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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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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ure
- 한영희 사진집
한영희
(지은이) |
샘터사
| 2011년 11월
50,000
원 →
4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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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고색(古色)의 사진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더 이상 현실이 아닌 비현실적인 환상이 겹쳐 보이면서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과 기억 속의 아련한 장소들이 이중인화처럼 겹쳐 지나간다. 결국 작가는 진경산수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대중과의 소통이 아니라 사실상 자신의 반사적인 욕구를 렌즈의 시각으로 드러내고 있다. 풍경은 각자 삶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은밀히 보이는 일종의 삶의 자화상이 된다. 왜냐하면 자연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허망한 삶의 모든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풍경을 찍는다는 것,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비친 욕구와 욕망, 미련과 아쉬움 그리고 꿈과 환상을 드러내는 일종의 종교적인 고백임과 동시에 오래전에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기억의 풍경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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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간의 군무
- 조명동 사진집
조명동
(사진) |
하얀나무
| 2011년 9월
45,000
원 →
40,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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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서울의 기억을 찾아서
혹시 우리 막사발을 아는가? 왜 하필 막사발일까? 언뜻 보기에 이 막사발은 아무렇게나 만들어 아무데나 쓰였던 하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손과 자연이 만든 최고의 걸작으로 사실상 고려청자나 조선백자 이상의 또 다른 차원의 예술이다. 막사발은 우선 그 어떤 것도 똑 같은 것이 없다.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지면서 정형화된 모든 예술을 뛰어 넘는다. 막사발은 또한 결코 인간의 의지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의 순리 속에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어느 도공의 혼(魂)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막사발을 만든 조선의 도공들은 대를 이어 평생 도자기를 만들었으나 언제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만큼 무척 가난하게 살았다. 그들은 무명(無名)으로 무념(無念)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물질적 풍요를 부러워하지 않고 평생 도자기를 만들었다. 막사발에 드러나는 전혀 꾸밈없는 소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러한 도공의 혼이 배어든 자국인데 실제 일본의 어느 유명인은 찻잔으로 쓰인 이 막사발 안에서 신비의 옹달샘을 보았다고 했다. 도공의 혼은 보이는 색(色)의 세계가 아니라 삶의 침전과 같이 보이지 않는 공(空)의 세계이다. 이 공의 세계는 장인의 삶과 그가 만든 사발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감각의 공명(共鳴)인데 결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세계는 예컨대 평생 막사발을 만들어 온 어느 늙은 도공의 일화에서 잘 나타난다. 어느 날 이 도공이 읍네 장터에 간 사이 자신의 낡은 가마에서 불이나 작업장은 물론이고 옆에 있는 집에도 불이 붙었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도공은 발을 동동 구르며 죽음을 무릅쓰고 불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가 불 속에서 두 팔 가득 들고 나온 것은 집안 장롱에 있던 집문서와 패물이 아니라 그가 만든 하찮은 막사발이었다. 도공의 눈에 막사발은 더 이상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았던 삶의 흔적이자 분신이었다. 순수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것 또한 도공이 막사발을 만드는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삶의 공명이 전이되는 매개물이 다를 뿐이다. 오로지 공의 세계에서만 이해되는 이러한 행위는 또한 20세기 초 임종을 앞둔 무명의 으젠 앗제(Eugene Atget)가 평생 찍어온 파리의 텅 빈 골목을 촬영하면서 느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허무와 유사할 것이다. 앗제가 자신의 긴 삶의 여정을 통해 발견한 것은 막사발의 진정한 가치가 사발 자체의 물질적인 것이 아니듯이 현실의 시각적인 닮음을 넘어 아우라(aura)와 같은 “보이지 않는 존재(invisible)”였다. 왜냐하면 그는 인생에 있어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 사진작가 조명동의 서울 사진들은 이러한 미묘한 철학적 문맥에 접근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그의 사진들은 막사발의 투박한 모양처럼 결코 세련된 구성이나 매혹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사진들은 광화문, 경복궁, 인왕산, 남산, 북한강, 남한강, 시청 앞 광장, 한강, 63빌딩, 서울역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지리적인 장소들을 암시할 뿐이다. 게다가 간혹 장면이 보여주는 사건들 예컨대 대통령 국장 행렬, 시청 앞 거리응원 등은 누구나 기억하는 역사적 장면들이다. 그렇다고 사진들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화보집 유형의 사진은 더욱 더 아니다. 왜냐하면 연속으로 나열된 이미지들은 전혀 논리적인 구성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의 서울 사진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다른 곳에 있다. 막사발의 가치가 사발이 갖는 형태보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도공의 의도적인 행위)이 중요하듯이 사진 역시 이미지가 포착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히 장면의 순간 포착이 아니며, 사실상 초 이하의 극히 짧은 촬영 순간이라도 대상의 완전한 복사를 촬영의 유일한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거기에는 적어도 촬영자의 의도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서울은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담을 쓰듯이 적어도 자신의 체험이 투영된 전이물이나 자화상적인 독백이 된다. 왜냐하면 사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작가 고유의 내부적 경험으로 소급되어 올라가는 특별한 이미지 읽기, 다시 말해 예술로서의 사진 이미지는 결과로서 나타난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막사발 도공의 회한처럼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반사된 일종의 분신(分身)이기 때문이다. 앗제가 처음 생계를 위해 파리의 같은 지역 같은 거리를 반복적으로 촬영하면서 점진적으로 발견한 것은 지나온 삶을 향한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적 시선이었다. 작가 역시 서울의 같은 지역 같은 장소를 반복 촬영하면서 조금씩 발견한 것 또한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적 삶의 앙금이었다. 그에게 서울은 세상의 첫걸음으로 처음 촬영한 곳이기도 하지만, 그 후 30여 년 간 촬영을 위해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언제나 그의 출발과 배경이 된 곳 역시 서울이었다. 작가가 발견한 서울,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서울의 웅장하고 세련된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억압된 욕구와 미련 그리고 더 이상 돌아 갈 수 없는 기억의 부유물들이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역사 속으로 기록되던 역대 대통령의 국장, 국민장의 물결, 한강 위를 평화롭게 날고 있는 겨울 철새, 한국 전통 고궁의 미와 궁중 음악회, 성곽과 함께 보이는 서울 도심의 야경, 성곽 자체의 향수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한다. 사진은 기억됨과 동시에 잊어진다고 했지만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서울 촬영은 즐겁다”라고 적고 있다. 이와 같이 사진이 오랜 세월 이후 기억의 흔적으로 드러날 때 사진에 함축된 미적 가치는 결코 사건 당시 포착된 결정적 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은 누군가 인생은 겹쳐진 이중인화의 연속이라고 말했듯이 자신이 걸어 온 뒤안길을 보여주는 회고적인 이미지가 된다. 그가 보여주는 서울이 응시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작가가 기억하는 서울의 단편들은 포착 순간 이미 잉태되어 자신도 모르는 어떤 애착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일종의 자기반영(自己反映)의 충동과 희열로 이해된다. 지금도 들려오는 시청 앞 월드컵 함성, 굽이치는 남한강과 북한강의 감동, 눈 내린 한옥 지붕의 따스함, 광화문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 거기서 설명할 수 없는 환희와 억제할 수 없는 욕구가 갑자기 솟아오른다. 그때 사진은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달처럼 자신도 모르는 과거 어떤 애착과 아쉬움을 은밀히 들추어내는 기억의 지표가 된다. 그가 보여주는 서울은 적어도 그에게 긴 삶의 굴곡을 지나온 희미한 자국임과 동시에 자신의 체험이 투영된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침전물로서 또 다른 서울의 기억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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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 who am I 바다, 나는 누구인가
- 원덕희 사진집
원덕희
(사진) |
푸른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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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인의 바다를 찾아서!
원덕희 작가의 사진들은 단순한 대상의 진술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으로부터 전이된 침전물로서 무언가를 지시하는 일종의 연극적인 독백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황량한 바다와 모래, 사구 언덕에 춤추는 강아지풀, 멀리 공장이 보이는 음산한 바다, 덩그러니 서있는 나무 한 그루, 어두운 바다의 일몰, 방파제 빨랫줄에 걸려있는 생선, 비 내리는 포구, 하얀 포말에 떠 있는 바윗돌, 이름 모를 철새들의 힘찬 비상 등은 더 이상 시각적인 진술이 아니라 이미지로 출현한 어떤 감정의 흔적들이다.
그렇다면 그의 사진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사진의 진행 과정에서 작가의 사진 행위는 셔터가 움직이기 이전에 이미 형성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나 충동 혹은 알 수 없는 내면의 욕구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땅이 아니면 담을 수 없는 풍경들, 이곳이 아니면 다가오지 않을 바다 내음, 이 모든 것들을 내 방식대로 정리하는 기쁨... 그래서 암실에서 인화된 사진을 볼 때 나는 진정 행복을 느낀다. (...) 비록 가난하지만 나만의 것을 가지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행복을 서랍 속에 놔두고 불행만 느끼며 사는 이가 얼마나 많을까?”라고 자신의 노트에 적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보여주는 바다는 결코 자기만족을 통한 삶의 예찬이 아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기억의 흐린 단편들이 위장하는 현실의 피난처일 뿐이다. 바다는 작가의 고향이 아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가 삶의 굴곡과 물질의 유혹을 지나 홀연히 찾은 곳, 삶의 육중한 갑옷을 던져 버리고 영원히 지우지 못할 죽음과 생의 진실을 찾아 떠난 곳 그리고 어두운 암실에서 스스로의 만족과 희열을 발견한 곳, 바로 그곳이 바다이다. 말하자면 그에게 바다는 삶의 여정에서 침전된 일종의 감정의 잔여물로서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담을 쓰듯이 적어도 삶의 회한과 아쉬움이 투영된 삶의 잔영(殘影)이나 자화상적인 무언극이 된다. 왜냐하면 사진 메시지는 작가 고유의 내부적 경험으로 소급되어 올라가는 특별한 이미지 읽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 자신이 반-미학적인 사진가로 자처하면서 흔히 전통적인 소통 개념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상 작가의 사진에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특별한 사건이나 특이한 형상이 전혀 없다. 어딜 봐도 푼크툼(punctum) 하나 없는 무광의 현실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바다와 구름 그리고 아무렇게나 핀 하찮은 풀과 나무만 보여 줄 뿐이다. 이러한 밋밋한 이미지들은 사건-사고의 장면에 익숙한 의미의 눈으로 볼 때 적어도 응시자의 입장에서 사실상 해석 불가능한 수수께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백의 톤으로 은은히 드러나는 바다는 갑자기 우리로 하여금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그 음악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달지 않듯이, 혹은 시를 읽을 때 그 시를 구성하는 단어의 조합으로만 읽지 않듯이, 우리는 사진 이미지 내면에서 발산되는 순수 그 자체에 어떠한 논리적 근거를 달지 않는다. 게다가 어딜 봐도 사람이 출현하지 않는 황량한 장면들은 이상하게도 그 누가 말해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낯설지 않는 익숙한 장소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장면은 관객 자신의 경우로 재구성하는 연극과 같이 슬며시 응시자 각자에게 불현듯 잊혀 진 기억을 호출하는 일종의 자극-신호(stimuli-signaux)가 된다.
결국 작가의 렌즈를 통해 은밀히 드러나는 것은 진술을 위한 재현이 아니라 삶의 편린에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존재의 진실 예컨대 인적 없는 거리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비닐봉지, 누군가의 죽음을 위해 땅을 파다 버려진 곡괭이,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는 할머니의 무표정한 얼굴과 같이 출현과 부재 그리고 존재와 허무 근처에서 맴도는 삶의 시뮬라크르(simulacre)이다. 이럴 경우 작가의 바다는 사진으로 전이된 신호의 순수 서정시임과 동시에 어느 음유시인의 노래와 같이 잃어버린 우리 모두의 피안(彼岸)의 장소로서 위대한 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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