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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염성순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화가

최근작
2013년 3월 <우다다, 삼냥이>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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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랑을 한다. 무엇을? 기러기, 개여울, 오리떼, 나귀, 옻나무, 참나무, 동백나무 들을. 가끔 비가 내리면 빗방울 소리를 들으러 저수지에도 가는 모양이다. 김 시인이 사는 집에 한번 가보았지만 나무도 저수지도 뭣도 보이지 않는 수원 구석지 몇십층 아파트였다. 가로로 세 걸음 세로로 네 걸음 되는 거실에서 낮에는 아들 영어발음을 교정하고 딸 숙제를 봐주고 가끔 음식물 쓰레기도 치우는 모양이었다. 아무 풍경도 보이지 않고 구정물이 살살 흐르는 이 삭막한 골짜기에서 무슨 시가 나오나 속으로 끙- 하니 한숨이 나왔다. 그 소란스럽던 거실에서 아이들이 깊게 잠들 무렵, 캄캄한 유리창을 바라보며 한 줄 두 줄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형상이 보인다. 그가 연적에 물을 따르고 검은 먹을 벼루에 간다. 큰 붓에 먹을 찍어 휘두른 필치는 하얀 눈발 속의 검은 늑대가 되고 세필에 진양조로 흐르는 가느다란 터치는 마른 지푸라기가 되었다가 울음 먹은 진흙지렁이가 된다. 나귀와 소쩍새가 북쪽 고원에서 갈색으로 사라지는 그림은 먹먹한 쓸쓸함을 몰고 온다. 밤마다 늑대 뒤를 쫓고 뱀이 스멀스멀 솟아오르는 악몽이 계속되지만, 어둠속에서 모래를 줍는 실성한 듯한 그의 시쓰기는 끝이 없다. 꾸바로, 하라르 사막으로, 슈퍼싸이징 팩토리로- 국경을 넘어가는 이 유목의 시인이여. 걸어라, 걸어라. 그리고 지지고, 또 지져라. 거기서 떨어지는 것은 전부 우리 것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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