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작가 4년 만의 신작. 전작이 '어린이'라는 존재를 고유한 세계를 가진 개인이자 동료 시민, 다음 세대로서 호명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신작은 어린이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의 자리를 살피고 어린이가 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필요한 어른의 역할을 탐색하는 책이다.
어린이가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라면, 어른은 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밑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되기로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전시’도 좋지만,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따르는 ‘모두를 위한 전시’가 나는 더 좋다. 그런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 좋겠다. 연구하고 전시하는 어른들, 주의 깊게 유물을 감상하고 탐구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어린이에게는 체험이나 기념품만큼이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세상의 어떤 부분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을 때, 변화를 위해 싸울수록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만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미래에서 누군가가 와서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미래에는 나아진다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미래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어린이다.
선생님들이 나만 꼭 집어 사랑하지 않더라도, 사랑받는 아이 중 하나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랑은 자격을 갖추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학교에 있는 동안만큼은 가정의 그늘을, 폭력을, 냉담함을, 긴장과 불안을 잊을 수 있던 아이들이.
‘노 키즈 존’이라는 말로 차별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쉬운 말’은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 어린이의 출입을 제한해야 할 때는 오직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때뿐이다.
마음이 자란다는 것은 전 단계의 마음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동심원을 그리는 것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가장 안쪽에 두고, 차차 큰 원을 그려가는 것. 정확히 말하면 원은 아닐 수도 있다. 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면 어느 부분은 푹 꺼지고 어느 부분은 부풀어 올라 모양이 좀 이상한 도형이 되어 있다.
어쨌거나 나라는 사람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어린이의 마음이 있다. 내내 그 마음만 들여다보고 살아도 곤란하지만 결코 잊으면 안 된다. 내 삶은 단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