돌봄을 말하는 시대, 과연 돌봄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할까. 이 책을 통해 돌봄시설의 이용자와 노동자가 어떻게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지, 순환하고 완성되는 돌봄의 형태와 의미를 현미경으로 실핏줄까지 본 느낌이다.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낙오’된 존재들과 함께하는 돌봄은 그 자체로 신자유주의 가치를 배반하고 다른 삶을 가져온다. 저자가 구체적 현장 경험 위에서 설명한 이론을 따라가다 보면, 선의로 포장된 돌봄의 허구성과 좋은 돌봄이라는 막연함을 넘어서는 고도의 돌봄을 만나게 된다. ㅡ조한진희(‘다른몸들’ 대표)
마치 모두가 엄마 뱃속에서 걸어 나와 무덤까지 걸어 들어갈 것처럼, 자립이 당연하고 의존은 죄가 된 사회. 하지만 저자는 의존할 수 있을 때, 무리하지 않고 가만히 존재할 때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시종 ‘치료’와 ‘돌봄’을 대비시키지만 ‘치료’의 자리에 교육이나 예술, 심지어 반자본주의 사회운동을 넣어도 무방하다. 이것은 우리가 성장과 자립, 변화와 진보를 추구할 때 놓치는 일상의 가치와 돌봄 받는 동시에 돌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ㅡ홍은전(작가, 인권동물권기록활동가)
우리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의지할 때, 의존할 때는 ‘진정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럴 수 없으면 ‘가짜 자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있기’가 괴로워지면 ‘하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해 우리가 어딘가에 ‘있기’ 위해서는 그곳에 익숙해지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안심하며 내 몸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 한 가지는 말해두고 싶다. 앞서 말한 의존을 우리가 평소 무의식중에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누군가에게 몸을 맡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 의존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2장 ‘있다’와 ‘하다’ / 일단 앉아 있어」 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일에 아이가 일일이 감사를 전한다면,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제대로 의존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존노동은 당연한 일을 지극히 당연하게 제공함으로써 받는 이가 자신이 의존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의존노동은 손해만 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다. 그들이 일을 잘할수록 누구도 고마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마워하지 않을수록 어머니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틀림없이 이런 사정이 의존노동의 낮은 사회적 가치와 관련 있을 것이다. 의존노동은 누구도 깨닫지 못하니까.
―「4장 전문가와 비전문가 / 보이지 않는 노동」 중에서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 나를 돌보는 것과 같다면, 반대로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것은 그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통약자는 자리에 앉음으로써 양보한 이의 기운을 북돋웠고, 모르는 걸 물어본 학생은 가르치는 친구가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다. 이처럼 신기하게 뒤집힌 세계가 보인다.
―「7장 치료자와 환자 / 금요일에는 우리끼리만 웃는가」 중에서
‘있기’는 무가치하다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간을 ‘human being’이라고 쓰는 것은 ‘있기(being)’가 우리의 근원에 자리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을 테니까. 실제로 아무리 일을 잘하는 우수한 인재라도 우선은 직장에 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있기’는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고, 모두가 그렇다고 동의한다.
그렇지만 ‘그저, 있을, 뿐’이라는 말에서는 확실히 뭔가 불편함이 느껴진다. 무언가가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달라붙는다.
―「9장 보호소와 수용소 / 가만히 있는 건 괴로워」 중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있기가 힘든 나라
프롤로그 이래도 괜찮을까?
제1장 돌봄과 치료 / 이상적인 직장
제2장 ‘있다’와 ‘하다’ / 일단 앉아 있어
제3장 마음과 몸 / ‘마몸’을 만지다
제4장 전문가와 비전문가 / 보이지 않는 노동
시간에 대한 메모
제5장 원과 선 /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제6장 북극곰과 고래 / 사랑에 약한 남자
제7장 치료자와 환자 / 금요일에는 우리끼리만 웃는다
제8장 사람과 구조 / 두 번의 이별
돌봄과 치료에 대한 메모
제9장 보호소와 수용소 / 가만히 있는 건 괴로워
작가의 말
1) 18,000원 펀딩
- <있기 힘든 사람들> 1부
- 초판 1쇄 후원자 명단 인쇄
- 마일리지 추가 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