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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김명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8년

최근작
2024년 9월 <[큰글자책] 폭력과 모독을 넘어서>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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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원래 자연의 것이고, 자연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연과 인생에 대한 겸손한 송가였다. 도시에서도, 그 인공의 낙원에서도 시는 지어지지만 그것은 자연으로부터 스스로 유배당한 인간들이 잃어버린 자연을 그리워 부르는 애가에 지나지 않는다. 시적인 것의 핵심에 초월이 있다면 그것은 시가 이제는 쉽게 가 닿을 수 없는 신성한 자연으로 단번에 돌아가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인류세’가 지속되는 동안 인간에게 자연은 어느새 잃어버린 과거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모든 시는 그렇게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의 노래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까? 이제 자연은, 그리고 자연과 생명의 순환에 몸을 맡기는 삶은 우리가 새삼 찾아나서야 할 미래의 삶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류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이제 우리는 갓 태어난 아이처럼 자연과 생명의 리듬을 회복하고 그 삶에서 솟아나는 잃어버린 말을 다시 깨우쳐야만 한다. 농사짓는 삶을 시작한 지 7년이 된 20대 여성 청년 농민 서와의 시를 읽는다. 단순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다. 마치 막 말을 배워서 처음 써먹기 시작한 어린아이의 말솜씨처럼 그렇다. 도시의 삶을 청산하고 자연 속으로, 농農적 삶으로 전향해 모든 것을 새로 배워 나가는 일곱 살짜리 어린 농민의 말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단순하고 소박한 말로 써 내려간 시에는 우리들 도시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순하고 아름답고 정겨운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들어차 있다. 우리는 그 문법을 이미 잃어버렸으니 그 말과 문법과 그것들로 이루어진 시는 이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노래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가 아니라, 어서 와 주어야 할 것들에 대한 기다림의 노래다. 그래서 아직 자연과 생명의 리듬에 충분히 몸을 싣지 못한 어설픔과 서투름 속에서도 숨겨진 보석처럼 반짝인다. 진짜 미래파 시가 여기서 태어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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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은 내가 짜준 목도리를 하고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벚꽃 보러 갈까? - 살아 있을 수 있으면. - 약속하면 살아 있을게. 짧은 삽화지만 소설 한 편의 무게를 능히 감당한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로 알려진 헤밍웨이의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팝니다 : 아기 신발, 한 번도 신은 적 없습니다.) 보다 한 수 위다. 하명희의 소설들은 따뜻하다. 그의 소설들을 읽고 나면 어느새 가슴이 따뜻하게 덥혀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따뜻함은 그 안에 어떠한 긴장도 고민도 없이, 그저 세상을 좋게만 바라보려는, 사실상의 방관에 다름없는 온정주의적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따뜻함에는 확실한 방향성이 있다. 그의 따뜻함은 이 세상의 뒤틀림과 그릇됨에 의해 상처받은 존재들을 향해서만 열려 있다. 그것은 따뜻함이되 ‘당파적 따뜻함’이다. 장편 『나무에게서 온 편지』(2014)와 소설집 『불편한 온도』(2018)의 세계는 신자유주의적 야만이 지배하는 우리 시대의 근원적 적대성과 악마성이 만들어 낸, 패배와 좌절, 추방과 유랑, 상처와 죽음으로 가득한 매우 끔찍한 지옥도의 세계이다, 그럼에도 하명희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마치 우는 아이를 안아주는 엄마처럼 그 모든 고통의 주체들을 품어 안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듣는 이들도 덩달아 그렇게 그 품에 안겨 있다 보면 어느새 알 수 없는 힘이, 희망이, 고요히 스미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도저한 따뜻함은 어디서 오는가? 여기 실린 18편의 또 다른 이야기들은 대부분 매우 짧은 이른바 장편(掌篇)들인데 하명희의 그 따뜻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짧지만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하명희 소설의 밑그림들이라 할 수 있다. 이웃의 소녀와 고양이, 불량소년들, 룸펜 프롤레타리아 청년들, 시장의 생선장수, 농촌노인, 글 못 쓰는 작가들, 반지하방 이웃, 시설 수용 청소년들, 노숙자들 등, 이 짧은 이야기들 속에는 작가가 자기의 일상세계 속에서 오가다 만나고 헤어지는 온갖 사람들이 다 들어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로 엮일 수조차 없이 하찮고 미미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 하찮고 미미한 것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결코 하찮고 미미하지 않다. 하명희는 이 모든 하찮고 미미한, 그래서 겨우 존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깊고 따뜻한 시선을 던지고, 그들의 삶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섬세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선과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마치 감염된 듯 그들과 우리가 보이지 않는 질긴 인연으로 연루되어 있으며 우리 하나하나가 그들의 ‘하찮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연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게 바로 하명희 소설의 따뜻함의 기원이다. 그리고 세월호 이야기 「배가 들어오는 날」, 여순사건 이야기 「그 밤, 잠의 꽃밭에서」, 가난한 이웃과의 공명을 다룬 「청자의 노래」, 참척의 슬픔을 극복하는 가족이야기 「종달리」, 악연의 가족사에 대한 성찰 「보리차를 끓이며」 등, 이 짧은 이야기들과 함께 묶여 넘어가기엔 아까운 주옥 같은 단편들은 하명희 문학세계의 또 다른 폭과 깊이를 보여주는 명편들이라는 것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다.
3.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 *양장본+한정판 케이스+서화 나무액자(5종 중 랜덤 1종)로 구성된 한정판입니다.
“그 세월 자체로도 우리의 가슴을 저미는 20년 징역살이 동안 땅에 묻은 살이 삭고 삭아 하얗게 빛나는 뼛섬을 꺼내놓듯이 한 젊음이 삭고 녹아내려 키워낸 반짝이는 사색의 기록이 바로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것은 책의 모습을 띤 무량한 깊이를 지닌 삶의 초상이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1월 26일 출고 
  • 이 책의 전자책 : 6,300 보러 가기
어느 따뜻했던 봄날의 낭만적 우화 단편 <속옷>은 바로 이 초유의 문인 집단구금 사건을 제재로 삼은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가 27인의 문인 중 한 사람이었기에 그 실록적 세밀성을 확실히 보장받고 있다. 이 작품은 우선 그날 파주에서 회차한 버스가 마포경찰서로 직행한 뒤 그 27명의 문인들이 유치장에 구금되고 조사를 받으면서도 이 집단연행과 구금에 대해 저항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불법화하려는 모든 법적 시도를 인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부정하려는 문인들의 자유분방한 카니발적 행동들을 다소 낭만적인 필치로 그려냄으로써 남북관계와 통일논의를 독점하고자 하는 지배정권의 기도를 하나의 희화로 전락시키는 효과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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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 소설 속의 인물들은 다시 만나고, 다시 서로 걱정하고, 다시 서로 사랑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인물들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공명(共鳴)하는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을 포착해낸 것은 쉽게 좌절하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켜온 작가 김하경의 삶이 가져다 준 열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밀려나고 탈락하고 상처받는, 이른바 99퍼센트의 사람들을 서로 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다시 서로 어루만지고 서로 일으켜 세우고 서로 사랑하게 하고 서로 어깨를 겯게 만드는 우리 시대의 역설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이 작품들에는 어제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많이 들어 있다. 이것은 작은 진전이 아니다. 우리 소설은 너무 오랫동안 과거의 기억 속에 매몰되거나 현재의 질곡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은 그러므로 이제 한국소설이 2010년을 넘어서야 어렵게 쟁취해낸 새로운 흐름의 제일 앞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김하경은, 더 이상 변방의 작가가 아니라 바로 이 흐름의 중심에 당당히 서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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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월 자체로도 우리의 가슴을 저미는 20년 징역살이 동안 땅에 묻은 살이 삭고 삭아 하얗게 빛나는 뼛섬을 꺼내놓듯이 한 젊음이 삭고 녹아내려 키워낸 반짝이는 사색의 기록이 바로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것은 책의 모습을 띤 무량한 깊이를 지닌 삶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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