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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강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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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꽁치>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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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장이지에게 시란 ‘지도에도 없는 별로 찾아가는 길’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 장이지는 특이하게도 메르헨적인 상상력을 시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그의 시에는 명왕성에서 메일이 오기도 하며 우주선도 뜨고 은하철도 999는 레일도 없이 하늘을 달린다. 이렇게 장이지 시는 우리들이 유년 시절에 보고 자랐던 만화영화나 꿈의 정서를 새롭게 환기시키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용문객잔>이나 <구멍>, <소살리토> 같은 영화를 보거나 장 콕도의 시를 읽거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음악을 들은 개인적인 취향이나 체험들을 즐겨 시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런 시적 활용들이 그의 시를 읽는 같은 연배의 젊은이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마 내가 알기로 장이지는 그가 자라오고 겪어온 시대적 정서를 그중 잘 표현하는 시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체험들을 시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비틀어서 현대문명이 낳은 기형적인 요소나 우울함, 병적 상실 등을 예리하게 노래한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그의 시에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살수차로 물을 뿌린 듯한 촉촉한 슬픔과 권태로운 삶의 그늘이 있다. 나는 장이지의 시에서 나의 시와 전혀 다르게 사물을 보고 노래하고 있는 독창성을 느끼고, 시의 세대 차이를 절감한다.
2.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시력 25년의 중견시인인 이섬의 시세계나 자세는 국민시인이라 할 만큼 뚜렷하다. 이 땅의 정서가 배인 가락과 호흡을 누구보다 초지일관으로 잘 다듬어 온 시인이다. 이섬의 시를 읽으면 향기가 난다. 그것은 “성긴 베보자기에 바람과 안개를 넣어 짜내면 / 꼭 그만큼의 촉촉함이” 우러나는 것 같은 향기다. 아니 우리들 일상의 상처나 갈과 등까지도 합일하는 경지에 이른 장인의 솜씨와도 같다. 이번 시집에서 내가 크게 감동한 것은 시적 형상화에 있어 일관되게 사물을 “마음속 흥채를 크게 뜨고 마음으로 읽고 / 마음속에 그려 넣어야 한다.”라는 마음공부다. 일상의 사물을 겉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시인으로서의 자세다. 시집 곳곳에 보이는 시적 생동감을 주는 싯귀도 다 마음공부에서 나온 결과다. “스마트폰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절절한” 사연들을 노래하는 이섬 시인. 그녀의 초록 같은 시집이 한 여름의 느티그늘 아래로 지금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3.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손옥자 시의 특성은 크게 두 갈래다. 그 하나는 그녀의 시가 치유의 일상성상에 있다. 내가 아는 손옥자는 시 창작 강의로 몇 군데에 나가지만 매우 특이한 강의선생이다. 그녀는 여러해 전부터 어떤 인연이 닿아서인지 형을 살고 있는 재소자들을 상대로 시를 쓰게 하고 그들의 아픔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 시를 통한 이런 소통이 그녀의 시에 많은 영향을 주어선지 상처의 시들이 자주 눈에 띤다. “천마총을 돌고 있는 배롱나무는 모든 기억을 지우고 촉촉하게 젖어 있습니다” 배롱나무는 천마총을 배회함으로써 천마총과 같은 역사를 지닌 둥그런 원형이 되고 촉촉하게 젖는다는 것은 침윤이다. 한 개체의 본질에 스며듦이다. 스며들어 그것과 같은 것이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천마총이 역사의 뿌리이듯이 배롱나무도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창을 가지고 “오늘은 / 하루 종일 비”이지만 “내일은 맑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하늘을 본다 이렇듯 손옥자의 시에는 상처에 대한 관심과 원환을 드러낸 시편들이 많다. 손옥자의 시는 상처를 상처로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상처 자체를 리얼하게 내보이는 작업도 훌륭하다. 하지만 손옥자는 상처에의 치유까지도 염두에 둔 작품들이 많다. 나는 그 치유방법으로 원환상징적인 시가 많다는 데 주목한다. 원환상징은 시간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반복하는 시계의 둥근판을 떠올리면 된다. 둥근 상징이다. 손옥자 시에 자주 나타나는 상처는 삶의 일상에서 생겼다. 이 상처의 치유를 위해 뜨개질하듯이 생명의 실을 감았다 풀었다 끝없이 반복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 시간은 전혀 다른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 사는 것이며 사물과 사물끼리의 혼융이다. 이 혼융의 과정을 통해 모든 일상에의 상처가 치유(혼융)의 과정을 거치고 원환의 둥근형을 만든다. 이 원환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상처를 치유하는 사랑이 바탕인 둥글고리다. 손옥자의 시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이 바로 이점이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4일 출고 
선시집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한 시인의 시 전체에서 그 핵심이 되는 대표작이 무엇인가를 알거나 읽고 싶을 때 필요한 시집이다. 나는 박제천 시인처럼 일생 시를 전문으로 영위해온 시인에게는 한권의 선시집뿐이 아니라 그 시의 변용과정에 따라 다른 선시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박제천의 초기시가 우리시단에 드물게 철학보다 더 깊은 시적 사유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 주었다면 그 시기를 함축하는 의미에서 선시집이 필요하고 또 최초로 우리시의 우주시대를 개척했다고 보는 SF 연작시나 광활한 천계를 드나들며 스케일이 큰 우주적 상상력을 펼친 시세계는 나름 대표작이 무엇일지 핵심을 정리한 시선집이 요구된다. 특히 최근에 보이는 주변과 이웃에 대한 시적 변용이라 할 시집 《호랑이 장가가는 날》 무렵의 시세계는 무엇을 담고 있는지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시인이란 《무지개 도둑》이니까. 박제천의 아름다운 시 도둑질이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 선시집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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