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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연수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0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김천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5년 11월 <대성당 (먼슬리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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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고교 시절, 『도덕경』을 한 구절씩 외우곤 했다. 그래서 소설가 켄 리우가 『도덕경』을 번역한다는 소식을 듣자 “도가도는 비가도요”라는 첫 문장이 떠올랐다. 내 버전은 “말할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니다”였던가? 시작부터 언어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 고전을 켄 리우는 왜 번역했을까? 다들 알다시피 켄 리우는 환상적인 이야기꾼이다. 그의 소설이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놀라운 광경을 입체적으로 펼쳐 보이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 그런 그에게 더이상 소설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찾아왔다면? 절망 속에서 『도덕경』을 그의 문장으로 다시 쓰며 새로운 길을 발견했다면? 그 이유에서 결과까지 모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끝까지 읽으면 알겠지만, 이 책은 단순 번역이라기보다는 대화록이다. 이야기가 고갈된 소설가와 위로할 마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노인의 대화. 읽다 보면 나도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셋이서 티격태격하다 저절로 도달하게 되는 결론은, 하늘과 땅은 자애롭지 않으니 우리 인간들끼리라도 서로 친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 잔인한 세상에 지칠 때,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켄 리우처럼 『도덕경』을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읽기 쉽고 편안한 번역이고, 노자의 말 사이사이 등장하는 켄 리우의 해설도 재미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로가 된다!
2.
이 작은 책이 당신을 세상 어디로든 데려갈 수 있다. 가장 낯선 곳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3.
첫 문장부터 빠져든다. “과거를 바꾸고 싶으면 과거에 일어난 일을 기록해보기만 하면 된다.” 글쓰기의 마법과도 같은 이 효과에 기대 내털리 호지스는 바이올린 연주자로서의 삶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음악과 물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인생의 시간이란 주제를 한없이 파고든다. 무대에서는 자아를 상실해야만 하는 연주자의 운명, 인생에서 반복되는 것과 잃어버린 것 사이의 샤콘, 즉흥연주자들이 조금 뒤의 미래를 기억하는 법, 마치 오래전부터 춤을 추기로 돼 있던 것처럼 탱고를 추기 시작하는 두 사람 등등 삶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하는 글들이다. 그중 가장 마음에 남는 건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아온 삶을 회상하는 솔직하고 담담한 글이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알게 된다. 이차원의 악보를 연주하면 삼차원의 음악이 펼쳐지듯이 후회와 희망을 받아들여 지금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건 삶의 연주자인 우리라는 것을.
4.
우리나라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는 광화문글판이 지금처럼 그 자리에서 역사와 함께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5.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같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이윽고 우리의 마음은 잃어버린 삶에 대한 그리움으로 산산조각이 난다. 그런 일을 한번쯤 경험한 사람이라면, 20년 넘게 테러, 자연재해, 팬데믹 등의 현장에서 재난 복구 전문가로 활동한 루시 이스트호프의 이 책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 상실이 얼마나 쉽고도 무자비하게 다가오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책은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재난이든 개인적 불행이든, 그 이후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태도 덕분이다. 거대한 사회적 고통으로 시작된 책은 일상의 가장 작은 돌봄으로 끝난다. 그렇게 이후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6.
역사책에 건조한 문장으로 기록된 단편적인 사실을 다채로운 소설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또한 신앙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따라간 것도 눈에 띈다. 그들의 마음은 연약하며, 미약한 바람에도 흔들린다. 그 마음은 우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흔들린다는 건 여전히 길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길을 찾아 헤매는 그 자체가 바로 길이다. 의심과 회의의 과정 없이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없다. 신앙은 그런 길의 끝에서 완성된다. 한국 가톨릭의 여명기를 이끈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가장 어두운 때가 지나면 새벽이 온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7.
도쿄 진보초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메카다. 그 거리 한쪽에 ‘책거리’라는 이름의, 한국 책 전문서점이 있다. 지금은 그런가 하며 심드렁하게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내가 처음 진보초에 갔을 때는 상상조차 못한 일이다. 그 서점을 만든 이가 김승복씨다. 그가 상상조차 못한 일을 현실로 만든 건 책거리만이 아니다. 쿠온 출판사를 만들어 동시대 한국소설을 일본 서점의 서가에 꽂게 한 일도, 박경리의 『토지』 일본어판을 완간한 일도 그 이전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상하기 어려웠던 건 지금의 김승복씨 자체가 아닐까? 지금까지 언덕을 오르느라 힘들었겠지만, 덕분에 우리는 더 멀리까지 보게 됐다. 책거리 10주년이라는 봉우리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을 김승복씨의 삶을 응원한다.
8.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1일 출고 
30년 전, 처음 읽었을 때부터 내게 줄리언 반스는 페이지터너였다. 무관심하고 방관해도 좋을 세계 속에서 누군가 그 존재를 드러낼 때 줄리언 반스의 주인공은 언제나 필사적으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나는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은 뒤 중얼거린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읽은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처음에는 소설로, 그다음에는 인생 지침서로 읽었다. 줄리언 반스를 읽은 뒤로 내게는 어른의 수업이 시작됐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핀치는 그 수업에 가장 어울리는 선생이다. 소설 속 화자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그래서 나는 엘리자베스 핀치를 얼마나 알게 됐는가, 라고 자문한다. 결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 절망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읽기뿐이다.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내 바깥의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내가 변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한 번만 읽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9.
김지연의 소설을 읽는 일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이 실은 그럴 법도 하다는 사실을 이야기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깊은 밤 왕릉 주위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남자. 또 지갑 속에 죽은 전남편의 가족사진을 넣어 다니는 여자.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건만, 어느 날 갑자기 삶은 붕괴된다. 그 일은 두 번 일어난다. 처음에는 붕괴 그 자체로 외부에서, 그다음에는 그 붕괴에 아는 사람이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부에서. 다른 한편에는 한 초등학생에게 잘못 전화했다가 그 김에 로또 번호를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런 건 혼자 알아서 하라며 초등학생은 면박을 준다. 그런 씩씩한 초등학생의 삶에도 언젠가는 붕괴가 찾아올지 모른다. 첫번째 붕괴가 일어나면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렇긴 해도 두번째 붕괴 다음에는 회복이 올지도 모른다. 너덜너덜, 상처투성이일지라도. 김지연의 소설을 읽고 나면 그런 이상한 안도감이 든다.
10.
우리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어떤 일’이 있다. 살만 루슈디는 한 청년이 휘두른 칼에 온몸을 공격받았다. 그러나 적의와 공포와 고통의 순간이 지나간 뒤 상처투성이가 된 루슈디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절한 의료진, 그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덕분에 루슈디는 처음 알려졌을 때와 달리 이 ‘어떤 일’이 칼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다시 쓰는 사람이다. 칼의 이야기를 사랑의 이야기로, 죽음의 이야기를 생명의 이야기로. 이건 니체와 베케트와 카버가 먼저 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루슈디가 또하나를 보탰으니 앞으로 ‘어떤 일’을 겪고 괴로워할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11.
일을 시작하는 제빵사가 작업대 위에 밀가루를 준비하듯이, 책상 앞에 앉은 작가는 자신의 우주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수없이 많은 삶이 존재하는 그 우주 안에서 그의 삶이란 지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운명은 뒤엉켜 한 삶을 이해하면 다른 삶을 알 수 없게 된다. 이 불가해하고 모순적인 우주가 매력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변하는 데에는 한 작가의 재능이 결정적이리라. 그럼에도 밀가루 없이 빵을 만드는 제빵사를 상상할 수 없다. 『세계를 향한 의지』는 셰익스피어가 작품을 쓰기 전에 마주했던 그 불가해하고 모순적인 우주를 흥미롭게 재현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다. 평전이 실증주의적으로 치밀해질 때 낭만주의적 천재는 피를 흘리며 죽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히려 우리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400여 년 전 온갖 관습과 제약 속에서 살았던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들이 지금까지도 읽힌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작가의 재능이란 어떤 시공간에 속하든 변치 않는 하나의 우주를 볼 수 있는 힘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2.
30년 전, 처음 읽었을 때부터 내게 줄리언 반스는 페이지터너였다. 무관심하고 방관해도 좋을 세계 속에서 누군가 그 존재를 드러낼 때 줄리언 반스의 주인공은 언제나 필사적으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나는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은 뒤 중얼거린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제대로 읽은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처음에는 소설로, 그다음에는 인생 지침서로 읽었다. 줄리언 반스를 읽은 뒤로 내게는 어른의 수업이 시작됐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핀치는 그 수업에 가장 어울리는 선생이다. 소설 속 화자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그래서 나는 엘리자베스 핀치를 얼마나 알게 됐는가, 라고 자문한다. 결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 절망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읽기뿐이다.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내 바깥의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내가 변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한 번만 읽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13.
제 작품을 읽어주시고 이렇게 글까지 쓰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로 사는 건 외로운 일인데, 이럴 때마다 외롭다는 말은 입밖에도 꺼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4.
우연히 한 남자의 삶에 끌린다. 그는 이니셜로, 혹은 흔적으로 남은 사내다. 그의 삶을 상상하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하여 글을 쓰는 건 무모한 욕망이다. 이니셜, 혹은 흔적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니까. 실패의 글쓰기는 예정돼 있다. 타인은 영원히 타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뭔가를 쓴다. 실패를 감당하겠다는 태도, 거기에 자기 삶의 모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문학에서 종종 목격된다. 『로기완을 만났다』가 바로 그런 소설이다.
15.
『4 3 2 1』은 같은 부모, 같은 주변 인물,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동일 인물의 충분히 가능했던 네 개의 삶을 순서대로 오간다. 무한의 가능성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들. 인간은 그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받지 못한 길은 폐기된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하지만 이 우주에서 폐기된 선택지가 새로운 우주를 생성시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몽상가들이다. 소설가는 몽상가에 속한다. 소설가는 이 삶에서 실현되지 못한 것들을 쓰는 몽상가다.
16.
『4 3 2 1』은 같은 부모, 같은 주변 인물,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동일 인물의 충분히 가능했던 네 개의 삶을 순서대로 오간다. 무한의 가능성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들. 인간은 그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받지 못한 길은 폐기된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하지만 이 우주에서 폐기된 선택지가 새로운 우주를 생성시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몽상가들이다. 소설가는 몽상가에 속한다. 소설가는 이 삶에서 실현되지 못한 것들을 쓰는 몽상가다.
17.
오랫동안 이창래의 소설을 따라 읽어 온 독자(맞다, 내가 그 독자다.)에게 이 소설은 다소 낯설다. 처음에는 거부 반응이 들 정도다. 역사에 어떤 빚도 지지 않은 듯 현실의 중력에서 벗어나 동아시아를 종횡무진하는 미국 대학생의 선택도,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연상의 여인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는 MZ 세대의 선택도 처음에는 의아하게만 여겨진다. 그럼에도 파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문장이 독자를 더 먼 곳까지 가게 한다. 얼떨결에 끝까지 읽은 뒤, 다시 읽으면 파도와 같았던 이 문장이 실은 암반처럼 서사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건 이전의 대학생과 이후의 MZ 세대는 동일 인물이다. 소설은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두 가지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보여 준다. 자연스레 두 이야기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게 되지만, 그건 쉽지 않다. 이 소설에서 이창래는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 온 모든 규칙을 무너뜨리는 듯하다. 반리얼리즘적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나 할까, 넷플릭스 시리즈를 넘어서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이 모순 형용과 불가능한 수사가 논란을 불러오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이창래는 이창래를 다시 썼다. 읽으며 많이 놀랐다.
18.
나를 소설가로 만들어준 작가.
19.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는 한 소설가가 평생 뒤쫓은 주제가 담겼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서 소설이 잘 읽히는 까닭은 최종적인 종말의 의미는 소설을 다 읽어야만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종말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모든 인생은 교훈적이다. 종말의 관점에서 다시 인생을 되짚어 보면, 모든 건 원인과 결과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테니까. 마치 마지막 장면을 염두에 두고 정교하게 쓰인 소설을 읽을 때처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소설이다. 죽을 때에야 그 의미를 완전히 드러내는 우리 인생을 닮았다. 150페이지짜리 이 소설을 두고 줄리언 반스는 “나는 이 작품이 300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건 꼭 인생에 대한 비유처럼 들린다. 마지막 순간, 이 인생의 의미가 드러날 때 우리는 한 번 더 이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20.
잠을 자듯이, 혹은 꿈을 꾸듯이 우리는 사랑에 빠져든다. 질병처럼 사랑은 경험된다. 몸으로 겪는 일이다.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머리로 뭔가를 헤아릴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게는 시간도 흐르지 않고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러나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줄리언 반스는 평생에 걸쳐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소설을 써왔다. 오래전,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연상의 여인과 위태롭게 사랑한 일을 되돌아보며 그는 사랑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파국에 이른 모든 사랑은 기억으로 바뀐다. 모든 기억은 하나의 이야기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을 줄리언 반스는, 그리고 이 소설은 잘 보여주고 있다.
21.
“겁쟁이가 되기도 쉽지 않았다.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영웅이 되기가 훨씬 더 쉬웠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러시아에서 살아남은 작곡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한다면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소음』에서 줄리언 반스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에 찾아온(그것도 윤년마다!) 세 번의 결정적 순간을 세밀하게 파고들며 예술과 사회, 예술과 정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자, 예술은 누구의 것이지?” 쇼스타코비치의 인생과 음악에 익숙하다면 이 소설을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아이러니 속으로 빠져드는 한 예술가의 일생을 냉정하게 묘사한 대가의 출중한 솜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예술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예술의 것이라면,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연주자가 떠난 무대의 정적처럼,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오직 인생의 것일 뿐인 인생을 이해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여운처럼 펼쳐진다.
22.
  • 청춘유감 - 울면서 걷기, 넘어지며 자라기 
  • 한소범 (지은이) | 문학동네 | 2023년 6월
  • 16,000원 → 14,400원 (10%할인), 마일리지 800
  • 9.5 (4) | 세일즈포인트 : 430
대학 시절, 이따금 찾아가던 카페 중에 ‘십년후’라는 곳이 있었다. 그때는 만나려면 전화로 미리 약속해야만 했다. “십년후에서 만나”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희미한 떨림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십 년 후에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때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그리고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책에도 나와 있다시피 십 년 전, 나는 한소범씨에게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편지에는 “저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겸허한 배움의 순간들을 지나 매번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지난 십 년간 그는 무엇을 잊지 않으려고 했고, 또 무엇을 잊으려고 했을까? 그런 궁금증이 이 책을 펼치게 했다. 청춘의 기억은 저마다 치열해 다 내 것 같다. 이 글들을 읽으며 나는 십 년 후를 상상하던 이십대 초반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느꼈던 희미한 현기증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십 년이 흐르고 다시 만난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고 해도 괜찮다고. 십 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으니 다만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고. 나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청춘의 기억들이다.
2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1일 출고 
딱히 팬데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삶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생이 재난처럼 느껴지는 때가 찾아온다. 모두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몇에게는. 매일 일정 규모의 확진자가 반드시 나오는 것처럼. “나는 항상 곡선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한 건축가가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인생의 행로를 곡선으로만 생각한다. 삶의 길은 올라가다가도 다시 내려간다. 올라가던 선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일순간 내려가는 순간, 그 인생의 주인공은 재난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문지혁의 문장들은 깔끔하고 우아하다. 10여 년 전에 어느 교실에서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의 문장은 그랬다. 차체가 튼튼해 어떤 사람이라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문장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인가 싶어 먼저 읽었는데, 말했다시피 곡선의, 다이빙과도 같은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물에 뛰어들 때는 입수 자세가 아주 중요하니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깔끔하고 우아한, 그런 단편들이다.
24.
인간이 죽음을 정복할 날이 언젠가는 찾아올까? 문학적으로는 이미 찾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이야기는 영원히 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그것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러므로 죽음 앞에서도 작가는 물러설 수 없다. 여기 잭 런던, 플래너리 오코너, 토마스 만, 알퐁스 도데, 오에 겐자부로 등 최고의 작가들이 죽음에 대해 쓴 이야기들이 있다. 쏙독새 때문에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고도 하고, 북극의 얼어붙은 땅에서 불 하나를 피우지 못해 죽기도 하고, 나비 한 마리의 죽음으로 역사 전체가 바뀌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이 멋진 이야기들은 우리가 읽는 즉시 되살아난다. 놀라운 생명력이다. _김연수(소설가)
25.
  • 0원으로 사는 삶 -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2022년 한겨레 '올해의 책' 
  • 박정미 (지은이) | 들녘 | 2022년 10월
  • 19,500원 → 17,550원 (10%할인), 마일리지 970
  • 9.0 (39) | 세일즈포인트 : 2,194
"자본주의사회의 전형적인 고통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워킹 홀리데이로 간 런던에서 갖가지 갑질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글쓴이는 반기를 들었다가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남은 돈은 300만원인데, 당장 내야 할 방값만 150만원. 가만히 누워 숨을 쉬다가 문득 깨닫는다. 숨만 쉬는데도 돈이 나가는구나. 숨이 돈이구나. 그러자 분노가 치밀었다. 인간은 생명이지 돈이 아니니까. 그걸 증명할 수 있을까? 돈을 벌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모험담이다. 우연히 서점의 매대에서 이 책을 펼친 뒤로 지난 1년 동안 몇 번이나 읽었다. 감히 따라 할 수도 없을 만큼 급진적인 삶의 방식, 그러니까 자본주의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말 그대로 ‘0원의 삶’을 보여준다.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가 부제다. 나는 이제 정치 지도자나 정치체제를 바꾸는 혁명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삶의 방식을 바꾸는 혁명이라면 솔깃하다. 정치적이고 미래적이고 영적인 책이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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