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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 정재경

"서사의 시작들"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세계"라는 이야기를 만들고 지탱한 수많은 서사의 시작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곳에서 소개되는 책들은 인간이라는 우리가 시간을 통과하면서 영향을 받은 사건, 시기에 관한 기록이나 작품입니다.

서점 주인 정재경이 알라딘 독자들에게 권하는 12권의 책

"서사의 시작들"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변신 이야기
축의 시대
고백록
신곡
중세의 가을
우신예찬
실낙원
다락방의 미친 여자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순교자!
작별하지 않는다
힌트: 사랑, 종교, 연작

정재경의 블라인드 북

"그래서 이 책의 사랑은 신의 사랑이 아닌 인간들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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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경의 블라인드 북

이 책은 성서 속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대체로 성서/성경은 종교적으로 해석되었지만, 이 책은 그 모든 이야기들 속에 있는 사랑을 무척 혼란스러우면서도 인간적으로 그려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사랑은 신의 사랑이 아닌 인간들의 “사랑”입니다. 책에선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과 질투가 나오고, 형제와 형제 사이의 폭력도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들 중심을 흐르는 사랑은 종교적인 표현이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문학과 같이 표현되고 해석됩니다. 저는 인간들이 믿고 말하는 모든 이야기가 결국에는 이러한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이야기는 증오와 폭력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영원히 남게 될 인간의 이야기는 사랑이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가장 문학적이면서, 가장 종교적인 사랑이 우리의 이야기라고 믿으며 서사들의 소개를 마쳐봅니다.

예약판매 도서로 4월 21일까지 판매, 23일에 출고 예정입니다.
도서명은 4월 23일 책의 날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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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경의 추천 도서 12권

  1.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표지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자미라 엘 우아실.프리데만 카릭 지음, 김현정 옮김

    가장 오래된 인간의 이야기들은 사실 글이라는 기록 형태가 아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설화에 가까웠습니다. 현대의 독자에게 이야기와 책은 동의어 같지만, 아주 오랜 시간 인류에겐 말로 들려지는 이야기와 기록된 글 사이에는 아주 큰 괴리가 있었죠. 입에서 입으로 들려지고 암송되어 내려오던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 세계의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화(신화)에는 종교적인 메시지가 표면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고대의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나마 개연성을 가진 틀로 해석하려는 의지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석하려는 의지는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이어지죠.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는 이런 인간들의 공통된 이야기 구조, 주제들을 아주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저 옛날 이야기들만 아니라 오늘날 영화를 포함한 미디어에서 다루는 이야기들까지 연결해서 소개하기에 “서사” 입문서로 가장 먼저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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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변신 이야기 표지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그리스 신화는 가장 오래된 신화 중 하나이자 가장 잘 전승되고 영향력을 가진 신화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여러 이야기들은 여전히 여러 작품에서 재해석되고 변주되곤 하지요(곧 개봉할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딧세이아가 좋은 예 같습니다). 로마인 오비디우스가 정리해서 쓴 <변신 이야기>는 처음에는 창조와 신들의 전쟁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가 그려낸 신들은 그저 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변신하면서 인간과 사랑하고 투쟁하며 살아갑니다. 욕망을 하기에 사랑하고, 투쟁하기 위해서 신적인 능력으로 변신을 하거나 다른 존재를 변신시키죠. <변신 이야기>에서의 신이나 영웅은 욕망이나 실패가 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실패하는 존재로 그려지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다시 해석할만한 여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다양한 작품들이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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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축의 시대 표지

    축의 시대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이 책은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의 종교 & 철학의 탄생을 주목합니다. 인간사 전체로 보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 이 700년은 지금까지도 인간 종교 & 지성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죠. 종교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시기에는 조로아스터교부터 유일신을 믿는 히브리 종교가 탄생 또는 영향력을 끼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상적으로는 공자부터 소크라테스까지 활동한 시기이죠. 동서양 전체가 분열과 혼란 가운데 있던 시기이지만, 동시에 허다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가르침을 주고, 기록을 남긴 시기였습니다. <축의 시대>는 이런 시대를 아주 탁월하게 정리하면서, 동시에 오늘날 우리의 상황과 연결해서 생각할만한 지점을 건드리고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이 시대만큼 철학, 문학, 종교가 융성한 적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혼란만큼은 오늘날과 비슷한 것 같아서 더 가깝게 읽히는 이상한 지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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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고백록 표지

    고백록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성염 옮김

    아우구스티누스는 유럽 종교, 철학에선 큰 기둥 같은 인물입니다. 4-5세기 서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한 주교이자 신학자이고 더 큰 의미에선 철학/사상가이죠. 그가 남긴 다수의 작품 중에서 <고백록>은 단연 가장 뛰어난 작품이면서 내밀한 작품입니다. 이 책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종교적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반추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오와 실수를 신 앞에서 정직히 고백하고, 그런 삶의 여정 가운데 자신을 인도한 신의 섭리, 운명을 찬양하죠.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이렇게 자신을 인도한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신이 얼마나 우주적이고 사상적인 근원이 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에선 시공간의 시작에 대한 언급이 아주 유명합니다. 그런데 전 이 책을 조금 다른 각도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고백록>은 제가 찾아본 바로는 거의 최초의 에세이 같기도 합니다. 자신의 내밀한 경험과 삶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긴다는 측면에서 <고백록>은 거의 최초의 에세이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이 책의 문장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물론 라틴어로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선 번역이 잘 된 책으로 추천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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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신곡 표지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귀스타브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중세 문학의 절정이자 종교 문학에 영원한 흔적을 남긴 책, <신곡>은 생각보다 더 재밌고 나름 로맨틱합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신곡을 검색하면 단순히 다양한 번역본만이 아니라 다양한 2, 3차 저작물이 검색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해석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 역할을 자처할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과 (읽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죠. 솔직히 말하면, <신곡>은 그냥 읽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왜냐면 이 작품은 단독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중세의 다양한 문학과 종교적 믿음들을 정리해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말하자면, <신곡> 하나만 제대로 읽으면 중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믿고, 어떤 혼란 가운데 결국 내세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삶과 죽음 그리고 의미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같은 문학이기에 <신곡>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칭송을 받는 것 같습니다. 분명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읽을 가치가 너무나도 뛰어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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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중세의 가을 표지

    중세의 가을

    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

    사실 중세 시대는 제 최애 시대입니다. 여전히 이 시대를 그저 암흑시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상은 더 복잡하고 더 흥미로운 시대죠. <중세의 가을>은 중세에 관한 오해를 바로 잡아주고, 중세인의 삶과 사회를 다양하게 포착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 하나만 잘 읽으면 앞서 소개한 <신곡>도 잘 읽을 수 있게 되니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오늘날의 시선으로 중세를 보면 완전히 다른 인류를 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의식주도 우리와 너무 달랐고, 사회구조도 지금의 정치 체계가 아닌 더 오래된 구조들(봉건제, 장원제 등)에 의해서 유지가 됐었죠. 여러 세계와 나라들이 서로 충돌하는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인간은 그럼에도 삶을 해석하고 의미 또는 희망 비슷한 것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그런 모든 시도들이 중세에 유독 더 짙고 깊게 남겨져서 이 시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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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우신예찬 표지

    우신예찬

    에라스무스 지음, 김남우 옮김

    최초의 인문주의자이자 르네상스인이라고 불리는 에라스무스의 대표작인 <우신예찬>은 풍자계의 고전 같은 작품입니다. 교황 제도와 봉건제의 몰락이 이어지며 르네상스라는 시기가 가까이 왔을 때, 네달란드에 한 학자는 교황제를 포함한 중세의 권위를 풍자하며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립니다. 물론 누군가 진지하게 교회의 권위에 대한 공격이냐고 물으면 자기는 ‘풍자’만 한 것이라고 회피하면서 생존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풍자라는 가장 높은 수준의 조롱으로 그 시대의 무너지는 권력들을 향해 웃음소리를 질러버렸던 것 같습니다. 이 책도 무척 재밌지만, 에라스무스 삶 자체도 흥미로움 그 자체입니다. 어떤 권위나 권력에 매이지 않고, 궁금하니깐 공부를 하는 인본주의자의 멋있음이 한껏 드러나는 인물이죠. 그저 공부하다가 라틴어 성서를 그리스어로 번역해버렸고 이게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죠(?) 흥미로운 시대에 딱 어울리는 흥미로운 인간이 쓴 책이라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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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실낙원 표지

    실낙원

    존 밀턴 지음, 조신권 옮김

    <실낙원>은 의도치 않게 악마/사탄을 주인공처럼 묘사한 작품입니다. 정작 이 작품을 쓴 존 밀턴은 신실한 개신교도였지만, 그의 작품은 그리스 희곡들과 <신곡>의 영향 가운데서 신의 적대자인 악마를 마치 영웅처럼 묘사해버립니다. 작가의 의도를 넘어서서, <실낙원>은 후대의 작품에서 악마 케릭터의 모범 사례가 됩니다. 이 작품에선 분명 신이 등장하고, 최초의 인간 부부가 등장하면서 신의 뜻이 전달됩니다(성서 창세기 내용). 그런데 악마의 첫 등장부터 연설을 읽다보면 독자는 어느 새 악마편에 서서 충성을 맹세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탄의 마지막 전투를 보면 영웅적 실패로 보이게 되죠. 이 작품처럼 작가의 의도를 훌륭하게 벗어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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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다락방의 미친 여자 표지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영문학사에서 <실낙원>은 정점이자 하나의 틀이 되었었습니다. 그러던 중 18세기가 되면서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가 비로소 제대로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죠.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제인 오스틴부터 메리 셸리 그리고 브론테 자매들을 주목하면서 영문학사의 페미니즘적 해석을 제안합니다. 18세기 이전에는 남성 작가들만 존재하던 영문학에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이런 여성 작가와 작품들이 남게 되었는지, 이 책은 아주 탁월하게 소개하고 문학 작품간의 관계도를 그려나갑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지금 좋아하는 영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이 결국 그 앞 세대와 투쟁하면서 글을 썼고, 그런 그들의 작품을 읽어준 여성 독자들에 의해서 영문학의 획을 긋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함께 써가며 읽어주었기에 가능한 역사이자 사건이었다는 것을 이 책은 모든 챕터에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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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표지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샤를로트 델보 지음, 류재화 옮김

    20세기는 세계 대전과 대학살로 어둡게 시작했습니다. 두 번의 양차 대전은 단순히 전쟁으로 기억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 공동체의 가장 끔찍한 어두움이라고 기억되고 언급되게 됩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그런 비극의 한복판이었던 아우슈비츠를 증언합니다. 이 책은 여성들, 그것도 여성 레지스탕스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서 겨우 49명이 돌아온 이야기를 하나의 증언-문학으로 담아냅니다. 아우슈비츠라는 공간이자 사건을 해석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 책은 가장 숨겨졌고 덜 서서화된 이야기를 주목하면서 거기에 “우리”가 있었다고 소리칩니다. 이런 비극에 관한 기록들은 그저 과거의 역사로 남지 않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국가적 또는 조직적 폭력에 증언자처럼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20-21세기는 전쟁과 폭력 그리고 잊혀진 자들의 목소리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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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순교자! 표지

    순교자!

    카베 악바르 지음, 강동혁 옮김

    “순교”라는 말만큼 오해되고 악용되는 단어는 없을 것입니다. 고대인들의 순교는 그나마 종교와 자신의 집단을 향한 헌신의 결과로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현대의 순교는 대개 광신자들의 폭력으로만 보이고 또 그렇게 봐야한다고 교육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책의 작가는 당돌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순교라는 단어가 특정 집단, 인종을 향한 혐오적 의미로 사용된다면, 어떻게 이 단어의 주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순교자!>는 이란계 미국인인 사이러스라는 인물을 주인공이자 화자로 삼으면서 ‘강제된 순교’라는 문제를 소환합니다. 사이러스의 어머니는 미군에 인해 허무하게 죽어버렸고, 남은 가족의 삶은 그 허무한 실수 비슷한 사건 때문에 송두리째 무너져버립니다. 이런 무의함과 사회적 낙인 가운데서 사이러스는 삶의 의미 자체에 대해서 계속해서 묻게 됩니다. 그렇다고 진지하게 삶을 논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이러스는 담담하게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 조용히 자기 개인이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허무와 죽음에 대해 질문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의 끝에는 모든 예상과 기대 그리고 희망을 반전시키는 답변이 그를 기다립니다. 이 소설은 한 개인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로만 읽힐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서 다양한 인간의 이야기로도 해석됩니다. 어떤 사회나 정부든 한 개인의 정체성을 쉽게 낙인 찍거나 정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은 한 인물에 집중된 아주 작은 이야기를 통해 선언합니다. 자신을 향한 혐오와 편견을 온전히 마주하며 쓴 작품이기에 읽다보면 자꾸 용기 비슷한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저는 이게 현대 소설의 시작이자 방향성이라고 믿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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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작별하지 않는다 표지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4월은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시기이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비극과 직결되는 시간입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님의 전작들에 비해 더 아슬아슬하면서도 깊은 다짐을 보여줍니다. 제목처럼 소설의 결말부에서 독자는 그냥 그 역사와 아픔을 보낼 순 없다는 작가님의 마음이자 역사의 메아리를 듣게 됩니다. 문학 또는 이야기는 결국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이 책의 이야기는 인간의 “고통”을 망각하거나 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깊은 다짐으로 답합니다. 사실 우리가 기억하든 못하든, 이야기들은 고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폭력과 고통이 창조 때부터 있었고(변신 이야기, 실낙원), 개인의 과오와 화해도 역사 내내 있었습니다(고백록, 신곡). 사회의 지배적 목소리에 반하면서 자신의 소리를 내기도 했고(우신예찬,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역사적 비극 속 잊혀진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결국 우리에게 기억을 돌려줍니다. 지금 우리만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 안에 우린 다같이 살아가고, 고통 당하고 있다고. 이런 서사의 세계를 여러 책들과 함께 기억하길 바라면서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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