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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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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세트] 술꾼도시여자들 시즌 1~2 세트 - 전2권>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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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록보다 연두에 가까운- 지인의 말에 의하면 추천사는 무조건 “이 책을 읽지 마시오”로 시작하면 된다고 하던데, 그렇게 썼다가 이 책을 정말 읽지 않을까봐 두려워서 나는 이렇게 쓸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당장 읽으시오!!! 왜냐면.... ” 2012년 늦은 밤, 나는 부여로 향했다. 선배님 아버님의 장례 날이었다. 많은 방송국 관계자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고, 내가 온 후로도 밤새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모르긴 몰라도 거의 대부분이 선배님의 지인들이었고 역시 잘나가는 예능작가는 다르다고 생각할 때쯤, 선배님의 얼굴이 보였다. 사실 선배님은 늘 비슷한 얼굴이다. 술에 좀 취했을 때도, 다소 화가 났을 때도, 반갑게 맞아줄 때도, 아쉬움에 헤어질 때도, 마치 ‘김진태’의 얼굴로 성형한 사람처럼 매번 그 얼굴이었던 것 같은데, 그 날만은 확연히 슬퍼보였다. 어찌보면 슬픈 것이 너무나 당연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게 좀 신기해서 선배님의 표정을 한참 보았다. ‘아, 선배님의 아버지...!’ 나는 그날, 처음으로 선배님의 아버지가 궁금해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선배님은 돌연 (이라는 말이 정확할 듯) 부여로 내려가 버렸다. 나의 엄청난 술친구가 사라져버렸고, 나 뿐 아니라 선배님을 좋아하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상실감을 느꼈을 테다. 그만큼 당시 ‘김진태’라는 사람의 존재감은 실로 어마했다. 방송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밤이 되면 목동의 술집 어딘가에 있을 선배님을 만나기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하이에나들처럼 몰려들어 밤을 지새웠으니까. 그리고 10년 후, 사람들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선배님을 만나고 싶을 때는 목동이 아닌 부여로 가면 되니까. 하지만 선배님의 인생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선배님은 현재 95세의 노모를 모시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한 번도 선배님과 일을 해 본적이 없다. 확실한 건 숱한 잔을 부딪치며 술을 함께 했으니, 글을 알려준 선배님 이라기보다는 술을 알려준 술친구라는 표현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배님을 꼬박꼬박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선배님이 나를 정확하게 꽂아주셨기 때문이다. 드라마 판에서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방송국판에서 웬 말이냐 싶겠지만, 이 바닥에서는 라인을 잘 타는 것도 대놓고 실력이기에 나는 그것이 부끄럽지 않다. 물론 지금도 “그게 내가 꽂아 준거여? 네가 잘 한 거지”라고 말씀하시지만, 정확히 말해 이게 선배님의 힘이다. 늘 뭔가를 제대로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가면서 보면 뭔가가 있다. 쉽게 말해 안 듣는 척 하면서 다 듣고, 안 본 척 하면서 다 보고, 취한 것 같은데 다 기억하고, 이게 충청도 사람들의 성향인건지 아니면 선배님의 성향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를 대놓고 티 내지 않으며 늘 십오 도 정도 빗겨 있는데 그 안에 정곡을 찌르는 영민함과 날카로움이 있다. 처음에는 그 한 방을 도통 찾을 수 없으나, 오래 보고 돌아서서 보면 그제야 세게 다가온다. 그래서 선배님이 노모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셨을 때 나는 말렸다. 가뜩이나 오래 보고, 돌아서서 봐야 하는 느린 사람인데, 노모라니... 이게 돈이 되려나? 나는 실로 상업적이지만 일은 똑 부러지게 잘한다고 믿고 있는 멋진 편집자처럼 선배님에게 쓴 소리를 해댔다. 그럴 때마다 선배님은 매번 고맙다고 하면서도 “근데 난 이게 좋아.. 그냥 이렇게 가난하게 살려.” 라고 말하며 맥주 사진을 보내온다. 아.. 이래서 충청도 사람이 무섭다고 하는구나. 솔직히 얄밉기 까지 했다. 이럴 땐 한참 현역인 후배 작가의 말을 좀 들었으면 좋겠는데, 실로 귀는 다 열고 들으면서 도통 들어먹지를 않으니.. 말릴 수 없으면 응원하는 수밖에.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소리 없이 흘렀다. 카톡창에는 나의 잔소리들도 이내 끊기고, 이따금씩 대본작업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한밤중이면 사진 하나씩이 날아올 뿐이었다. 고된 하루일과를 끝내고 혼자 마시는 한 잔의 술. 선배님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지만 분명 금세 하루 일과가 다시 시작될 것이며, 점점 정신이 희미해지는 노모를 위해 밤새 정신은 반쯤 깨어있어야 할 것이다. 가끔 부여에 놀러 가면 술을 마시다가도 정확한 시간만 되면 노모의 밥을 차리기 위해, 휴가 끝에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처럼 정신을 바로 하고 집에 다녀오곤 하는 선배님을 보며, 노모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볼 때마다 선배님이 너무 늙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선배님의 나이를 모른다. 알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 선배님은 어깨가 넓고 캡모자가 잘 어울리니까.. 그럼 친구고, 대화가 되고 술잔이 부딪쳐지면 완벽한 친구니까. 그런데 부여에 가면 나도 모르게 ‘올 해 선배님 나이가 몇이지?’ 이런 생각을 한다. 선배님이 나이가 드는 게 선배님의 노모 때문만은 아닐 텐데도, 자꾸만 그런 생각을 한다. 뻔한 이야기지만 선배님을 만든 건, 팔할이 노모였구나.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것들이 보이고 그려지며 읽혀지고 느껴진다. 언젠가 한여름에 아카시아를 따먹던 소녀가 보이고, 가족의 바짓단을 줄이는 미싱 소리가 들리고, 못 살며 아껴가던 시절에 마당에 떨어지는 햇볕도 아까워 뭐라도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여자가 그려지며, 잠자다가 집에서 세상을 떠나고 싶은데 그런 복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노모의 말이 들린다. 그리고 그런 노모의 말을 들으며 오도카니 앉아있는 선배님의 등짝이 보인다. 노모가 교사시절 소풍으로 다녔던, 그리고 지금은 먼저 가신 아버님이 사진기와 솥단지를 들고 다녔던 그 부소산을 이제는 휠체어를 밀며 걷고 있는 선배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서두에 이어 ‘이 책을 읽으시오..!’ 에 대한 답을 하자면 왜냐면, 이 책의 주인공인 노모의 인생은 충분히 엿볼 만 한 가치가 있으니까. 왜냐면, 누군가의 자식이라면 생각해 볼만한 충분한 울림이 있으니까. 왜냐면, 누군가의 부모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 있으니까. 왜냐면, 이 책의 인생 하나하나가 멘트 하나하나가 놓칠 것이 없으니까. 그렇다. 요즘 세상의 모든 걱정이란 걱정은 다 살고 사는 내게 노모는 이렇게 전했다.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겄어. 사람 얼굴에 눈, 코, 입이 있듯이 걱정도 사람 몸에 당연히 붙어 있는 겨. 얼굴에 눈하구 입만 있구 코가 없다구 생각혀 봐, 얼마나 이상혀.” 하하하, 어머니 짱! 이책의 첫 장은 짙고 푸르른 초록이라기보다 속이 여린 연두에 가까운 색이지만 읽다 보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짙고 푸른 초록이 될 것이니 연두에서 초록까지 충분히 만끽하시길.
2.
  • 출판사*제작사 사정으로 제작 지연 또는 보류중이며, 출간 일정 미정입니다.
나는 원래도 술꾼으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 집필을 마치고 확연히 달라진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어느 술집에 가나 타이틀을 대면 술 한 병이라도 공짜로 얻어먹는다는 것과 눈살을 찌푸리는 주사를 부려도 ‘술꾼 작가이니 그럴 수 있다’는 식의 주변인들의 관대함이 늘어났다는 것. 다소 불편해진 것은 으레 술자리에 가면 진정한 술꾼으로서의 면모를 기대(?)하는 듯한 눈빛들이 느껴지면서 술에 있어서 좀 더 전문가가 되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자리 잡았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걸리 드링크』는 내게 여러 의미로 유익했다. 이 책 한 권만 마스터하면 평생 술자리에서 떠들어 댈 수 있을 만큼 술에 관한 모든 전문 지식들이 가득했기 때문인데, 심지어 다 읽고 난 후에는 단순한 잘난 척을 넘어 ‘술’과 관련한 어떤 철학이나 지론이 정립된 기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끔찍해서 적어도 이걸 읽는 동안에는 입에 술을 대지 않았다(그러니까 대략… 반나절?). 내가 만약 함무라비 법전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여사제인 내가 단지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감옥살이를 하다가 “그나저나 오늘, 술 먹고 드러눕기 참 좋은 날이 아니오?”라는 말로 입방정을 떨다가… 끝내 화형에 처해졌을 테니. 내가 만약 송나라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술과 욕망을 주제로 글을 썼다는 이유로 부끄러움을 모른다며 비난을 받아야 했던 이청조의 시를 보자마자 ‘구독’과 ‘좋아요’ 천만 번을 날리고 ‘이청조의 시를 국회로!’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끝내 화형에 처해졌을 테니. 내가 만약 증류주가 금기시됐던 시기에 태어났더라면 ‘여자가 술을 많이 마시면 배에서 남자의 성기가 자라게 될 것이다’라는 담배 경고 문구보다 무시무시한 협박을 받고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뱃속에 증류주 한잔을 털어넣을 것이다!”라고 외치다가… 결국 화형에 처해졌을 테니. 내가 만약 ‘술집 방문, 바지 착용, 흡연, 과음, 사업 운영’이라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었던 메리 프리스가 살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바지를 입고 흡연을 하면서 술을 마시는 그녀를 보고 뭐부터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비난하는 남자들을 향해 “(다리가 잘 찢어지는 바지를 착용하고 공중 날아 차기를 하며) 너희가 술맛을 알아?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우쥬 플리즈 꺼져줄래?”라고 말한 후 “(메리 프리스를 향해 멋지게 다가가서는) 시대를 원망하지 마. 널 만나기 위해 수백 년을 거꾸로 날아온 내가 있으니, (촉촉한 눈으로 잔을 들며 가열차게) 적시자!”라고 외치다가… 결국, 화형에 처해졌을 테니. 고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몇 번을 죽었다가 살아났는지 모른다. 더불어 오늘 내가 마시는 이 한 잔의 술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나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무려 회장님 앞에서 신고 있던 하이힐로 시원하게 병맥주를 따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샴페인 소맥을 미친 듯이 발사하는 오늘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편견의 세월과 설움, 그리고 투쟁이 있었는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술꾼 친구들과 술집을 차리는 게 꿈인데, 이제 계획 하나를 더 보태게 되었다. 주류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고 “업계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던 조이만큼 멋지게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대충 살다가 어느 날 좋은 날 주류 축제에 놀러 가서 양손에 술을 끼고 “일단 적시자!”를 외치는 것.
3.
『걸리 드링크』는 내게 여러 의미로 유익했다. 이 책 한 권만 마스터하면 평생 술자리에서 떠들어 댈 수 있을 만큼 술에 관한 모든 전문 지식들이 가득했기 때문인데, 심지어 다 읽고 난 후에는 단순한 잘난 척을 넘어 ‘술’과 관련한 어떤 철학이나 지론이 정립된 기분이었다. (…) 고로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몇 번을 죽었다가 살아났는지 모른다. 더불어 오늘 내가 마시는 이 한 잔의 술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나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무려 회장님 앞에서 신고 있던 하이힐로 시원하게 병맥주를 따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샴페인 소맥을 미친 듯이 발사하는 오늘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편견의 세월과 설움, 그리고 투쟁이 있었는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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